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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42)만화 밖에서 만화 속 들여다보기

이현경

학술(42)
만화 밖에서 만화 속 들여다보기



이현경 / 미술비평


시각예술에서 인물의 표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인물의 분위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자했던 화가들의 치열한 고민 속에서 발전되어 왔다. 특히 서양에서는 르네상스 시기, 인간의 개성을 중시하는 당대 학문의 흐름을 타고 골상학적 연구와 더불어 진지한 탐구가 계속되었다. 또한 동양에서는 육조시대부터 논의된 인물의 정신성, 즉 신이 전달되는 것[傳神]이 형태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고 보는 이형사신(以形寫神)의 문제가 지금까지 중요시되고 있다. 현대의 인물표현, 그 중 얼굴표정에 따른 감정표현은 이러한 역사적인 과정을 거쳐 완성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술사적 노하우가 집적된 인물표현이 가장 적절하게 그러면서도 매우 다양하게 꽃을 피운 예술 장르는 무엇일까? 단연코 캐릭터들의 주무대인 만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식물, 괴물 등이 의인화된 것까지 광의의 범위에서 인물로 파악해 본다면 현대의 만화는 이러한 캐릭터가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고 더 나아가 보는 이와 동일시되는 현상을 일으킴으로써 대중과의 소통에서도 가장 성공한 예술 장르라고 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발휘되는 만화의 강력한 힘은 바로, 인간사이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인간까지도 그 특유의 대리 충족을 통해 만화와는 원활한 소통 관계로 이끌어냈다는 점에 있다. 거기에 대중문화 특유의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억눌렸던 금지된 욕망을 세련되게 건드려준다는 점에서 다수의 사람에게 어필하는 힘을 갖고 있다. 이러한 힘을 통해 만화는 일상의 영역으로 침투하였기에 이제 우리 시대의 군상들을 살펴보는 가장 정확한 창이 되었다.


시각예술에서 가장 사회적 파급력이 있는 이러한 만화를 새롭게 조명해보기 위해 지난 1월 20일(목), 아트선재센터에서는 ‘일본 만화의 새로운 표현을 통해 문화사회학적으로 만화 읽기’라는 심포지엄을 가졌다. 이 심포지엄은 작년 12월 4일부터 시작된 ‘망가 : 일본 만화의 새로운 표현’이라는 전시의 연계 학술 행사였다. 아트선재센터에서 2000년대 이후 주목되는 9명의 일본 망가 작가들의 작품을 선정한 것은 그들 작품이 최대 9개의 외국어로 번역되어 세계인과 소통되었고, 지극히 사적 공간에서 향유되던 만화를 웹상의 커뮤니티와 미술관과 같은 공적 공간으로 도출시켰다는 점에 있다. 또 이들 작품의 예술적인 참신함이 시각예술의 보편 언어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세계적으로 감성 소통에 성공한 일본 만화를 본질적인 시각 구조를 통해 분석해보았다는 점에서 심한 학문적 자극을 받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쏠쏠했던 재미는 밤새도록 보고 또 보았던 유명 만화들을 마치 애인의 심리 파악하듯이 파헤쳐보았던 그 미묘한 감정이었다.


이토 고(만화평론가, 도쿄공예대 교수)씨는 ‘일본 만화의 새로운 표현론’에서 독자를 이야기의 세계에 몰입시키는 만화의 메커니즘을 분석하였다. 이토 고씨는 독자가 읽을 때에는 의식하지 못하는, 이 수면 아래의 메커니즘의 작동 요인이 바로 등장인물의 시선에 있다고 하였다. 그는 만화의 프레임 안에서 또는 프레임 너머를 보는 등장인물의 시선이 연속적인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동력이며, 등장인물의 내면을 반영하여 그 인물이 보는 공간을 주관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동일시될 수 있다고 하였다.


사이토 다마키(평론가, 정신과 의사)씨는 ‘만화의 캐릭터’에서 캐릭터의 조형은 얼굴 표현에서 결정된다고 하였다. 그는 우리의 심리는 부정형의 형태에 눈만 그려 넣으면 얼굴로 인식하는 인지 심리를 갖고 있기에 대부분의 캐릭터에서 보이는 얼굴 표정의 명확성이 만화의 전달력을 높여준다고 하였다. 얼굴 표현에는 다양한 감정을 나타내는 복잡한 코드가 존재하지만 만화에서는 예를 들어 땀방울 표현, ‘파칭’하는 십자표현 등의 부호는 복잡한 폴리존이 아닌 식은땀이구나, 화났구나하는 단순한 유니존을 이끌어낸다고 하였다. 또한 한 프레임 속의 얼굴 표정, 테두리선, 배경의 효과선, 대사라는 이 4개의 중층적 표현이 오직 한 감정만을 설명하기 때문에 쉽고도 높은 효율의 인지-인터페이스가 가능하다고 하였다.


최흡(조선일보 경제부 기자)씨는 ‘만화와 망가의 별리’에서 한국 만화에서 일본 망가의 영향은 너무나 크지만 그 속에서 우리나라 특유의 독자적인 사회상이 반영된 지점들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발표자는 우선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일본 망가와 한국 만화의 공통점으로 6·70년대의 내셔널리즘의 강조, 8·90년대 내면을 중시하는 낭만파적인 흐름을 설명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잡지, 단행본 형태의 일본 망가 시스템과 웹툰 형태의 한국 만화 시스템은 차이를 갖게 되는데 특히 만화에 대한 주 결정권을 갖는 게이트키퍼(Gate-keeper)의 역할이 일본 망가에서는 여전히 편집가가 갖지만, 한국 만화에서는 독자가 갖게 됨으로서 만화 시장의 변화가 확연히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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