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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안공간루프 홍익대 예술학과 공동 주최 세미나

성용희

대안공간루프 홍익대 예술학과 공동 주최 세미나

_예술과 자본




대안공간루프와 홍익대학교 예술학과가 공동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경기문화재단, 네오룩이 후원한 ‘예술과 자본’ 세미나는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행사였다. 세미나 당일, 2008년 2월 1일, 추운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렸고, 이는 ‘예술과 자본의 결합’이라는 주제의 의미와 시기성(時期性)을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이번 세미나가 ‘예술과 자본의 결합’이라는 주제와 현황에 대해 완벽한 해답과 정책적 결정을 제공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시아 현대미술과 자본의 관계에 대한 체계적이며 지속적인 담론형성의 초석이자 출발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시아에서 현대미술과 자본의 결합상황

오전 세션(10시-12시 50분)은 독립 큐레이터 김수현의 사회로 시작되었다. 이날 첫 세션의 주제는 ‘아시아에서 현대미술과 자본의 결합 상황’이었다. 서진석 대안공간루프 디렉터는 후기 자본주의 이후 사회의 금융화가 미술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빠르게 자본화 되어가는 현대미술계의 흐름에 대한 각성과 이에 대한 다양한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었다. 중국 베이징 코뮨 디렉터인 렁린은 중국 현대미술(시장)의 국제화에 중요한 토대이자 자극제였던 ‘베이징’이 이제는 예술과 예술가를 교묘히 상품으로 전환시키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일본에 상황에 대해서는 미즈마아트갤러리 디렉터인 수에오 미츠마가 이야기했다. 그는 일본 부동산 투자와 버블 경제 그리고 미술 시장과의 상관관계를 밝히면서, 버블 경제 붕괴 후 일본의 미술시장은 잠들어 있지만 오히려 다른 아시아 현대미술 시장과 비교해서 작품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성장의 기회일 수 도 있다고 말했다. 국립호주대학교 미술학부 교수이자 큐레이터인 차이탄야 삼브라니는 인도의 상황에 대해 발제했는데, 그는 몇몇 인도 작가의 작품을 통해‘인도’라는 아이덴티티와 특성에 대한 세계의 기대에 대해 언급하며, 그것이 인도현대미술을 세계 현대미술 속에 어떻게 위치 짓는지를 이야기했다. 경제학자이자 미술시장연구소 소장인 서진수교수께서 첫 세션의 마지막을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의 과정을 정리하면서 마무리했다. 그는 자본주의 경제는 결국 문화경제로 발전하게 되며, 이 문화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의 원천은 바로 모든 문화의 기초인 미술이라고 강조하면서 문화산업의 확장이 바로 국부의 중요한 요소이기에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술과 자본 결합의 촉진과 매개

점심식사 이후 오후 세션에서는 예술과 자본 결합의 촉진과 매개라는 주제로 두 요소의 결합과 그 매커니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논의해 보았다. 도쿄아트페어 디렉터 미샤 신은 현재 세계적으로 매년 150개가 넘는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으며, 이러한 아트페어들은 단순히 ‘예술품’을 거래하는 미술시장이라는 개념을 넘어 문화적 스펙터클을 제공하는 종합적 문화 행사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학교 사회과학 연구소의 심보선 연구원은 최근 증가하는 미술상(Art Award)을 언급했다. 즉 미술상의 증가는 변화하는 상징 경제의 논리를 드러내며 이는 예술과 상업의 구분이 결국 역전되었다는 것이다. 영국 이콘갤러리 디렉터이자 상하이비엔날레 큐레이터였던 조나단 와킨스는 아시아의 비엔날레의 증가를 ‘아시아에서 자본과 예술의 급격한 결합’의 징후로 파악했다. 이날의 마지막 발제를 담당한 조선일보 이규현 기자는 평론가가 선호하는 작가와 시장이 선호하는 작가를 구분지어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즉 시장성이 좋은 작가,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작가로 나누었지만 결론적으로 두 요소는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발제 이후 약 한 시간 반 정도 진행된 토론 시간에서는 많은 청중과 질문과 답변을 가졌고 또한 발제자들이 상호 질문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즉, 예술적 가치란 무엇인가, 작품의 가격은 어떻게 측정 되는가, 작가는 어떻게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가 등에 질문부터 미술시장에서 가격 유지 전략과 그 문제점, 한국 미술시장의 문제점, 예술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양립 가능성 등까지 다양한 질문과 의견들이 심도 깊게 논의되었다.


예술과 자본이라는 거시적인 주제에 관해 이번 세미나가 모든 것을 답하고 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이날 참여했던 발제자와 청중 모두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이 세미나가 후기 자본주의 이후 예술계에서 자본 권력의 역할과 미술시장의 생산-유통-소비의 민주적이고 대안적인 순환 시스템 그리고 향후 현대미술시장에 대한 전망 등에 대한 단초를 교환하고 이를 토대로 장기적이고 대안적인 분석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고자 한 자리가 되었다고는 감히 평가할 수는 있을 것이다.



성용희(- ) 현 대안공간루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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