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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풍성한 미술계 - 이불, 김수자개인전

송미숙

9월로 접어들면서 미술계는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국제 비엔날레 행사로 분주하다. 6일 광주비엔날레로 시작해 서울국제미디어비엔날레가 11일, 부산비엔날레가 22일 개막식을 가졌다. 더불어 국제아트페어인 키아프(KIAF)가 12일에 오픈했다. 미술계와 연관된 전문인들, 학생들은 서울에서 시작해 광주로, 부산으로 ‘국제현대미술의 현장’을 점검하느라 덩달아 분주해질 전망이다. 5일 동안만 열리는 키아프(KIAF) 2012에는 국내외 20개국 181개의 갤러리가 참가하며 올해의 주빈국으로는 한국-라틴아메리카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우루과이 등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14개 화랑들이 참여했다. 풍성한 시각문화와 고대 건축물을 보유하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의 현대미술 시장의 현주소와 작가들을 일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이었는지는 몰라도 동시대 현대미술에서 주요 역할을 해왔던 브라질이 제외돼 있었을 뿐 아니라 지역에서의 미술계의 특질 및 이슈-만일에 그런 것이 있다면-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9월을 달구었던 국내 전시들 중 주목할 만한 것은 국내외 주요 미술관의 개인전, 그룹전, 또는 유수한 비엔날레를 통해 두각을 나타내며 15년여 ‘국제 미술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작가 김수자와 이불의 개인전이다. 아트선재센터에서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계속되는 이불의 개인전은 크게 두 주제로 구분돼 있다. 첫 번째 것은 이불의 다양한 예술적 스펙트럼과 연구의 궤적을 드로잉과 모형 220여 점으로 개관하고 있는 스튜디오 섹션이며 두 번째 것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로서 처음 공개되는 대규모 설치 작품인 미로迷路프로젝트인 <부정의 길 Via Negativa>이다. ‘비아 네가티바’는 끊임없는 부정을 통해 신을 규명하려는 신학적 방법론에서 차용한 제목으로 작품의 설치 구조 내부는 다각도로 세워진 거울이 공간을 반사하며 구조물 중간의 양면거울은 무한의 이미지를 순환시키며 미로를 구성한다.

 




 

페미니즘 작가, 혹은 보따리 작가로 흔히 알려진 김수자의 개인전(8.29 - 10.10, 국제갤러리)은 전부가 계속 진행 중인 on-going 프로젝트 성격의 비디오 작업으로 구성돼 있으며 갤러리 공간을 셋으로 구분해 각기 다르지만 서로 연관된 문맥의 이미지와 장소를 보여주고 있다. 갤러리 3관(새로 지어진)에서는 금번 개인전을 맞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으로서 <실의 여정 Threads Routes> 1장과 2장이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으며 1장에서는 페루의 쿠스코 주변의 Sacred Valley에서부터 마추피추, 타킬레 섬마을에 이르는 아름다운 시각적 여정을, 2장에서는 벨기에 브뤼주와 크로아티아 레포글라바 지역에서부터 알함브라 궁전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다양한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레이스직조에 관한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갤러리 2관의 1층 전시장은 그린란드의 풍경을 소재로 한 물, 공기, 바람과 같은 자연의 근본요소들의 반영을 투사하고 있는 한편 우측벽에는 하늘과 바다가 서로 역전되며 천천히 변화하면서 맑고 투명한 하늘과 불안정한 파도의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보따리-알파비치>. 나이지리아의 알파비치를 찍은 비디오영상은 자국에서 강제로 추방되어 노예로 팔려갔던 원주민들의 방향상실의 느낌을 연출하고 있는 듯 싶다. 풍경을 통한 우주자연의 기본요소에 대한 관심, 그에 녹아있는 인간의 흔적과 역사의 상흔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르며 넘나드는 호흡/숨으로 이어진 듯 작가는 숨소리와 허밍의 사운드를 통해(<To Breathe>) 이를 기계의 반복적인 리듬(<방직 공장>)과 대비시키고 있다. 같은 전시장 2층은 <빨래터 Mumbai : A Laundry Field>란 타이틀로 인도의 뭄바이 빨래터, 새벽거리의 풍경, 슬럼가 골목, 노동자들이 짐짝처럼 기차에 매달려가는 출퇴근길 풍경을 담고 있다. 이번 개인전으로 김수자는 그의 이전의 작업들의 근간을 이루었던 보따리에서 보따리가 은유하고 있는 이주, 노동에 대한 삶의 여정을 탁월한 영상미로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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