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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오리엔탈리즘에서 포스트 식민주의 하의 모방문화까지

송미숙

송미숙의 미술시평(29)

지난 4월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연 김종학과 신세계미술관에서 조촐하게 개인전을 치른 윤명로는 이제 칠순을 훌쩍 넘긴 동연배 작가다. 둘 다 풍경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김종학의 설악산은 민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 같은 현란한 꽃들과 새로 가득 채우고 있는 반면, 윤명로의 북한산 풍경은 운필의 움직임과 파상으로 알 수 있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산세를 여백을 한껏 살린 가라앉은 중간색 톤의 추상적인 화폭에 담고 있다. 목기를 위시해 베갯모·상보·수저집·버선본집·주머니 등 일반서민의 민속 공예품의 대단한 수집가이기도 한 김종학은 그가 열광적으로 수집해왔던 민수품들에 배여 있는 우리네의 탁월한 색채감각과 모티브들을 그의 작품에서 되살리려고 했던 것 같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모노크롬 단색조 경향에 반항이라도 하듯이, 혹은 80년대 민화·민예품에 대한 증폭된 관심과 맞물려 있는 그의 꽃 그림들은 다채로운 색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 때문인지 이제 한국 컬렉터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빠르고 다이내믹한 필세가 작가의 기량을 가늠케 하지만 이상하게 작열하는 색채와 표정의 그의 올 - 오버 꽃 그림에는 때때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감돈다. 김종학이 민예품에서 모티브와 팔레트를 빌어 우리의 전통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면 윤명로에게서의 전통의 길잡이는 문인화의 정신이다.



위의 두 원로작가가 나름대로의 오리엔탈리즘·한국의 전통을 되새기고 있다면 이제 막 만 50세로 접어든 중견작가 도윤희(3.23-4.24 갤러리현대)와 코디 최는 그 세대의 전혀 다른 두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도윤희는 현대인의 무미건조한 일상의 피안, 변화하는 현상 이면에 숨겨져 있어 포착하기 어려운 것, 기억, 혹은 고독, 혹은 향수라 해도 좋은 그런 것이 지닌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가히 시적이다. 유화의 드리핑으로 인한 우연한 효과와 섬세한 연필선묘로 채운 다음 그 위에 바니쉬로 마감한 그의 화면의 축적의 과정은 그의 관심이 현재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세월의 깊이에 잠재해 있을 어떤 영원의 시간의 흔적을 나타내기 위함에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 흔적을 도윤희는 극히 사소하나 근원적인 물, 햇빛, 먼지와 같은 소재에서 찾고 있다.



도윤희가 전통적인 회화에서 잃어버린 기억과 그 표정을 더듬고 있다면 코디 최(4.14-5.13 PKM갤러리)의 작업은 흔히 말하는 탈장르, 다시 말해 특정한 장르에 머물지 않고 모든 장르를 넘나들며 극히 개방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코디 최의 개방성은 어느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유랑민 또는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 또는 이방인과 같은 그의 생활 방식에서 오는 일종의 자유이자 덫이기도 하다. 그가 지금까지 근 20년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주제는 미국사회 속 동양계 이방인의 정체성 찾기로 집약되고 있다. 과거의 그의 작업은 미술사의 거장들, 미켈란젤로·로댕·뒤샹 등의 작업을 한국적 혹은 그 자신의 언어로 전용하는 것에 주력했다면 이번 PKM갤러리에서의 전시는 오랜 타국생활로 인해 이제는 고국에서도 이방인이 되어버린 작가가 경험한, 또는 경험하고 있는 이중 이방인의 시각을 통해 본 오늘의 한국인과 한국문화를 주제로 삼고 있다. ‘선물(The Gift)’, ‘영점의 의식(Zero-Consciousness)’, ‘극동의 왜곡(Far East Distortion)’이란 타이틀로서 세 개의 개념화한 작품 시리즈로, 그는 이방인으로서 그가 부딪치고 갈등했던 탈식민주의 하의 한국문화의 이중 중첩(Double Overlapping) 현상과 위조·모방문화에 관한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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