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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아시아시대 한국의 미술사연구Ⅱ / 한국미술사학회 2015추계학술대회

이현경

곳곳에 흩어진 낙엽들 위로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참 어우러졌던 이화여대의 교정에서 지난 12월 5일(토)에 한국미술사학회 2015추계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주로 한정된 분야나 장르로 정했던 그동안의 학술대회와는 다르게, 한·중·일의 도자기, 회화, 불교조각 등 다양한 장르들을 총 6개의 세션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따라서 더욱 풍성하고 새로운 논의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같은 장르나 주제를 다루더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방식을 달리한 신선한 시도들이 돋보였다. 또한, 기존의 논의를 전복할만한 새로운 자료를 비교하고 검증해보거나, 현대적인 사고에서는 으레 그럴 것이라는 관념을 깰만한 전통에서 오는 시각들을 확인할 수 있어서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토론 전경


이날 학회의 구성은 먼저 1부 패널 세션에서 패널(1) ‘이왕직 체제하 한국 서화의 전통과 변모’라는 주제로 황정연(국립문화재연구소) 씨의 ‘이왕직 관료 박주빈(朴冑彬)의 서화교류와 『서창청공(書牎淸供)』’이라는 발표가 있었고, 유지복(경북대) 씨의 ‘성재 김태석(惺齋 金台錫)의 서예와 전각’, 김예진(국립현대미술관) 씨의 ‘이도영(李道榮)의 기명절지화 연구-근대 정물화의 초기 수용양상’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같은 1부의 패널(2)주제인 ‘한국의 도자기’에서는 한혜선(가톨릭대) 씨의 ‘고려시대 첩화장식 도기의 용도와 성격’, 정다혜(서울역사박물관) 씨의 ‘조선후기 백자 고족접시(高足楪匙)의 명칭과 성격’, 타시로 유이치(서울대) 씨의 ‘아키쿠사데(秋草手)를 통해서 본 근대 일본의 조선백자 인식’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이어 2부에서는 패널(3) ‘중국의 회화’와 패널(4) ‘조선의 회화’라는 주제 발표가 있었는데, 우선 패널(3) 중국 파트에서는 손효지(홍익대) 씨의 ‘청대(淸代) 종번사상(宗藩思想)의 변천과 궁정회화’라는 발표가 흥미로웠다. 발표자에 따르면, 청은 본래 변방민족으로 중국에 조공하다가, 스스로 중국이 되어 조공을 받는 입장이 되자 한족 통치자의 천하일통(天下一統) 관념을 이어받아 중국의 전통적인 종번 체제를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켰다. 청의 종번 체계는 크게 둘로 나누었는데, 먼저 청의 입장에서 반 독립적 국가였던 조선, 유구(일본)와 같은 나라들은 오랫동안 청과의 조공체계에 익숙해져서 청조와 큰 마찰이 예측되지 않는 나라들이다. 반면 현재도 종종 중국과 마찰이 있는 티베트, 신강, 사천 등의 서쪽 지역은 표면적으로 조공 관계를 유지하지만, 군사력을 키워 지속적으로 위협이 되는 나라들이 있었다. 청은 이러한 나라들의 우두머리가 종번 관계 속에 청에 복속해 오면 회유책으로 그 우두머리의 초상화를 그려주었다. 이는 초상화를 하사 받은 이민족 수령은 청에 감동하여 더 협조를 견고히 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청조의 황제들은 궁중 화가의 그림의 화제를 직접 정하고 구도와 표현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를 회화에 반영하였는데 그 실례는 초상화 뿐 아니라 전쟁도·연회도에서 다수 확인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어 김영욱(한국학중앙연구원) 씨는 ‘왕진붕(王振鵬)의 『역대성모현비도(歷代聖母賢妃圖)』와 중국 현비도(賢妃圖) 연구’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패널(4)의 한국 파트에서는 홍혜림(고려대) 씨가 ‘조선후기 은거 이미지의 전개와 변용’을 발표했고, 김현지(홍익대) 씨가 ‘조선시대 빈풍칠월도 병풍의 도상과 기능 연구’를 발표했다. 또 패널(5)의 주제로 ‘한국과 중국의 불교조각’으로 박성연(호림박물관) 씨의 ‘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상 조성 주체와 배경’, 조충(서울대) 씨의 ‘지옥으로의 순례:대족 바오딩산(大足 寶頂山) 20호 석각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해명’의 발표가 있었다.

마지막 3부의 공동 세션의 주제는 ‘고대 불교조각을 다시 본다’였다. 먼저 배재호(용인대) 씨가 ‘경주 남산 장창곡(長倉谷)출토 석조미륵불의좌상과 선관(禪觀) 수행’이라는 발표를 했다. 이어 임영애(경주대) 씨는 ‘한국 고대 불교조각의 허물어진 ‘경계’: 국보 제78호 반가사유상’에서 삼국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매우 완성도 높은 조각미를 보여주는 국보 제78호 반가사유상의 제작 시기와 제작국을 추정해보았다. 임영애 씨는 국보 78호를 두고, 고구려, 백제, 신라의 것이라는 그간의 논란들은 그 양식을 추적하기 매우 어려운 삼국이라는 고대의 몇 안 되는 유물을 토대로 추정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기존 미술사 방식의 도상과 양식의 틀을 벗어나 당시 신라의 영토 확장과 신라의 중국과의 친밀한 관계를 생각하고, 78호 상과 매우 닮은 동위 548년, 중국 하북성에서 출토된 반가사유상과 비교할 때, 사회, 정치, 종교의 맥락에서 신라의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희정(서강대) 씨는 ‘7세기 편단우견 불입상의 기원’에서 그동안의 한국 불상의 양식을 주로 중국과 비교하던 것에 나아가 인도-동남아의 양식의 요소를 다양하게 추적하여 이들과의 비교 가능성을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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