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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43)2011 한국디자인 DNA 세미나

이현경

학술(43)
2011 한국디자인 DNA 세미나



이현경 / 미술비평


지난 2월 10일(목), 코엑스 홀에서 한국디자인 DNA에 관한 세미나가 있었다. 한국디자인 DNA란 현대의 우리나라 디자인이 나아가야할 비전을 우리의 전통 문화에서 찾아보고자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주관하여 지난 2010년부터 진행된 프로젝트의 명칭이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우리의 다양한 전통 문화를 각 분야별로 나누고 그 분야에서 대표성을 띠는 작품을 추출하여 이들 작품을 디자인적인 개념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각 분야의 대표 디자인에서 보이는 한국 미술의 미적 원천을 정신적·형태적 맥락으로 추출하여 현대적 모티브가 되는 공통적인 특성들을 데이터베이스화 하고자 하였다. 이 프로젝트의 상위 카테고리는 총 7개로 자연·건축·가구·도자/유기·의복·시각문화·예술로 구분되었으며 이 7개의 분야에서 다시 43개의 주제로 나누어 연구되었다. 지난 세미나는 이렇게 연구된 내용들을 4개의 세션으로 나누어 간략하게 발표했던 시간으로, 동시간대에 많은 주제의 연구가 발표되었기에 모두 들어볼 수 없었던 점이 심히 아쉬웠다. 그렇지만 보다 관심을 두었던 예술 분야 중에서 추사와 실사구시, 민화, 모던 아트, 겸재와 진경문화, 단원의 풍속화란 주제별 발표를 소개하고자 한다.


연구자의 이름과 연구 대상의 이름이 같아서 누가 뭐래도 찰떡궁합이라고 소문났던 김정희(전북대 겸임교수)씨는 ‘추사체에 나타난 파격과 고졸의 조형성 연구’를 발표하였다. 발표자는 추사 김정희 서체의 양식적 특징을 첫째 점획의 다변성에 따른 묘미, 둘째 획의 태세(太細)·장단(長短)·고저(高低)·곡직(曲直)의 현저한 차등에 따른 대비, 셋째 전절(轉折) 부분의 강조, 넷째 점획의 위치 변화에 따른 생동감이 넘치는 구성미로 설명하였으며 이러한 특성을 통해 김정희의 서체는 비균제미 속에 보이는 완숙성(完熟性)과 달관된 완롱성(玩弄性)의 멋이 보인다고 하였다.

정효심(한국전통문화연구소 연구원)씨는 ‘문자와 책가도에 나타난 디자인 요소’에서 민화는 우리의 생활철학과 감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미의식으로 승화시킨 산물이며, 이는 질박함, 순수함과 순진함, 해학과 익살, 자연합일과 같은 미의식을 보여주고 이러한 내적 DNA를 토대로 민화의 독특하고도 다채로운 조형성과 같은 외적 DNA를보여준다고 하였다.


조경진(연세대 철학과 박사과정)씨는 ‘한국근대미술의 디자인 DNA와 그 원형-전일주의’에서 김복영 교수에 의해 제기된 전일주의(全一主義)는 주체와 객체, 인간과 자연, 정신과 물질, 현상과 실재, 표면과 이면, 부분과 전체, 중심과 주변 등의 이분법적 관계항들을 대립이나 분리가 아닌 상호 귀속과 상호합일의 관계에서 보는 관점이라고 설명했으며, 우리의 근대 미술에서는 공통적으로 이러한 전일주의적 시각성과 형식적 특성이 보인다고 하였다.


이현경(서울시립대 강사)씨는 ‘우주의 구조와 원리를 조선의 산수로 풀어내다-구도와 시점을 통해 본 겸재 정선의 예술세계’에서 조선후기 사회를 주도했던 경화사족(京華士族)의 경험적 세계관 속에서 잉태된 정선의 예술은 그의 첫 출사(出仕)가 관상감(觀象監)의 천문학(天文學) 겸교수의 이력을 지녔던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당시 천문학과 연관된 상수학(象數學)적 지식체계와 연관하여 살펴볼 수 있다고 하였다. 발표자는 정선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조선의 산수는 변화하는 천지의 운행을 형이상학적 원리로 풀어본 모습이며 여기에는 자연만물을 유기체적 순환구조로 바라보는 음양상착(陰陽相錯)의 조화미가 보인다고 하였다.


변청자(한국조형디자인학회 사무국장)씨는 ‘단원 풍속화에 담긴 조형미, 단원다움’에서 김홍도의 풍속화는 배경의 삭제를 통해 주제를 부각시키고 이와 동시에 공간적으로 영원한 현재성을 획득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김홍도는 인물의 배치와 시선의 흐름이라는 두 관점을 복합적으로 적용시키면서, 여기서 도출되는 시선의 흐름을 따라 완결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기 때문에 가장 명확하고도 다채로운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상의 발표 외에 시각문화 분야인 지리도-김경균(한국정보공학연구소 소장), 행실도-신동천(안그라픽스 차장), 의궤-이동연(한국기술교육대 교수)씨의 발표들은 참으로 길었지만 긴 시간만큼 비례하여 무척 흥미로웠다. 이번 세미나는 특히 국가 기관이 주도하여 우리나라의 디자인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시대 간, 학문 간의 높은 벽을 허물고 융합의 방향을 가졌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되었다. 물론 언어화되기 쉽지 않은 많은 예술의 다양성을 어떻게 정의하여 데이터화할 것인가에 대한 난제도 염려되지만 이러한 모처럼의 뜻깊은 시도가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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