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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09년 대학미술협의회(KCAA) 학술심포지엄

양정무

7080 청년문화와 미술

과거는 실체를 잃을 때 비로소 역사가 되는 것일까. 이와 같은 아이러니를 7-80년대 청년미술을 논하는 이번 학술 토론장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바로 어제 일 같이 생생하다고 믿었던 일들이 어느덧 실체를 잃어버린 과거사가 되면서 인위적 기억을 요구하는 당혹스런 상황을 이번 학술대회는 가감 없이 드러내 보여 준 것이다. 사실 이 학술대회와 병행하여 열린 ‘7080 청춘예찬전-한국현대미술 추억사’(3.7- 16, 조선일보미술관)의 분위기는 전시 제목처럼 추억에 대한 찬양이 담긴 듯 낭만적이었다. 전시의 참여 작가들도 때이른 단체 회고전을 맞이한 듯 여유로워 보였다. 그러나 학술대회장에서는 그 시기의 풍부한 체험이 역사적 언어로 옮겨 쓰여 지면서 급속히 파편화되는 현실이 드러나면서 불편한 긴장감이 흘러 나왔다. 7-80년대조차도 앞선 한국 근현대 역사처럼 빈약한 과거로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이 시대만큼은 생동하는 체험적 과거가 되어 현실을 압박하는 실체로 거듭날 것인가. 이번 전시와 학술대회는 궁극적으로 서구 모더니즘 미술사 연표의 기계적 대입으로 표백된 한국현대 미술사 서술방식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고자 기획되었다고 한다. 아직은 그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듯 하지만 문제 제기의 시점에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 때문에 3월 14일에 세종대 군자관에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 제기된 논의를 되돌아보게 한다. 다음은 이 학술대회의 스케치이다. 


대중예술 평론가 이영미씨는 대중의 경험과 욕구를 중시하는 문화연구에서 세대 연구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발표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식민 지배와 전쟁 경험이 없는 7080세대는 이들의 부모세대이자 전쟁세대인 3040세대가 가진 전체주의적이면서도 실리적인 삶의 태도에 여러 면에서 충돌함을 부각하였다. 7080세대는 대체로 순수와 이성적 가치를 중요시하는데 이는 어느 정도 산업화와 민주화 성취의 자신감에서 나온 이 세대의 근대성일 수 있다고 보았다. 순수와 이성적 삶의 철학을 지닌 7080세대는 고도의 자본주의 체제하에 성장한 요즘의 90.00세대의 현실주의적 삶의 자세와 또다시 충돌한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김영순씨는 극단적인 운동사 중심으로 기술되어온 한국의 근현대 미술사 서술방식에 의해 7-80년대도 단색주의나 민중미술의 이분법적인 대결구도로 파악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당시에 등장하는 이미지 회화에 대한 재조명을 요구하였다. 서정적이며 축축한 화면을 가진 한국의 극사실 회화는 팝아트적인 미국의 하이퍼리얼리즘과 다르다고 보았다. 이러한 ‘물상회화(Object-image Painting)’는 모더니즘의 수용과 그것에 대한 저항 사이의 긴장이 표면화되는 시기라는 특수조건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본격적 재담론화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아트인컬쳐 대표 김복기씨는 당시 미술현장에서 자신이 직접 목격한 체험을 바탕으로 모더니즘과 반모더니즘이라는 양극단의 대립이 상상 이상으로 치열했음을 우선 역설하였다. 아울러 양 극단 사이에 등장하던 제 3세력의 약진을 사례로서 소개하였는데 이러한 다원적 움직임을 몇몇 용어로 한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제 3세력 같이 양극단의 중간에 서있는 작가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 자세를 취했다는 비판도 가했다. 


이상과 같이 세 편의 연구발표 후 곽남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진휘연 성신여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서 발표자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는 종합 토론이 이어졌다. 7080세대 정의의 모호성과 아울러 탈모던, 반모던의 개념과 서구와 한국의 하이퍼리얼리즘의 차이를 중심으로 질의가 오고갔다. 특히 80년대 극사실 회화가 평면성이라는 점에 서는 단색주의 회화와도 깊게 연관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증언도 나왔다. 극사실 같은 이미지 회화에 대한 재평가의 필요성이 역설되자 젊은 청중들은 역사적 평가기준의 혼란함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발제와 토론 사회는 이상봉 성균관대 교수가 맡았는데, 그가 토론 말미에 던진 ‘모더니즘’과 ‘반모더니즘’을 잇는 ‘과’가 지닌 결속의 의미를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주문은 이번 학술대회의 결론으로 삼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가 이번 학술대회의 간략한 보고이다. 다행히 이번 학술대회의 논의를 묶은 단행본(대학미술협의회 편,『 한국현대미술 추억사』, 2009. 4 발간예정)이 출간된다고 하니 여기서 좀더 뚜렷한 목소리를 기대해 본다.



양정무(1967- ) 영국 런던대학교 미술사학과 철학 박사. 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미술이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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