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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순철의 아티스트데자뷰(16) 김구림 b. 1936

변순철

 

음(陰)과 양(陽)에 대하여
1950년대부터 2011년까지 즉 현재까지의 나의 작품은 한마디로 이러한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어렵기도 하지만 또한 그것을 설명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모순이 생길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왜냐하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시대가 변하고 모든 환경이 변하고 또한 인간의 사고도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품도 당연히 시대의 변함에 따라 변모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더군다나 나의 작품은 세월이 바뀜에 따라 그 시대의 환경 속에 생활하며 그 시대의 문명의 혜택을 받아 살아감으로 인해 그 당시의 감각과 체취가 배어있는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었으며 또한 당연히 그렇게 나와야만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남들처럼 평생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하나의 형태와 틀 속에 갇혀 세월이 변함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자기 것인 양,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며 자기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지만 이러한 작품의 행위는 나의 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현재 나의 소재들은 오늘날에 존재하는 것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곳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사용하며 생산되는 것들을 대상으로 작품의 이미지를 끌어낸다. 생성과 소멸, 변화와 발전, 삶과 죽음, 우리는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현재에 내가 존재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나이며 또한 나로 하여금 내 주위의 존재물을 인식하게 하며 사고하게 하며 활동하게 하며 무엇인가 생산하게 한다. 그것은 나로 하여금 작품이라는 존재물을 만들게 한다.




 

최근 작품에서 나는 여러가지 쓰지 못하는 폐기물들을 이용하여 그것들에 생명을 부여하고 새롭게 태어나게 하며 그것들이 서로 엉켜 하나의 덩어리로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함으로써 이 세상에 또 하나의 존재물이 탄생하게 한다. 그러므로 해서 나는 현재와 우리 시대의 신화를 창조한다. 나는 오늘이라는 시대성을 부각시켜 이미지가 갖는 상징성을 화면에 표현해가면서 현재의 인간상이나 사회를 비판하고 또한 새로움의 장을 열어 보이고자 한다. 나는 시대의 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작품도 변모를 거듭한다. 그것은 세월이 변함에 따라 인간의 사고도 변하기 때문이다. 나의 최근 작품에서는 서로 대비되거나 연관성이 없는 것들을 한자리에 병치시킴으로써 서로가 충돌하며 하나가 되게 하고 실물과 과학문명이 낳은 여러가지 물질문명의 기능을 이용하기도 하고, 그것들이 나의 작품의 소재와 도구가 되고 하나의 오브제로 둔갑되어 또 다른 언어로 새롭게 태어난다. 깨어지고 찢겨지고 더러워지고 버려진 사물은 나의 손에 의해 다시 조립되고 해체되어 변신을 거듭하면서 소생시켜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아낸다.





 

최근의 평면회화에서는 흔한 잡지나 광고물 같은 데서 유행하고 있는 인물사진이나 기호품들을 디지털 프린트로 캔버스에 실사하여 그 위에 붓질을 가하여 기존의 이미지를 지워나간다. 이 행위는 기존의 관습적이고 형식화된 필치로 어떠한 대상을 그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실사된 이미지와 실사되지 않은 비형상의 붓질이 서로 마찰하면서 이미지가 이미지가 아닌 모습으로 변신하며 또한 비이미지가 이미지로 둔갑되어지는 상황이 화면 안에서 벌어진다. 그것은 이 시대의 문화와 인간의 삶과 욕망, 선과 악, 자연과 문명 등을 작품의 언어로서 표현해보고자 함이다. 이러한 것은 음(陰)과 양(陽) 우주의 생성과 이 세상의 모든 자연과 삶, 모든 원리 생(生)과 사(死)의 법칙이 아우러진 뜻이기도 한다.

2011년 늦은 가을, 김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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