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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012년을 마감하며- 올해의 작가상 2012

송미숙

2012년을 마감하는 미술계는 외면상으로는 사뭇 풍요로웠다. 인도태생의 영국의 세계적인 미술가며 한국의 컬렉터들에게도 꽤 인기가 있는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가 삼성미술관리움에서 개인전(10.25-2013.1.27)을 개최했고 국제갤러리는 현재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일조각가 최재은의 최근작, 갤러리현대는 한국의 대표적인 키네틱 아티스트인 최우람의 신작들을 올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새 관장을 맞아 SBS와 공동으로 기존의 ‘올해의 작가’를 ‘올해의 작가상’이라는 시상제도로 탈바꿈하여 처음 선보였다. 

조각 외부보다는 내부의 빈 공간을 ‘채움’의 명상적 공간으로 변환시켜 주목을 받았던 <Void> 연작부터 최근의 붉은 왁스 덩어리를 사용, 스스로 생성해가는 물질의 창조를 거대한 스케일로 실현하고 있는 대형작업까지 두루 보여주고 있는 카푸어의 개인전은 작가의 이제까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교육적이었다. 하지만 블랙박스로 의도된 전시장 때문인지는 몰라도 작가 특유의 ‘명상’의 경지를 제대로 경험하기가 어려웠고 아울러 이미 그의 작업을 쭉 보아왔던 이들에게 새로울 것이 없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둔 미술계의 관심은 현 정권의 공약의 하나로 리모델링이 막바지에 달하고 있는 서울관 개관과 더불어 앞으로의 국립현대미술관의 향방일 것이다. 임명 직후 현대미술에 대한 경험과 전공문제로 미술계에 다소 의아한 반응을 자아내게 했던 새 관장의 첫 프로젝트가 15년간 지속 되어왔던 ‘올해의 작가’ 시스템을 세계시장을 공략할 전초기지의 일환으로 작가적 역량과 잠재력이 있는 실험 작가들을 선발하는 시상제도로 개혁하는 것이었던 것 같다. 미술관이 임명한 운영위원회가 천거한 추천단의 추천으로 뽑은 작가들은 국내외 미술인으로 이루어진 심사위원단의 심사라는 복잡한 선정과 심사과정을 거쳐 1차로 선발된 네 작가/팀-김홍석, 이수경, 문경원/전준호 팀, 임민욱-은 2개월이 좀 넘는 기간을 거쳐 심사 때에 제출한 프리젠테이션에 따라 작품을 준비하고 전시했다. 전시된 결과물을 기준으로 다시 심사해 최종 작가를 골라냈고 문경원/전준호 팀이 영예의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시스템의 개혁은 일단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으며 특히 1차 심사를 거친 후보들의 전시는 작가 개인들이 자신들의 개념과 의도를 한껏 펼칠 수 있도록 공간적으로 배려한 점, 공동주최자인 SBS문화재단의 부분적인 지원으로 전시디자인과 연출에 만전을 기한 점은 높이 살만하며 그만큼 결과도 좋았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에 잠재해 있는 폭력과 억압의 속성을 특유의 비틀기와 유머로 다루고 있는 김홍석은 세 개의 방을 이용해 각각을 노동과 은유, 태도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동일한 작품에 대한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제공하며 이 얘기들은 퍼포머의 기능을 하는 도슨트에 의해 관객에게 전달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예술과 공예운동으로 더 잘 알려졌으나 말년에 『미지의 곳에서의 뉴스(News from Nowhere)』란 단편 유토피아 내러티브를 써 더 유명해진 윌리엄 모리스의 바로 그 소설 제목에서 영감을 얻어 모든 것이 자본으로 환원되고 평가되는 오늘날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예술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란 문제를 다루고 있는 문경원/전준호 팀의 신작, ‘두 개의 시선’이 이들의 카셀 도큐멘타의 작품과 함께 보여졌으며 버려지고 깨진 도자기 파편을 맞추고 조립한 후 금박으로 마무리해 새로운 형태를 부여한 <번역된 도자기>로 유명한 이수경은 이 도자기들과 함께 최근의 <쌍둥이 성좌>를 함께 전시해 보였다. 일상의 표면에 은닉된 우리 사회의 문제, 개인과 공동체의 문제, 재개발, 소수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임민욱은 김홍석과 유사하지만, 접근 방식이나 태도에 있어 훨씬 ‘공격적’이고 스펙터클하다. ‘올해의 작가상’의 2회에 걸친 선정 및 심사방법이 에르메스의 시상제도를 방불케 하지만 운영뿐 아니라 심사에까지도 기관장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에르메스와의 큰 차이였고, 더불어 작가들의 스터디 드로잉이나 기록들을 최근 오용되고 있는 ‘아카이브(Archive)’란 이름으로 별도로 설치한 것은 지나친 야심이자 사족으로 보였다는 것이 옥에 티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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