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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한국서예비평학회 제2회 학술회의

장지훈

서예문화 전반에 관한 학술적 비평활동을 통해 서예비평의 건전한 발전과 서예문화의 원활한 사회적 소통을 도모하고자 창립된 한국서예비평학회(회장 송하경)의 두 번째 학술회의가 5월 24일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렸다. 서예비평이 부재한 한국 서단에서 최근 비평의 요구가 점증되면서 이번 학술회의는 그 관심이 여느 때보다 집중되었다. 서예전문가 15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는 오전10시부터 오후7시까지 12인의 발표자와 논평자가 서예문화 전반에 관한 비평과 토론을 벌였다.




제1부에서는 김응학(성균관대)의 사회로 최은철(성균관대), 임태승(성균관대)의 발표와 임종현(한국미술협회), 김병기(전북대)의 논평이있었다. 먼저 최은철은 '2008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초대작가전'((사)한국미술협회 주최) 관전평을 논제로 지난 3월 안산 단원전시관에서 열렸던 미협 서예초대작가전에 대해 평가하였다. 발표자는 “전시의 목적과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해마다 그저 그런 붓글씨를 내놓고 있거나, 심지어는 초대작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함량 미달인 일부 사이비 작가들로 인해 한국 서단을 대표하는 전시의 위상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면서 초대작가전의 가장 큰 문제는 작가들 스스로의 서예에 대한 몰상식·몰개성적 의식과 태도임을 지적하였다. 이어서 임태승은 '추서(醜書)의 심추(審醜) 의미 해석(解析)'을 논제로 최근 중국 서단을 주도하고 있는 ‘유행서풍’을 통해 출현한 ‘추서’에 관하여 논하였다. 그는 “유행추서는 글자나 장법의 정형성이 의식에 미치는 영향이나 서예가 사회적 의사소통에서 하나의 상징기호가 되는 기제(機制)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어서 예술의 사회적·역사적·윤리적 의의를 구현할 수가 없다.”면서 “유행추서는 전통추서의 졸(拙)·일(逸)·추(醜)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데다 전통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결국 신기(新奇)한 형식에만 집착한 서예풍조”라고 평가하였다.


제2부에서는 장지훈(성균관대)의 사회로 서수정(춘천교대), 이종선(성균관대)의 발표와 김상철(월간 미술세계), 노상동(서예가)의 논평이 있었다. 서수정은 '월간 미술세계 기획 2008 문인화 초대전에 대한 비평'을 논제로 지난 3월에 개최된 대규모 문인화전에 대해 진단하였다. 발표자는 기획에서 제기된 “과연 문인화가 한국화 등 다른 장르와의 차별성은 무엇일까”에 대해 문인화의 ‘화제(畵題)’를 거론했다. 이에 “화제는 선택이다.”라는 기획자의 논지에 대하여 “화제는 형식적 측면뿐만 아니라 내용적 측면에서 문인화가의 역량을 단적으로 보여주며, 문인화의 존재를 확인해주는 것”이라 반론하면서 문인화의 품격과 본질구성의 요소임을 역설하였다. 다음으로 이종선은 '물파론(物波論)과 정책의 부재'라는 논제로 서예전문 전시기획공간인 물파아트센타(관장 손병철)의 전반적인 문제를 거론하였다. 발표자는 “손병철은 스스로 평론가·기획자·사장·작가 등의 모순적인 직함을 통해 자신의 권력과 이익을 작동시킨다.”면서 “그가 주장하는 물파주의의 심물론(心物論)은 주관적으로 차용·해석되고 있으며 그의 글이 비평문으로 읽히거나 서단의 전망 따위를 밝혀주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손병철의 전시기획과 평론행태는 “작가와 작품의 아이덴티티의 형성 자체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규정짓는 권력”이라 비판하였다.


제3부에서는 김광욱(계명대)의 사회로 송하경(성균관대), 박병천(경인교대)의 발표와 문정자(단국대), 선주선(원광대)의 논평이 있었다. 송하경은 '추사(秋史)의 원교(圓嶠) 「서결(書訣)」비평에 대한 비평'을 논제로 추사 김정희가 원교 이광사의 서예론인「서결(書訣)」을 비평한 데 대해 재비평하였다. 발표자는 “원교의 필법론(筆法論)을 추사가 불명확하게 이해함으로써 엉뚱한 질문과 과도한 비난식 비평이 이루어졌으며, 이는 양명학적 사유를 기반으로 전개된 원교의 서예미학을 이해하지 못한 추사의 억지주장”이라 비판했다. 즉 “원교의 서예미학은 18세기 주자학에 대한 반성에 의해 전통에 반하는 새로운 심미활동에서 비롯되었다면, 추사의 서예미학은 19세기 고증학에 바탕한 존고정신을 통해 모화적 사대의식이 강화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해명했다. 끝으로 박병천은 '국내 서예분야 박사학위논문의 체제 및 형식에 대한 비평'을 논제로 현재까지 국내에서 취득된 서예박사 학위논문 32편 중 22편을 선정하여 논문의 체제 및 형식을 분석·비평하였다. 그 결과 주제의 참신성·정합성이 결여된 논문, 목차의 제목에 대한 장 단위 제목과의 연관성·위계성이 부적합한 논문, 각주 및 인용문 표기방법의 오류가 많은 논문, 인용문 모음집 같은 논문, 부록을 지나치게 많이 수록하여 본론이 빈약한 논문 등 서두·본문·참고사항 전반에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형식적 요건의 불충분한 실태가 정세하게 밝혀졌다. 


제4부 종합토론에서는 조민환(춘천교대)의 사회로 논평에 대한 발표자의 답변과 논평자의 재발론, 청중들의 질문이 거듭되면서 자유롭고 활발한 비평과 토론의 열기가 고조되었다. 이날 발표된 논문과 토론요지는 오는 7월에 한국서예비평학회가 발간하는『서예비평』제2호에 수록될 예정이다.



장지훈(1973- ) 성균관대 철학 박사. 현 한국서예학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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