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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44)한국미술연구소·동경문화재연구소 한일 공동 심포지엄

이현경

학술(44)
한국미술연구소·동경문화재연구소 한일 공동 심포지엄



이현경 / 미술비평


우리나라에서 한국미술이 근대적인 분과 학문의 하나로서 미술사의 서술체계를 갖기 시작한 때를 생각해보면, 식민지 시기 주로 일본에 의해 조선미술사로 분류되고 서술되기 시작한 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일본은 근대화의 물결을 타고 서구의 전형을 따라가려고 애를 쓰던 시기였으므로 미술사에 있어서도 1860년대 대두된 근대 독일의 민족 통합을 위한 자국 중심의 관점을 모델로 삼았다. 근대 일본은 독일이 자국의 문화와 역사를 통해 민족을 결합한 시점으로 미술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덧붙이는 길을 따라 과거 미술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국수적인 황국사관과 밀착된 미술사학으로 특수화 시켰다. 한국미술사는 식민지시기를 거치면서 이러한 국수주의적인 미술사학을 기반으로 좀 더 복잡한 시선체계가 들어가게 된다. 한국미술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 동안 혼란스러웠던 우리의 현대사를 따라 이데올로기의 관점이 드러나기도 하면서 크게 식민주의와 반(反)식민주의의 사관의 양극적 대립관계를 통해 수립되고 표상되어 왔다.


한국미술사가 학문으로 정립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그 시선에 따른 평가를 통해 때로는 대중을 정치적으로 선동하는 동력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미술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시선의 역학을 갖는다. 지난 3월 12일(토)에 한국미술연구소와 동경문화재연구소의 공동 주최로 진행된 심포지엄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과거 미술에 대해 이러한 현재의 미술사가 내리는 평가가 갖는 힘의 문제를 논의해 보고자 하였다. 한국미술연구소에서는 1995년 이후 발행된 『미술사논단』을 통해 미술사의 다양한 시선을 다뤄왔다. 또 동경문화재연구소에서는 더 오랜 역사를 지닌 『미술연구』(1932년 창간)를 통해 동아시아미술과 이를 둘러싼 사람과 작품 사이의 관계성을 논해왔다. 이번 심포지엄은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 또한 시대와 상황에 따라 계승·변질 또는 소멸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지만 이것이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임을 인식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그리고 이를 다루는 연구자들이 가치평가에 대한 시선의 문제를 보다 사명감을 가지고 철저히 연구할 것을 부탁하는 자리이기도 하였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본 연구자들은 미술사를 둘러싼 한 개인의 가치 평가에 대한 문제가 밥 먹으면서 그리고 수다떨다가 일상적으로 말하게 되는 생활화된 고민거리라는 점이었다. 시선의 문제는 늘 고민해야하는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심포지엄과 같은 환경이 아니면 쉽게 이야기하지 않는 우리의 연구 풍토에 비해 연구자 다수가 일상생활에서 공유하는 이러한 자세는 참으로 배울만하다고 생각했다.


기조강연을 맡은 다나카 아츠시(동경문화재연구소)씨는 ‘창작과 평가 : 요로즈 데쓰고로의 <풍선을 든 여인>을 중심으로’에서 근대 일본에서 가장 먼서 서구 미술 사조들을 수용한 요로즈 데쓰고로의 작품관을 이전의 ‘수용’이라는 관점과 다르게 당시 이 화가가 작성한 사생첩을 토대로 작가의 세계관을 비롯한 창작관을 보다 치밀한 검토를 통해 파악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와타다 미노루(동경문화재연구소)씨는 ‘산수장권의 고찰 : 셋슈에 대한 재평가를 위해서’에서 한국 미술사에서도 조선전기 산수화와 관련하여 자주 언급되는 15세기 화가 셋슈 토요가 거장이라고 칭송되는 화가임에도 불구하고 단편적인 자료밖에 없어 체계적 관점을 수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단편적인 자료들을 모아 일련의 관점을 수립하는 연구를 보여주었다.


장진성(서울대)교수는 ‘애정의 오류 : 정선에 대한 평가와 서술’에서 그동안 진경산수화의 대가로서 수많은 연구자들에게 해석되어온 정선의 평가가 연구자가 오랫동안 붙들고 있으면서 생기는 개인적인 애정에서 비롯된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이 오류들을 보다 객관화된 자료들로 수정해보고자 하였다.


에무라 도모코(동경문화재연구소)씨는 ‘에도시대 초기 풍속화의 표현세계’에서 일본의 국보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된 다채롭고 세밀한 풍속화에 대해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는 정보를 얻기 위해 VR·적외선 화상·고정밀 화상 등의 디지털 장비를 통해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이 연구의 방법은 필자에게 큰 도전과 감동을 주었다.


문정희(한국미술연구소)씨는 ‘석도, 근대의 개성이라는 평가의 시선’에서 석도라는 인물과 그 화풍이 근대 중국에서 전통주의자들과 개량주의자의 시선에 어떻게 달리 평가되는지를 알아보고, 또 석도가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읽혀졌는지 다양한 기록을 통해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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