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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공공미술, 기억, 추상

이현경

<현대미술학회 2016 춘계학술대회>

예술 작품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과거를 기억하게 하는 통로이다. 또한, 바로 지금 현재의 수없이 많은 이슈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창이기도 하다. 이렇게 시간과 공간을 담는 그릇인 예술 작품은 그 담은 형식이 구체적인가 추상적인가에 따라 그것을 지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다른 파장을 새겨 넣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어디에 놓였는가에 따라 장소 특정적인 아우라를 자아낸다. 따라서 이러한 예술 작품이 근본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시간, 공간, 작품 형식의 문제는 오랜 미술의 화두이자 최근의 변화된 환경에 맞게 버전업된 방향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주제이다. 지난 5월 13일(금)에 홍익대에서는 ‘현대미술학회 2016 춘계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의 발표는 도시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공공미술,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흔적으로 남기는 회화, 또 중국 사회의 특수한 시선이 얽힌 추상이라는 형식에 대해 논하였다. 이에 미술의 오랜 화두를 최신의 버전으로 들을 수 있는 알찬 시간이 되었다.

성원선(홍익대) 씨는 ‘도시의 공공미술과 새로운 방향들’에서 초기의 공공미술은 조각의 확장된 개념에서 시작하였으나 이후 조각품이 놓이는 장소가 꾸준히 탐구되면서 최근에는 마을만들기와 같은 도시계획 속에서 공동체의 소통 장소로 재탄생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1971년 네덜란드 손스빅공원에서 열린‘손스빅(Sonsbeek) 71’ 프로젝트는 조각공원을 좀 더 발전된 방향으로 구성한 사례이며, 당시 야외공간에 개념, 매체, 환경미술과 같은 새로운 형식의 동시대 예술을 전시하였다. 그 뒤 1977년 ‘제1회 뮌스터조각프로젝트(Skulptur Projekte Munster)’는 중세 종교의 중심지였던 뮌스터시가 2차 세계대전으로 고전 건축과 산업시설 등이 무참히 파괴되자 이후 새로이 도시를 구축하고 경관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또한, 1955년 창설된 ‘카셀도큐멘타(Kassel Dokumenta)’는 당시 미술이 아닌 카셀 지역의 경관과 자연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한 원예와 재건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이런 시도들은 점차 지역의 ‘장소-특정적(Site-specific)’인 예술 행위에 대한 개념을 싹트게 하였다. 2015년 영국 리버풀에서 진행된 ‘그랜비포스트릿프로젝트(Granby Four Streets Project)’는 건축가, 디자이너 20여 명이 주축이 된 어셈블(Assemble)이라는 미술가 그룹과 리버풀 주민이 참여한 공동체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폐기된 건축 자재를 이용하여 업싸이클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키고, 공동투자를 통해 공방을 운영하는 등 진정한 협업으로 도시재생을 이루었다. 최근이러한 공공미술의 흐름이 공공미술을 미술의 독자적인 영역으로 보게 한다.

이경애(홍익대) 씨는 ‘기억의 표상체로서 예술-독일 바이마르공화국 시기 신즉물주의 회화를 중심으로’를 통해 역사 속에 담긴 사회·문화적 기억과 예술의 관계를 탐구해 보았다. 발표자는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의 기억에 대한 논지, 즉 과거를 재구성해서 보여주는 방식은 거대 인물이나 국가적 사건을 통해서라기보다는 가장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드러나는 인간의 실존, 다시 말해 인간 실존의 폐물에서 과거가 새로이 재구성된다는 논지에 기대어,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탄생한 바이마르공화국 시기에 활동한 신즉물주의(Neue Sachlichkeit) 회화 작품을 분석하였다. 게오르크 그로츠(George Gros z, 1893-1959), 오토 딕스(Otto DIX, 1891-1969), 막스 베크만(Max BECKMANN, 1884-1950)과 같은 화가들은 전쟁 이후 전통사회의 붕괴와 대중사회가 도래하면서 각 세력이 난립하는 불안정하고 혼란한 시기와 전쟁의 참상에 대한 개별적인 경험을 담았다. 발표자는 이러한 개인의 기억이 어떻게 사회·문화적 기억이라는 공공의 기억으로 전환되는지를 살폈다.

정하윤(건국대) 씨는 ‘1980년대 중국에서의 추상에 대한 담론 연구’에서 통상적으로 20세기 초 유럽에서 시작하여 1950년대 미국에서 정점을 맞고 이후 쇠퇴기를 걷게 되는 추상미술이 중국에서는 1970년대 말에 등장하여 1980년대 크게 성행함으로써 중국 현대미술의 한 축을 이루고 있음을 설명하고, 추상미술에 대한 중국인들의 정립과정과 중국 사회에 적용하여 펼친 논의들을 추적해 보았다. 마오쩌둥(1893-1976) 시대, 서구의 부패한 부르주아 미술로 낙인 찍혔던 추상미술은 1980년대 중국의 문화예술계의 변화에 힘입어, 변화하는 중국 사회와 인민의 삶을 위해 긍정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며 나아가 필요한 분야라는 것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추상, 추상예술, 추상주의, 추상파, 추상미, 형식미, 전통적 추상이라는 여러 담론을 형성하게 되었고 이러한 다채로운 논의는 사회주의의 일괄적 지시 체계를 벗어나는 시도가 되었으며, 결국 한자나 서예와 같은 중국의 전통문화에 근거하여 추상에 대한 참으로 중국적인 해결책을 찾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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