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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45)미술사학연구회 2011년 봄 정기 학술대회

이현경

학술(45)
미술사학연구회 2011년 봄 정기 학술대회



이현경 / 미술비평


1968년 5월 프랑스에서 일어난 68혁명은 당시 집권자였던 드골 정부의 모순된 정치 실정에 저항하기 위한 프랑스 국민의 총파업투쟁이었고 이 투쟁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지만 이 68혁명이 전세계의 지성 사회에 미친 영향은 광범위하다. 이 운동을 기점으로 서구의 모더니즘적 지향점이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60년대 후반인 이 시기가 되면, 근대 서구가 발전을 향해 맹목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발판이 되어 주었던 학문적 뒷바침도 이제 완고한 기성 사회를 더 완고하게 지켜주는 방패막이밖에 되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문화·예술을 보는 잣대 또한 이러한 학문적 뒷받침 속에서 배타적인 종교, 애국 또는 국수주의, 권위에 대한 복종 등의 보수적인 가치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어났던 68혁명은 이러한 완고했던 시선의 잣대에 대한 반성의 움직임이었으며 이로 인해 서구의 기득권 중심의 시선을 대체하는 평등·성해방·인권·공동체주의·생태 등의 진보적인 이념들이 사회의 주된 가치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하였다.


소위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이야기될 수 있는 이러한 다원주의적 시선은 특히 동양 미술을 그동안 서양 미술에 대해 열등한 존재로 위치 지었던 시선을 걷어내고 동양의 미술이라는 그 자체적인 역사성과 사회성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지난 4월 9일, 한성대에서 있었던 미술사학연구회의 학술대회에서는 이러한 다원주의 시각 속에 위치한 동아시아의 현대 미술에 주목하여 그동안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이들 작품들의 독자적인 위상들을 설계해보고자 하였다. 현대의 동아시아 미술은 서양과 동양·과거와 현재·글로벌과 로컬·정치와 문화·개인과 사회 등의 무수한 관계망을 끌어들이며 의미화 작업을 거치고 있기에 이를 연구하는 논자들에게는 이들 작품이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자료 조사와 정확한 판단력이 요구된다. 이에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동아시아 미술 중에서 특히 한·중·일 작가들의 최근 작업들을 대상으로 이들 작품들이 각 나라의 현실적인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서 그 이면에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었는가를 짚어보고자 하였다.


여기에 이번 학술대회에서 감지한 한 가지는 21세기의 시대, 수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설명하려고 했던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도 이제는 진부해지려고 하는 지금의 시기에 대해 여러 논자들은 충분히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이번 학술대회의 제목 ‘현실과 재현 : 동아시아 현대미술의 쟁점들’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의 상황들에 대한 대처방안을 ‘쟁점들’을 통해 진지한 고민을 해보자는 의도로 들려왔다.


고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씨는 ‘아트에서 시각문화로 : 동아시아 팝아트 작가들과 후기 식민주의 논쟁’에서 90년대 이후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무라카미 다카시와 최정화를 후기 식민주의의 입장에서 분석하였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일본의 버블 경제의 붕괴 이후 대두된 일본의 하위문화, 오타쿠 문화를 포섭함으로써, 최정화는 싸구려 일상 용품을 쓸어 모아 키치를 내세움으로써 소위 주류 예술의 취향으로부터 분리되는 작업을 해왔다. 발표자는 이들이 고정된 정체성을 부정하고 타자화된 자신들의 위치를 혼동시킴으로서 예술적 정체성 자체를 문제시하고 있지만, 이들과 같은 비서구권 작가들이 국제 미술계에서 선택, 해석, 전시되는 양상을 볼 때 여전히 서구적 권력 구조 안에서 ‘선택’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박남희(서울과학기술대)씨는 ‘한국 현대미술의 리얼리티와 재현 : 1980년대 백남준 귀환의 사회적 의미’에서 친일파 거부 백낙승의 아들로 태어난 백남준이 식민지 잔재 청산, 6.25, 군사정권, 그리고 80년대 국제주의적 시각을 거친 우리 사회 속에서 어떻게 작가로서 위치 정립되는가를 다루었다. 발표자는 당시 한국의 상황에서 0.001%의 조선인이었던 백남준이었기에 그가 대중의 현실적 사유와는 거리가 먼 유목정주민으로서의 삶의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던 이유를 서술하고 백남준을 수용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의 변화를 설명하였다.


유정아(서울대)씨는 ‘포스트사회주의 시대 : 현대화의 환상과 스펙터클-중국 싼샤댐 건설을 중심으로’에서 중국의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보여주는 싼샤댐 공정 홍보 사진이 보여주고 있는 과학기술의 찬양에 대한 허구적 맥락을 분석하였다. 발표자는 중국 싼샤댐의 사진들은 마치 진보를 맹목적으로 신뢰했던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의 사진들과 유사하며, 이 사진들 이면에는 강제적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백만 명이 넘는 주민들과 공사 현장의 일꾼들이 받는 비인격적 대우가 있었다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논의 외에 김주원(홍지예술학연구소)씨의 ‘1960년대 한국에서 재현의 문제와 구상/추상 논쟁’과 배수희(홍익대)씨의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한국 미술의 탈장르 경향’를 통해 6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가치 정립에 대한 치열한 논의를 다루었다. 또한 박계리(이화여대박물관)씨는 ‘백두산 재현과 시선의 역학’에서 우리에게 아직은 낯선 북한 현대미술의 경향을 흥미롭게 소개하였다.


보통 학술대회 맨 마지막에 하는 토론·질의 시간은, 정말 그러면 안되지만 참으로 지루한 시간들이었는데 이날은 유정아씨의 발표에 대해 문정희(한국미술연구소)씨의 날카로운 소견이 빛을 발하면서 끝까지 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으로 유익한 토론시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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