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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인물미술사학회 하계발표회

김종길

지난 2008년 8월 16일(토), 김종영미술관 세미나실에서 인물미술사학회 하계발표회가 있었다. 인물미술사학회는 단지 작가연구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미술계를 형성하는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연구를 함으로써 미술사 연구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2005년에 창립된 학회다. 이번 하계발표회에선 미술사학자 서영희의「클로드 비알라 : 사라진 캔버스」(부제:쉬포르/쉬르파스 그룹 활동을 통한 비알라 연구), 예술경영지원센터 최창희의「백남준과 그의 예술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문제-<Good Morning Mr.Orwell>을 중심으로」, 홍익대학교 강사 김연주의「방근택의 미술비평에 대한 연구」(부제:1958~68년 비평문을 중심으로), 미술사가 김문정의「중국 이주 작가 황융핑의 작품과 정체성의 문제」등 총 네 편의 논문이 발표되었고, 이에 대해 강태성(국민대학교 교수), 이유진(백남준아트센터 연구원), 김보라(홍익대학교 박사수료), 이현경(홍익대학교 박사)의 질의가 있었다.


서영희는 1960~70년대 프랑스 현대미술에서 가장 진보적 아방가르 디스트로 자부했던 쉬포르/쉬르파스 그룹의 화가였던 비알라의 ‘사라진 캔버스’에 대한 회화적 실험과 맥락, 그 미학적 의미를 짚고 있는데, “비알라는 회화에서‘진실’을 반영하는 일루전이 결국은 캔버스 화면 위의 그려진 물감층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리고 수 백년 동안 존중되어 온 이 재현의 껍질을 제거하기 위해, 화면을 물감층과 분리시키거나 화면을 물감과 물질적으로 일치시키고자 했다. 그리고 물감의 층이 평면 스크린에서 더 이상 일루전을 만들지 않도록 캔버스의 평면을 없애고자 했다. 결국 이렇게 해서 그는 캔버스 천을 나무 샤시에서 벗겨낸 것이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의 유클리드 기하학이 내린 평면 정의에서 탈피하기 위해, 부드럽게 흔들리며 고정되지 않는 천을 회화의 쉬포르(바탕)로 삼았다”고 밝힌 뒤 “이상화된 재현 일루전에서 해방됐다”고 말하며, ‘벌거벗은 회화’로서의 열린 미술의 전례를 찾고, ‘캔버스의 경계 너머로’확장되는 시선의 주목을 역설하며, 그에 따른 비평적 논의와 전망을 풀어냈다.


최창희는 “한국에서의 백남준 연구는 대부분 백남준 작품의 형식 미학과 의도를 밝히는 데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기술적인 지식’이 근본조건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통박한다. 그는 이 연구에서 “백남준의 예술을 테크놀로지의 특성을 통해 접근”하면서 “최근 미디어 아트의 주요 특성으로 제기되는 비물질성, 비대상성의 동영상과 수용자와의 상호작용 문제를 중심으로 하여 백남준의 작품을 분석하고, 나아가 백남준이 추고하고자 한 예술에 대하여 접근”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백남준의 대표작품이며,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을 잘 반영한 1984년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는 결론에서 “백남준의 미디어아트는 다양한 미디어의 실험적 사용의 테크놀로지적 특성을 간과하여서도 안되며, 또한 테크놀로지의 특성으로만 이해될 수 없다”고 얘기한다. 즉 백남준의 미디어아트는 “열린 예술 형식으로서 인터미디어의 참여와 같은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이러한 테크놀로지의 특성을 통한 비위계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관람자의 위상을 제고시키는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연주는 “방근택은 1958년 3월 21일 연합신문에 기고한 「회화의 현대화」 문제라는 비평문으로 한국현대미술에 대한 비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1960년대 중반까지 활발하게 활동을 하면서 한국의 전위예술이었던 한국적 앵포르멜의 이론적 지지자의 역할”을 했다고 말하며 그의 앵포르멜론을 “생명적인 것으로서의 예술”, “실존적 표현으로서의 예술”, “한국적인 것으로서의 예술”로 구분지어 분석하고 있다. 김연주는 결론에서 “방근택은 앵포르멜의 특성 자체가 한국적인 것으로 가능하다고 보고 그것이 서구의 것의 단순한 모방이 아닌 또 하나의 새로운 창조로 보았다. 따라서 미셀 타피에의 앵포르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엄밀하게 말하면 그와는 다른 앵포르멜인 것이다. 생명적인 것, 실존적인 것으로서의 앵포르멜 이론은 저항과 발전이라는 전위예술론으로 확장된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미술을 전위예술과 아카데미즘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파악하는 것과 예술을 끊임없는 진보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은 다분히 모더니즘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김문정은 “작가 황융핑은 프랑스 이주 작가로 1989년 파리에 정착한 이후 줄곧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1999년 48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프랑스 대표 작가로 선정된 그는 프랑스관 입구의 천정을 뚫고 15미터의 기둥을 세워 그 위에 <산해경>에 등장하는 괴물을 설치했다”고 소개한 뒤 “왜 황융핑은 프랑스 대표작가로 선발되어 중국의 전통적 문화를 말하고 있는 것일까?”의 질문을 던진 뒤 이에 대한 답변과 상관하여 논문의 본문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 해 5월 중국 치지우빠 이슈취(798 예술지구) 울렌스 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황융핑의 회고전 '예언자의 방'을 통해 그 핵심에 다가선다. 결론에서 그는 “황융핑을 비롯한 중국 이주 작가들은 더 이상 그들 자신이 단순히 독립적인 그리고 개인적인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새로운 문화적 배경의 맥락 안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외부와의 연관 관계를 찾고자 한다. 동시에 그들은 문화혁명에서 개혁개방의 역사를 모두 겪었던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중국 문화를 다루기 시작한다”며 새로운 변화에 선 정체성의 유동적 특징을 해석하고 있다.



김종길(1968- ) 경희대 예술경영학 석사.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평론상(2005) 수상. 모란미술관 학예연구사, 경기문화재단 전문위원 역임. 현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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