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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백남준 탄생 80회 기념에 부쳐

송미숙



올해로 한국이 낳은 비디오아트 창시자 백남준이 탄생한 지 80년이 된다. 이를 기념하는 전시와 강연회가 백남준아트센터와 소마미술관에서 열렸다. 소마미술관은 올림픽공원의 주 진입부인 평화의 문과 조각의 숲 사이에 위치한 미술관으로 2004년에 세워졌는데 실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88서울올림픽’에 맞춰 조성된 올림픽조각공원의 위상의 제고뿐 아니라 몽촌토성과 같은 유수한 유적지 또한 포함한 공원을 관광의 명소지로 추진, 홍보하기 위한 의도의 일환으로 계획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소마미술관은 엄밀한 의미에서 컬렉션을 기초로 한 미술관이라기보다는 기획전 중심의 쿤스트할레로 운영돼왔고 또 그렇게 알려져 왔다. 백남준 탄생 80주년 기념전시인 ‘광:선 백남준 스펙트럼’은 미술관 내 상설전시관인 백남준 비디오아트홀의 재개관과 함께 올림픽 공원 몽촌 해지에 설치돼 있는 세계 유일의(?) 레이저 작업인 ‘워터스크린’(2001년)을 포함한 미술관의 백남준 소장품을 통해 백남준 탄생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로 보인다.  




전시는 4개의 방과 상설관인 백남준 비디오아트 홀로 나뉘는데 제1전시실은 조각, 혹은 대형 설치를 위해 만들었던 60여 점의 개념 드로잉과 설계 도면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 자료는 백남준의 주요 테크니션이었던 이정성과 라파엘 셜리가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처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 드로잉 외에 사진, 신문클립 등도 포함되고 있다. 제2전시실의 긴 벽면을 채우고 있는 <W3 World Wide Web as Electronic Super Highway>란 타이틀의 작품은 더블 X자로 배치된 멀티모니터 설치작업이다. 1994년에 최초로 발표된 이 비디오 설치작업은 원래는 그보다 20년 전 록펠러 재단 기금 신청 프로젝트로서 제안했던 계획이었다고 한다. 2채널 비디오를 통해 현대사회의 웹 문화와 대중매체에 대한 열광, 조화, 충돌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제3전시실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일부는 백남준의 싱글채널 비디오, 2부는 백남준의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작업에서부터 2000년에 열렸던 구겐하임 회고전까지에 이르는 기록 영상물로 작가의 생전의 모습과 함께 퍼포먼스의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제4전시실은 전자 수퍼하이웨이(Electronic Super Highway)영상이 담긴 대형 스크린을 중심으로 드로잉, 비디오 조각, 레이저 디스크와 멀티미디어 설치, 판화 등 백남준 예술의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볼 수 있는 방으로 꾸몄다. 상설 비디오아트 홀은 메가트론, 금관과 쿠베르탱 등 아마도 올림픽과 한민족의 기상을 주제로 한 개별 비디오 월과 조각이 안치돼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세계 유일의 야외 설치 레이저 작업인 <올림픽 레이저 워터스크린>(2001)으로 백남준 탄생 80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재단장해 공개한 것이다.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마크와 태극기의 4궤의 문양, 하늘을 운행하는 별들의 움직임과 흔적들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분수를 스크린 삼아 레이저로 구현되는 선들의 향연은 자연과 기술의 조화를 연출해낸다. 아마도 이 작품을 통해 백남준은 전 세계 인류의 번영과 화합, 평화와 공존뿐 아니라 한민족의 번영에 대한 염원을 아름답고 현란한 빛과 조명으로 축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소마미술관의 전시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작가인 백남준의 탄생 80주년을 기념하는 취지로 기획되었다고 보기에는 너무 미흡했다. 전시내용이나 작품도 빈약하지만 연출 또한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었다. 게스트 큐레이터를 쓸 정도로 소마미술관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오히려 다른 국립기관이나 아니면 백남준아트센터와 공동으로 기획을 했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여하간 소마미술관의 백남준 기념전은 전시자체보다도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를 한국미술계가 너무 홀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게 해 마냥 씁쓸함을 남겼던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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