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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이동과 변화 : 세계 속 한국미술' 강연회

신현진

세계화가 막바지에 이른 한국의 미술계에서는 여러 강연, 전시 등 여러 가지 국제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작년 11월 24일 쌈지스페이스가 주최하고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열린 ‘이동과 변화: 세계 속 한국미술’ 강연은 이 문제를 200여 명의 미술인, 관객과 같이 고민한 행사였다. 한국미술이 현 위치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한국미술과 국제 미술의 흐름을 역사와, 동시대라는 두 가지 축을 바탕으로 사회, 문화, 미술사적 맥락을 동시에 상호 참조하는 강연이었다.


이날 한성대 정헌이 교수는 이날 ‘90년대 이후의 한국미술: 비즈니스 모델의 도입인가 패러다임의 변화인가’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지난 10여 년간 미술시장의 붐 등을 함께 겪어오면서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수가 늘어나고 소비가 가시화 되어가는 한국미술의 상호 연관관계를 바라보았다. 70년대가 한국적 모더니즘, 80년대는 개별적 전시를 중점으로 모였다 흩어지는 그룹운동과 민중미술이 주도적인 방향이었던 점에 비하여 90년대는 이를 적절히 표현할 만한 키워드가 없는 점을 지적하고 이를 포스트 모더니즘적 현상임과 동시에 포스트 민중미술의 경험이자 표현이라 규정하였으며 특히 2007년 옥션 등을 통해 상업화랑의 활동이 급격히 두드러지면서 비즈니스 모델이 미술계를 잠식하는 현상을 꼬집었다. 결론으로 그는 시장에서 판단되는 미학적 가치와 순수 예술적 가치의 차이를 강조하며 현재 양분된 미학적 가치에 대한 올바른 가치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점검과 자성을 호소하였다.


바시프 코르툰은 이스탄불 소재 대안공간인 플랫폼 가란티의 디렉터이자 이스탄불 비엔날레 총감독 등으로 활동하는 큐레이터로 ‘효과적인 실험들, 쇠퇴하는 모델들’에서 비엔날레의 발전 과정을 소개하면서 비판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제기를 하였다. 비엔날레라는 용어의 의미는 2년마다 한번이라는 의미, 2년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미술관 이상의 규모로 동시대의 실험적인 작가의 견본을 보여준다는 것을 함의 하고있는데 비엔날레의 참여가 작가는 국제 아트페어로의 입성을 보장하는 보증 수표이자 징검다리로 삼고있다. 특히 아트페어는 현재 특별전을 기획, 비평적 견지를 가진 스펙타클한 작업을 소개함에따라 이제는 점점 더 비엔날레를 잠식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비엔날레 관객의 대부분인 미술품의 소비가 적은(혹은 불가능한) 인구 층에게 유효한 것인가는 질문 되어지지 않고있음을 지적하였다. 비엔날레가2년간의 준비가 가능한 전시라면 관객에게 유효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도록 미학적 실험이라는 시스템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앞으로 비엔날레와 같은 미술행사의 목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지속적 실험과 소개이어야 함을 제안하였다.


인하대 성완경 교수는 ‘맥락과 이슈 - 한국현대미술의 열린 출구를 위한 질문들’ 이라는 주제로 강연하였는데 근자의 국제, 주류미술계에 진출하고자 하는 노력들을 바라보며 해외로 진출한 동시대 젊은 한국작가들의 표본을 읽어 내고자 하였다. 이어서 그는 60년대에서 90년대에 이르기까지 프리모던에서 포스트 모던으로 직행한 한국의 미술사적 현실이 국제적 예술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문화 다원주의의 이슈에 부합하는 상업적 역학에 충실하였음을 지적하면서 새로운 문맥 형성의 과제를 제기하였다. 결론에서는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자신이 살아온 지역적 맥락에 충실해야 하며 예술이 가진 존재론적인 전재조건은 작가 그 자신이므로 자신의 활동이 예술이 되도록 하는 내공이 존재할 때 미학적 실험도 가능함을 강조하였다.


이 강연회의 마지막 순서는 팔레드 도쿄 디렉터인 마크 올리비에 와흘러가 ‘현실은 무한히 늘릴 수 있는 밀푀유’ 라는 제목으로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가르기 힘든 현시점의 예술활동을 읽어내는 태도를 강연하였다. 스텔스 전투기, 마크 타이슨, 양자역학 등 우리들을 둘러싼 현상들과 이를 표현하는 (시각)언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가 예술계 밖에서 사유 체계들, 세상에 대한 해석을 포함하는 성찰의 체계들을 수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정신 분열증적인 현 사회의 다양한 작가들의 독특한 시각을 수용하는, 다양한 범주를 가진 예술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20세기의 철학자들이 천착하였던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라는 양 축의 사이를 오가는 직관적인 미술 읽기를 권유하였다.


상기한 4명의 강연자들은 각각의 논리를 펴는 수사학은 달랐으나 예술이 예술이기를 위한 궁극적인 전재 조건으로 순수한 예술적 실험의 추구라는 그리고 그 중심에서 작가의 역할에 힘을 싣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정헌이와 코르툰은 시장으로부터 물러선 실험성을, 와흘러는 예술외적 사유체계를 동원한 열린 예술의 감지를 얘기하여 작가가 가진 새로운 실험적 언어를 축복하고 있으며 성완경은 더 나아가 주관을 가지고 문제 의식적인 자세를 갖춘 작가의 자질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미술의 미래를 작가들에게 거는 것은 혹시 너무 쉬운 해결책은 아닐까 한다. 강연 후 토론에서도 작가의 소위 ‘내공’이 거론되었다. 작가 각자의 실험도 얼마나 단단한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가가 가늠자로 대두되리라 직감할 수 있었다.



신현진(1968- ) 현 쌈지스페이스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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