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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사진 : 자연의 연필 또는 지진아의 예술(?)

송미숙

Pencil of Nature or Retarded Art(?)
송미숙의 미술시평(30)

19세기 초 니엡스(Nipce)에 의해 발명된 이후 사진은 다게레오타입(Daguerreotype)으로 대중화되었고 이후 감광지가 사용됨에 따라 일반 대중에게 더욱 파급되어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되었으며 이제는 디지털 기술이 발달되어 감광지가 필요 없이 컴퓨터만 있다면 그대로 결과를 볼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기술의 시대라 불리는 19세기 사진의 역할은 대단했다. 과학적 실증을 최선으로 삼았던 때에 사진은 각종 물적 증거자료(Document)를 제공하는 가장 적합한 기술 수단이었고 미술에서는 사실을 똑같이 재현하는 매체로서 사실주의에, 현대 삶의 단편·순간과 의외적인 시각을 잡아내는 스냅사진으로 인상주의에 대단한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은 주지하는 바다. 쿠르베가 사진을 이용했고 드가는 사진의 열렬한 애호가며 수집가였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미술가들의 사진의 사용은 더욱 빈번하고 공공연히 구성에 사진을 차용하거나 눈이 포착하지 못하는 이 기계과학기술이 잡아낸 이미지를 모방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진자체는 어떠한가? 사진의 역사를 되돌이켜 보면 은연중 사진, 특히 예술로서-물론 여기에는 상업사진도 포함될 것이다-사진을 실험한 사진가들은 알게 모르게 현대미술의 역사를 모방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접어들면서 사진가들은, 특히 요즈음 ‘잘 나가는’ 리차드 프린스의 경우 재현을 통해, 즉 발견된 이미지들을 재구성하는 것으로서 성별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형성시키는가를 보여줄 뿐 아니라 모더니즘의 권력으로 자리한 유일성·저작권·독창성에 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전에 팝아트가 기계적이고 재생산한 이미지가 전통적인 회화와 조각영역에서 미술가의 역할에 도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 일부 미술가들에게 독창성이란 사회적으로 구조화된 지배·통제·권력의 픽션이나 다름없었다. 이 픽션은 리처드 프린스나 세리 리빈은 ‘다시 찍은 사진’작업에서 명백히 드러나며 이들은 잡지광고, 혹은 미술 오브제 도록에서 발견한 사진들을 거의 수정하지 않고 다시 찍은 후 오리지널처럼 서명했다. 이미지를 예술의 문맥으로 끌어들이면서 그것의 사회적 코드와 프린스가 ‘사회과학 픽션’이라고 불렀던 기이한 비현실성 또한 명백해지게 된다.



5월 사진전의 면모
지난 5월에 열렸던 전시들 중 유달리 사진 전문작가들-사진을 자신의 작업의 일부로 끌어들인 작가가 아니라-의 작업이 많았다. 아직도 일천한 한국현대사진예술계에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민병헌 (4.21-5.20 카이스갤러리)의 ‘몽롱파’적인 풍경, 누드를 소재로 한 직접사진들, 사진가로서 그가 소재로 한 이미지 수집의 기억과 사물들을 자신이 찍은 거리 혹은 이미지의 풍경들과 함께 보여준 부르주아 보헤미안 컬렉터 구본창(3.24-5.10 국제갤러리), 그런가 하면 판단의 보류(Deferred Judgment)란 애매한 타이틀로 백승우(5.13-7.31 아트선재센터)는 현실·진실의 재현으로서의 사진예술의 매체의 속성 및 기능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기를 요구한다. 조각가로서 활동을 하던 유현미(5.11-6.2 갤러리인)는 언제부터인가 우리문화의 상징오브제·이미지들(이번에는 구복을 상징하는)을 열심히 그리고 만든 다음 사진을 찍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한국의 아줌마들을 맵핑해 인기를 모았던 오형근(5.4-31 트렁크갤러리)은 이번에는 스토리 라인을 불안에 맞추어 인물들의 손·다리·얼굴에 나타난 불안의 메타포를 맵핑한다. 주명덕·강운구·황규태 등의 1세대 모더니스트를 거쳐 현재 살아남아 있는 다음 세대-배병우·구본창·민병헌이 이끄는-에 이어 그리고 이들의 부단한 노력과 이어진 상업적 성공에 힘입어 한국사진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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