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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48) 2011 마을미술프로젝트

이현경

학술(48) 2011 마을미술프로젝트
이현경 / 미술비평


마을미술프로젝트는 생활공간을 예술공간으로 가꾸자는 취지 아래 지난 2009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미술 지원 사업의 이름이다. 이 프로젝트는 2005년 후반부터 2008년 초반까지 활성화를 보였던 미술 시장의 경기가 2008년 말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당시 미술관을 비롯한 작가들의 생활 여건이 어려워지자 문광부가 한국형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시작한 것이다. 2009년 시작된 미술 시장의 침체는 그 당시 우리나라 경제 전반의 경기 침체에 연동된 결과라고 볼 수 있기에 문광부에서는 1930년대 미국이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공공사업을 추진했듯이, 미술 시장과 더불어 경기 침체가 되면 더욱 경제·문화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지역을 살리기 위한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미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접근이 취약한 지역이 곧 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미술과 경제가 보완되고 또 이 둘이 시너지를 올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마을, 즉 시골 마을이 이 프로젝트의 주 대상지로 선택된 것이다.


이 마을미술프로젝트는 도시 공간을 주 대상으로 하는 환경조각이나 주로 장소성을 배려하지 않는 건축조례의 미술장식과 다르게, 미술을 통해 지역 사회와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거시적으로는 미술이 직접 생산에만 의존하는 지역민의 소득활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동안 경제와는 “안녕?”하고 지냈던 미술계 사람들에게도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프로젝트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다만 일부 공공미술 사업의 선례를 보면 미술이 진정으로 소외된 지역과 소통하지 못하고 또 공공성을 드러내기보다는 단지 그 곳의 환경미화를 좀 더 거창하게 했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는 점에서 일말의 우려가 생기긴 한다. 그렇지만 지난 7월 14일(목), 2011 마을미술프로젝트 추진위원회가 주관하여 열었던 세미나를 통해 충분히 이 공공미술이 안고 있는 과제들을 실천하기 위해 현장에서는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2009년과 2010년, 두 번의 마을미술프로젝트가 거쳤던 시행착오들을 보완하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실천적인 내용들을 공개하고 또 이와 유사한 취지의 일본의 우수 사례와 지난 사례들을 통해 좀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고 모색하고자 하였다.


서성록(안동대 교수)씨는 ‘마을과 미술이 만났을 때-마을미술프로젝트를 중심으로’에서 2009년, 2010년간 다양한 명칭으로 진행되었던 마을미술프로젝트를 살펴보고 이 프로젝트의 방향과 특색을 점검해 보고자 하였다. 발표자는 이 사업을 통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긴밀한 협조가 조성되고, 또 그 동안 지역민만 알고 있던 그 지역의 역사, 생태적 콘텐츠를 스토리텔링하면서 주민참여를 유도하고, 폐교·창고·광장과 같은 공공시설이 활성화되는 점은 좋은 점이지만 촉박한 기간 안에 소액다건의 작품을 설치해서 작품의 수준과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것과 단지 관광진흥의 목적 하에 축제성에 그치는 점들은 경계해야 한다고 하였다.


박수진(행복프로젝트 미술감독)씨는 ‘2011 행복프로젝트 : 신(新)몽유도원도-다섯 갈래 행복길’에서 2011년 3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마을미술프로젝트의 추진방향과 전략, 사업목표 등을 설명하였다. 현재 경북 영천시 화산면 가상리 일원에서 참여작가 50명과 함께 진행되고 있는 행복프로젝트는 생태, 지리, 문화유산이 돋보이는 가상리를 안평대군이 몽유도원을 거닐 듯이 마을길을 통해 거닐어 보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그래서 교통의 요지임에도 불구하고 인근 도시로부터 유입되는 관광객이 매우 적고, 또 뛰어난 자연환경과 문화유적이 있음에도 이를 연결해주는 매체가 없어 활용도가 낮은 마을을 보완하고자 하였다. 발표자는 걷는 길·바람길·스무골길·귀호마을길·도화원길이라는 다섯 루트를 통해 가상리를 예술마을로 메이킹하고 장기적으로 도시인이 선호하는 귀농후보지로 기획하고 있다고 하였다.


기타가와 프람(일본 에치코츠마리트리엔날레 총감독)씨는 ‘일본, 에치코츠마리트리엔날레 사례’에서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에치코츠마리 지역의 대지 예술제가 장기적 계획과 일관된 컨셉으로 극소외된 지역과의 소통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였다. 세계 40여 개 국이 넘는 작가들이 참여해서 매해 다양한 전시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으로 예술이 지역을 재발견한 예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김이순(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씨는 ‘한국 공공미술의 전개 양상’에서 지금까지 있어왔던 한국의 공공미술이 계몽적 성격에서 공간 환경 개선으로 그리고 지역공동체 기반의 공공미술로 전개된 양상들을 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점은 기타가와 프람씨에게 누군가 한국에서 공공미술프로젝트 감독으로 일할 생각이 없냐고 묻자 기타가와씨가 지금하고 있는 일본의 에치코츠마리프로젝트에 계속 집중하고 싶다고 대답했던 점이다. 이 대답을 듣고 왠지 그처럼 우리도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매 해 장기적으로 책임지고 업그레이드시킬 소명의식이 있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 해 줄 수 있는 제도가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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