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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허련 탄생 200주년 기념 특별전 세미나

황정수

근현대 미술과 소치 운림산방 화맥의 역사와 전망 

허련 탄생 200년을 기념하여 열린 이번 전시는 허련 뿐만 아니라 5대에 거친 허씨 화맥을 살펴보는 의미있는 전시이다. 그동안 허련은 김정희의 예술론을 추종한 특색없는 작가로 여겨왔지만, 사실 허련은 19세기 미술사의 중심에 있었으며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친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 세미나는 허련 예술세계의 재평가와 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를 거시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데 그 뜻을 두었다. 끝장을 보자는 기획자의 의도대로 3명 연구자(이원복, 김상엽, 진준현)의 발제와 안휘준 선생을 좌장으로 한 5명의 토론자(최태만, 김영복, 최열, 김현숙, 박해훈)가 참여한 토론은 미술사 발표회로는 유래를 찾기 어려운 장장 6시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실장 이원복씨는 ‘호남화단과 소치’발제에서 조선말기 화단은 촌스럽고 초라한 모습만은 아니며, 오히려 미래를 향한 바람직하며 긍정적인 일련의 움직임을 보인 시기이다. 문인화를 중심으로 근대성을 보인 이색화풍의 출현, 지방화단의 성립 등이 그 예이다. 이를 대표하는 이가 허련과 장승업으로 특히 허련은 호남화단 남종화의 종조가 되어 미산 허형, 미방 김익로, 호석 임현삼, 의재 허백련, 남농 허건 등으로 이어져 5대에 걸쳐 화업을 잇게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을 강조하였다. 허련을 과거 지향적, 전근대적이라 폄하하지 말고 허련을 통해 전통사회의 와해 속에서 우리의 그림을 어떻게 이해하고 계승할 것인가 하는 숙제를 해결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문화재청 문화재감정관 김상엽씨는 ‘소치허련의 생애와 회화세계’ 발제에서 허련의 파란만장한 일생과 작품세계를 많은 자료 화면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였다. 허련은 김정희의 지도를 받은 이후 평생 ‘예황법(倪黃法)’을 기반으로 그림을 그렸지만 40대 이후에는 ‘남도의 서정’을 담은 특유의 그림을 그려 후대의 전범이 된 좋은 작가이다. 회화활동의 특징은 ‘다작’과 오랫동안 계속된 ‘방랑생활’, 치밀하고도 방대한 ‘기록’임을 살폈다. 특히 조선후기 경제적 번영에 따른 서화애호의 풍조의 확산과 함께 근대적 의미의 ‘직업적인 화가’로 자리잡는 허련의 모습을 생생하게 고증하였다.

 

서울대 박물관 학예연구관 진준현씨는 ‘추사와 소치, 그리고 오원’ 발제에서 김정희의 정신세계와 예술론이 조선후기에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그동안의 연구에서 지나치게 김정희의 역할을 강조한 오해를 경제적, 정치적인 상황에 연결하여 거시적인 측면에서 관찰하였다. 한편 김정희 예술론을 가장 잘 이어받은 이는 허련 뿐만 아니라 장승업도 김정희의 예술론을 이어 완성하였다는 것은 그동안의 연구를 뒤엎는 다소 파격적인 견해였다. 그 예로 장승업은 김정희의 제자인 이상적(李尙迪)의 사위 이응헌(李應憲)의 집에 기숙하였고, 그 집에 드나들던 유숙(劉淑)을 본받으며 자연스레 김정희 예술론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며, 이를 높은 경지까지 완성시켰다는 것이다.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로 대변되는 남종화의 예술론은 김정희에 의해 주창되고 허련에 의해 추구, 전파되었으며, 장승업에 의해 또 다른 방식으로 완성된 진정한 예술의 경지는 조선말기 화단이 이룩한 귀중한 성과임을 강조하였다. 


발제에 이어진 토론에서는 허련 작품의 회화적인 본질 뿐 아니라 근대로 이행하는 시기에서 허련이 담당한 미술사적인 역할에 대한 탐색이 주로 이루어졌다. 이원복씨의 발표에 대해서는 허련의 그림이 호남 화단에 미친 영향과 현재에 이어지고 있는 역사성에 대한 질의가 주를 이루었다. 발표자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화맥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며, 그 의미를 깨달을 때 진정한 한국화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였다. 김상엽씨의 발표에 대해서는 주로 작품 속에 나타난 ‘남도의 서정성’ 파악과 ‘다작, 태작, 위작’의 문제가 제기 되었고, ‘직업적 화가’와 ‘선비, 문인화가’와의 차별성에 대한 질의가 이루어졌다. 발표자는 허련의 그림이 스승의 영향 외에 ‘남도의 서정’을 담고 있으며, 그림으로 삶을 영위한 본격적인 ‘직업화가’임을 주장하였다. 진준현씨의 발표에 대해서는 장승업이 김정희의 예술론을 완성하였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며, 오히려 허련과 달리 ‘문자향서권기’가 결여된 화보모방에 머물렀음을 질의하였다. 이에 발표자는 김정희의 절대적인 예술론이 장승업의 당대 최고조로 완결된 그림 속에 투영되어 있음을 밝혀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었다. 이 밖의 많은 질의, 응답을 통하여 허련의 작품세계는 화석화된 유물로서의 미술이 아닌 현재까지 숨 쉬고 있으며, 한국미술의 미래적 비전을 위해서 무엇을 계승하고 극복해야할 것인가의 과제가 주어져 있음을 깨닫게 하였다.



황정수(- )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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