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학술(24)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학술세미나

이현경

또 하나의 일상 - 극사실 회화의 어제와 오늘



이현경 | 예술학



여름은 아직 한창 진행 중이라는 듯 장마가 쏟아지던 지난 7월 14일(화), 성남아트센터 컨퍼런스홀에서는 8월 27일(목)까지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또 하나의 일상-극사실 회화의 어제와 오늘>전의 시작을 알리는 세미나가 열렸다. 성남문화재단과 한국평론가협회의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세미나에서는 70년대부터 서서히 등장한 극사실 회화가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때로는 단색화로, 때로는 민중미술의 범주로 양분되어 평가되었던 것을 재조명하여 우리 미술의 또 하나의 자생적 줄기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또한 7-80년대부터 2000년대의 극사실 작품들을 형식적 유사성으로 흐름을 잡고, 우리의 현대사(史)에 비추어 각 세대의 작품 속 다르게 빚어진 상황들을 살펴보고 그에 파생되는 의미를 유추해 보았다.


서성록(안동대교수)씨는 ‘극사실회화의 어제와 오늘’을 통해 70년 대 극사실 작업들이 등장한 배경에는 당시 사회의 급속한 도시화를 통해 새로운 도시적 소비 양식을 체험한 작가들이 광고와 인쇄물, 산업 제품과 같은 그들의 일상 문화를 확대조명(close-up)해서 담아낸 것에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도시화에 기반을 둔 이들의 작업형식은 2000년대까지 이어졌지만 새로운 도시 구조에 맞게 변형되었다. 발표자는 7-80년대의 손맛을 강조한 아날로그적 도시 문화는 2000년대의 기술적 진보와 더불어 디지털적으로 극사실화된 현실이라는 가상현실, 즉 시뮬라크르(simulacre)의 세계로 바뀌었으며, 2000년 대의 작업들은 컴퓨터를 거치면서 실재보다 뛰어난 색채와 형태를 가짐으로써, 7-80년대의 실재를 감성적으로 풀어내는 회화적 표현과 다르게, 그려낸 것들이 실재를 약화시키고 복제가 주목되는 감각의 영역으로 이끈다고 하였다.


윤진섭(호남대 교수)씨는 ‘한국형 극사실 회화’에서 우리의 극사실 회화에 영향을 준 미국의 하이퍼 리얼리즘(Hyper Realism)이 소비 산업사회의 황량한 허무감을 인간성을 배재한 냉철한 객관적 시각으로 보여주었다면, 우리의 극사실 회화는 산업사회에서 소외되는 인간성에 주목하고 대상에 인간적 자의식을 투영하여 사물을 해석하려는 정감적 표현이 돋보인다고 하였다. 발표자는 우리의 극사실 회화는 회화 고유의 묘사를 정치하게 하는 손의 노동을 보여줌으로서 보는 이에게 인간적 향수를 일으키고 또 이것이 미술시장에서 각광받는 이유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므로 요즈음의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한 작업들이 인간이 아닌 기술 위주가 되어 상대적으로 회화 고유의 속성과 인간성이 약화되는 점은 우려해야할 문제라고 하였다.


김영호(중앙대 교수)씨는 ‘한국 극사실 회화의 기원들’주제로 70년대 극사실 회화는 당대 미술의 주류를 형성하던 단색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새로운 형상성에 대한 관심이 내부로부터 일면서 젊은 작가들 사이에 산발적으로 확산된 결과라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즈음 60년대 중반부터 있어왔던 미국의 하이퍼 리얼리즘을 접한 작가들은 이를 통해 형상을 그리는 작업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이 젊은 작가들이 화가의 입문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절대적이었던 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을 통해 국전의 아카데믹한 사실주의의 범위 안에 포섭되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국전의, 현실과 유리된 낡은 재현 회화를 거부하고 일상의 현실을 대상으로 대치하여 보여주는 시도를 함으로써 기존의 구상적 계보와 다른 상징과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신형상(新形象)의 이미지를 보여준다고 하였다.


신항섭(미술평론가)씨는 ‘극사실 회화의 기법과 미술시장’을 통해 객관적 실체를 제시하던 사진이, 의도적 연출을 통해 주관적 개입을 암시하는 회화적 시각을 보여줌으로써 현대미술의 주류로 들어온 흐름을 타고 사진보다 더 사진같은 극사실 회화가 현대미술 시장에서 중심적 위치로 떠오른 것에 주목하였다. 발표자는 사진과 회화의 영역이 교차된 상황에서 사진이 조작을 통해 사실성을 포기하고 추상적으로 가는 기법을 통해 미술 시장의 환호를 받는다면, 극사실 회화는 포커스가 있는 사진이 기계로 재현하지 못하는 영역을 크로즈업, 시점의 고른 분포, 에어브러쉬 등의 정교한 기법을 구사함으로써 미술 시장의 관심을 받고있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이러한 요즈음의 회화는 미술의 내적 고민이 아닌 대중적 취향에 편향함으로서 상업적 수요에 발맞추고 있다고 하였다.


이상의 발표순 대로 미술평론가 이선영, 김성호, 서영희, 변종필씨의 질의가 있었다. 종합토론에서는 고영훈 작가가 극사실 회화라는 용어에 대한 정당성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이재권 작가는 극사실 회화가 타 장르에 미친 영향도 살펴볼 것을 이야기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의미를 배재하고 감각적 측면만을 강조한다 하여 예술성을 비판받은 디지털 작가들을 살피기 위해선 강렬한 감각적 영역에 은폐된 인간 존재 방식과 그 괴리감을, 기계적 패러다임의 성향으로 파악해 보고 이는 이미 회화적 손의 영역으로는 파악될 수 없는 세대의 존재 방식이므로 이를 통해 의미를 알아가는 것이 비평의 과제라는 생각을 해 본다.


학술: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