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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쌈지스페이스 강연회

임경용

왜 대안공간을 묻는가 : 대안공간의 과거와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 

쌈지스페이스에서 열린 “왜 대안공간을 묻는가 : 대안공간의 과거와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 강연회는 근 1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대안공간의 활동을 정리하고, 대안공간이 한국 미술계에 미친 긍정적 부정적 영향력을 살펴본 자리였다. 작년 여름 문화사회연구소의 『대안공간의 실태조사』와 김달진미술연구소의 『시각예술시설 실태조사 및 분석』을 기반으로 진행되었다. 주최자이자 한국의 대표적 대안공간인 쌈지스페이스의 내년 폐관 소식이 하나의 그림자처럼 드리워졌던 이 자리에서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을 가진 4명의 연사들이 ‘대안공간’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를 풀어내었다.

 

첫 번째로 발표를 한 반이정 미술평론가는 월간미술이라는 한국의 대표적 미술 잡지를 통해 대안공간에 대한 한국 사회의 담론변화를 촘촘하게 추적했다. 루프와 풀, 사루비아, 쌈지로 대표되는 한국의 1세대 대안공간이 주류 미술계에 수용되기까지 어려움과 대안공간이 미술계에 투여한 긍정적인 속성을 보여주었다. 이어서 발표를 한 제로원디자인센터 구정연 큐레이터는 소위 1세대 대안공간 이후 우리 사회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대안적 활동들을 조사했다. 1세대 대안공간이 이데올로기적 구심점을 통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했다면, 대안적 문화의 속성을 공유하고 있는 지금 활동들은 서로 다른 특질과 목적들의 느슨한 연대라고 평가하면서, 우리 사회의 ‘대안성’은 여전히 적극적으로 발명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세 번째로 자리에 오른 성공회대 심보선 교수는 미국과 한국의 대안공간 위기를 진단하면서, 모두에게 적용되고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안성’이라는 것의 위기를 분석했다. 대안성이 가지고 온 성공을 정체성 기반 문화 전반이 공통적으로 겪는 성공의 역설로 진단한 그는 미국의 대안공간 사례를 통해 한국의 대안공간의 한계와 가능성에 주목하는 발표를 했다. 마지막으로 자리에 오른 계원조형예술대 서동진 교수는 대안공간을 실체가 아닌 이데올로기적 효과로 분석했는데 특히 대안공간 담론과 창의성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의 미적-경제적 표상을 동일한 것으로 보는 견해를 제시했다. 대안공간을 하나의 괄호 속 범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또한 대안공간을 경유하며 신자유주의, 전지구적 상황 아래 문화적 조건의 성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다른 발표자들과 차이점을 제시했다. 


이어 진행된 종합토론에는 루프의 서진석 디렉터, 인사미술공간의 강성원 큐레이터, 대안공간 풀 고승욱 디렉터가 토론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 모두는 그동안 대안공간이 발전하는데 기여한 국가 제도와 자본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공감하면서, 대안공간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위한 전략과 대안공간네트워크로 대표되는 협의체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대안공간의 ‘대안성’에 대한 논의가 함께 진행되었는데 지금 우리 사회의 조건 내에서 어떠한 ‘대안성’이 요구되는가에 대한 여러 입장들이 토론을 통해 드러났다. 미술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고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받는 대안공간이 한국의 대안적 문화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인가를 묻는 것이 이 강연회의 숨은 의도였다면, 이 토론회는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지난한 것인가를 효과적으로 드러낸 자리였다. 


미술계를 넘어서 기타 예술 장르와의 창의적인 협업 모델을 고민하고 제시해왔던 대안공간에 대한 자리였던 만큼 미술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사회 정치 경제적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강연자를 선정했다는 점에서 주최 측의 고려가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토론회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는 되었지만, 이 강연회에서 가장 필요하고 절실하게 요구되었던 것은 지난 10년 간의 대안공간에 대한 평가보다는, 변화하고 있는 지금 조건 하에서 대안공간 구성원들에게 요구되는 생존 전략이나 모델에 대한 논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이번 강연회는 “왜 대안공간을 묻는가”하는 제목에서 엿보이듯이, 우리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대안성’을 지난 10년 동안 대안공간을 만들어간 구성원들 사이에서 풀어낸 자리였다.



임경용(- ) 미디어버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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