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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순철의 아티스트데자뷰(8) 이왈종 b. 1945

변순철

中道
살다보면 사사로운 일들로 끊임없이 갈등하게 된다. 선과 악, 사랑과 증오, 쾌락과 고통, 분노와 절망, 집착과 무관심 등 서로 대립되는 감정들에 휘말려서 괴로워한다. 중도란 이러한 갈등에서 벗어나 평상심을 되찾고자하는 마음이며 나는 그러한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내 그림의 대상은 꽃, 돌하르방, 배, 새, 노루, 말, 물고기, 자동차, 텔레비전, 전화기 등 생활 속에 있는 것들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찔레꽃으로 표현하고, 쾌락을 즐기는 사람을 동백꽃으로, 증오하는 사람을 새로, 고통 받는 사람을 텔레비전으로, 희망과 평등, 평화를 추구하는 사람을 물고기로 승화시켜 의인화하는 동안 나의 마음은 평상심에 가까이 다가가서 중도의 세계를 꿈꾼다.



제주생활의 中道
제주생활의 중도란 단일 명제로 10년이 지나 또 10년이 되었지만 내 그림은 그 틀 속에서 허물을 벗는 연습 중이다.
중도란 인간이 살아가는데 어쩔 수 없는 환경에 처할 때 애증으로 고통과 번뇌하고 탐욕과 이기주의로 다투는 현실 속에서 벗어나려는 하나의 방편인 듯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최고에 이를 때 결국 자기 자신은 마음의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평상심을 유지하고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길 염원하는 마음으로 중도란 소재를 선택하였다.
서귀포 주변에서 언제나 바라볼 수 있는 동백이나 매화 수선화 그리고 잡초 속에 피어나는 엉겅퀴를 비롯하여 예쁜 야생화는 나의 그림소재가 된다.
몇 년 전부터 골프를 주제로 그리는데 골프 치는 모습은 정말 멋있어 보이지만 그 분위기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하다. 평소에는 인간성도 좋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있어 보이는데 단돈 천원이라도 내기를 하게 되면 나를 비롯한 상대방도 깐깐하고 양보심 없는 인간성으로 변해 버린다. 마치 전쟁터와도 같이 험악해진다. 골프를 치면서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하여 집중력을 떨어뜨리기도 하면서, 예를 들면 뒤 땅을 쳐 공을 바로 앞에 떨어지는 실수라도 하면 ‘방향은 좋은데 거리가 짧다’라든지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면 ‘거리는 좋은데 방향이 안 좋다’라고 한다. 또는 자기비하 하는 말도 많이 한다. ‘아이쿠 바보야 바보야’, ‘바보’, ‘늙으면 죽어야지’하며 말이 거칠어진다.
당사자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데 상대는 웃음으로 화답하는 표정들이 오가며 앞으로는 전화도 하지 말고 만나지도 말자고 큰소리친다.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도 며칠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골프게임은 다시 계속 된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골프도 집착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 인생도 골프도 전쟁터와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 그림에 탱크를 그린다. 골프가 잘 안될 때에는 이생진 시를 떠올린다.



설교하는 바다 - 이생진
성산포에서는 설교를 바다가 하고
목사는 바다를 듣는다.
기도보다 더 잔잔한 바다
꽃보다 더 섬세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바다가 더 잘산다

본문은 2011년도 이왈종의 저서 『이왈종 LEE WAL CHONG』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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