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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공예, 시선의 변화를 통해 새로움을 만나다 / 2015 청주국제공예학술회의

이현경

회의전경


현대 예술에서 공예와 디자인, 순수미술의 경계가 사라진지 오래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예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바로 재료와 기술일 것이다. 이 중 금속, 플라스틱, 섬유, 나무, 흙과 같은 재료는 공예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공예는 종종 이 같은 재료를 중심으로 미술대학의 전공이나 박물관의 수집품 등을 분류해 왔다. 또한, 재료를 어떻게 제작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공예기술은 수많은 재료를 짜고, 자르고, 누비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장인 정신을 탄생시켰다. 이처럼 좋은 재료와 뛰어난 장인 정신을 통해 만들어진 공예품은 누구나 탁월한 품질과 예술성을 갖는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공예가들은 오랜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그들만의 숙련된 문제해결 방식을 갖게 되었는데, 리처드 세넷이라는 학자는 이러한 오랜 시간에 걸쳐 체득된 공예 기술을 ‘생각하는 손’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이처럼 공예에서 인간의 손이 갖는 상징성은 시공간을 불문하고 공예를 공예답게 하는 부분이기에,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는 ‘Hands+: 확장과 공존’이란 주제를 통해 현대 공예에 대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또한 비엔날레의 학술행사인 2015 청주국제공예학술회의에서는 인간의 손과 공예의 오랜 인류학적 공생 관계를 다루고, 다시 이를 넘어서서 현대 사회의 화두인 결합과 융합의 관점에서 공예의 확장성을 논하고자 하였다. 

지난 10월 9일(금), 10일(토)에 걸쳐 진행된 이번 학술회의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접목한 공예의 하이 터치(High-Touch)의 시도들, 그리고 특히 영국 플리머스대의 메이킹 퓨처스 프로젝트 팀과의 협업을 통해 공예의 미래에 대해 폭넓은 이슈를 다루었다.

먼저 말콤 페리스(영국 메이킹 퓨쳐스 디렉터)씨는 ‘메이킹 퓨쳐스: 청주’에서 영국 플리머스미술대에서 설립한 연구프로젝트인 메이킹 퓨쳐스가 공예를 통한 물질문화의 미래를 탐구하고자 저널, 온라인, 컨퍼런스, 연구, 교육과 같은 방법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설명하였다. 현대는 산업과 자본주의를 통한 무차별적인 성장의 결과로 폐기물이 넘쳐나고, 또한 환경과 기후의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최근에는 신자본주의와 같은 이념에 따라 인간의 자원 사용에 대해 끊임없는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메이킹 퓨처스는 폐기물을 활용하여 3D 프린팅의 재료로 쓴다거나, 산업화를 통해서는 20만 달러가 소요되는 장치를 공예 기술로 5천 달러로 단가를 낮추는 등의 자원 절감의 방식을 모색한다. 발표자가 말한 바로는 이와 같은 공예를 통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도로 시작한 메이킹 퓨처스는 청주공예비엔날레와의 교류를 통해 앞으로의 연구 활동을 청주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였다.

박남희(2013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전시감독)씨는 ‘동시대 한국 공예의 예술적 확장의 발원을 찾아서: 해주 백자를 통해 본 시대 욕망과 미적 갈망’에서 한국 현대공예의 미적 정체성과 역사적 근거를 체계적으로 살피기 위해서 전통과 근대, 그리고 현대의 사이와 경계에 존재했던 북한의 해주지역의 백자를 조명해보고자 하였다. 전통적으로 우리의 도자기는 사대부들이 완물(玩物)이나 애완(愛玩)의 관점으로 바라보던 개인 수집품의 대상이었지만, 해주백자에 이르면 해주라는 상업도시를 기반으로 민요의 도자기가 근대의 대중적 수요의 대상이 된다. 또한, 도공들 스스로 민화와 같은 자유분방한 표현을 기물 표면에 그림으로써 전통시대의 표현 방식과 결별하고 새로운 예술성을 탐색하고 있다는 점 등을 통해 현대공예의 발원을 근대적 해주백자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였다.

다음으로 이틀에 걸친 발표로 첫째 날에는 ‘미래는 공예다’(로지 그린니스, 영국 공예청 집행이사), ‘공예 언론 소개’(케빈 머레이, 호주 로얄멜버른공과대 교수), ‘<아름다움과 행복> 전시를 준비하며’(알랭 드 보통, 작가,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특별전 예술감독), ‘끊어서 이어지는 빛: 나전칠기 끊임질의 진화를 통한 한국 전통공예의 가능성’(손혜원, 한국나전칠기박물관장)의 발표가 있었다. 또한, 둘째 날은 ‘21세기 공예의 정체성’(창칭위안, 대만 국립타이난대 교수), ‘제작 문화와 장인 정신’(김상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한국인의 감성: 증명해 보이고 싶은 그 어떤 것’(토니 마쉬,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공예의 힘: 가나자와시의 공예정책, 국제화 노력의 현황과 과제’(신야 야마무라, 일본 가나자와미술대학원 교수), ‘디지털 공예제작: 가능성과 위험성의 재평가’(피터 오클리, 영국 왕립예술학교 교수), ‘ 공예 특성화 교육의 발전 방향’(앤드류 브루워튼, 영국 플리머스미술대 총장)의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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