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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순철의 아티스트데자뷰(1) 전수천 b. 1947

변순철

변순철의 아티스트데자뷰(1)

글 / 전수천
사진 / 변순철

‘움직이는 드로잉’의 조형성과 새로운 장르의 창출
개별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 자연과 과학 그리고 정신 사이에 있어서 상호관계를 미적 조형으로 끌어올리려고 창의적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노력한다. 표현된 예술은 예외 없이 조형적인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건축과 시각예술, 이른바 회화, 입체, 매체가 독자적인 인문학적 의식의 경험을 표출시킨다는 이유로 조형예술로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시각적이든 비시각적이든 예술은 조형적이고 조형이다. 일반적으로 선은 감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에서 동적인 것으로 생성한다. 진행의 성격을 지닌 드로잉 선은 긴장되고 간결한 객관적 형태로 표현된다. 통상 브러쉬나 연필 등이 선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되지만 움직이는 드로잉에서는 흰 천을 씌운 열차가 붓의 역할을 대신한다. 미 대륙 위에 붓을 대신하는 열차가 동영상처럼 이동하면서 그려내는 선은 미술의 역사상 새로운 장르의 출현이라 말할 수 있다. 새로운 표현 형식의 시각 예술이면서 아날로그적 시각 언어인 움직이는 드로잉은, 이미지를 순간적으로 보여주고 보여진 이미지는 동시에 소멸된다. 그리고는 끊임없이 새로운 이미지를 그려내고 사라지는 것이다. 완성된 결과물로 남는 기존의 시각예술과는 차별된다. 어떤 의미에서는 어찌할 수 없이 자연현상을 모방하고 있는 셈인데, 이를테면 구름은 자연의 힘이나 현상으로 그림을 그려낸다. 그러나 똑같은 이미지의 그림을 그리거나 동일한 그림을 다시 반복해서 그리는 일은 없으며 있을 수도 없다. 바람이나 기류에 의해 동영상처럼 구름의 이미지가 그려지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다른 그림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환경과 장소가 다르긴 하지만 1989년의 한강 수상드로잉도 움직이는 드로잉과 같은 맥락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올림픽 운동장에서 여의도까지 9km의 강 위를 뗏목이 떠내려가면서 실행한 수상드로잉은 이미지가 움직인다는 것을 제외하면 아날로그적 시각언어의 표현이다. 수상드로잉 역시 자연이라는 환경에 주관적 조형언어의 다양성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공자는 중용에서 인간에게 가능성을 부여하고 재료와 그것을 창조하는 사고와 능력으로 연구하여 창조적 결과물을 완성시키는 논리를 성(姓)·도(道)·교(敎)라는 글로 풀이했는데, 그와 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작가는 강이라는 자연 환경에서 나무를 창의적으로 가공 운용하여 그 결과물로서의 수상드로잉을 시각 예술로 표현한 것이다.

‘움직이는 드로잉’은 조형의 근본적 틀을 유지한다. 또한 움직이는 드로잉은 담론을 이끌어내는 소통의 정거장이다. 드로잉은 전통적 붓글씨와 산수화를 모방하고 차용한다. 서예에서 보여주는 선은 긴장감과 힘의 집약이면서 정지를 이탈하고 초월한다.

선은 방향성을 갖는다. ‘움직이는 드로잉’은 자연과 닮아 흐르는 선이며 한편으로는 사람의 힘과 의지로 만들어진 철로의 선을 따라 재드로잉(Redrawing)하는 작업이다. 한강 수상드로잉에서도 보여주었듯이, 움직이는 드로잉은 미 대륙이라고 하는 대자연 위에 동영상 같은 선을 그리면서 순간순간 배경과 형태가 달라지는 셀 수 없는 프레임의 스틸 풍경화를 그린다. 하나의 스틸 컷이 독립적인 이미지를 생산하고 컷과 컷이 이어지면서 움직이는 동영상을 전개한다. 드로잉 열차가 다양한 얼굴을 가진 대지를 달리면서 펼쳐내는 공간은 정제된 시처럼 아름답다. 자연의 힘과 인위적인 힘이 붓끝에서 배어 나오는 먹의 선처럼 신비하게 조우한다.
리듬감 있는 선, 가슴에 정체성을 숨긴 채 미끄러져 달리는 선은 서사시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을 점으로부터 이어가는 선은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그림이다...(중략)








본문은 2006년도 전수천의 저서 <전수천의 움직이는 드로잉>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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