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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대학로 예술가의 집, 이 달의 콜로키움

이현경

공공성, 공공미술, 환경디자인, 도시공간의 문제
이현경 / 미술비평



가을의 문턱을 알리는 듯 지난 10월 15일(토)에는 많은 비가 내렸다. 비에 쓸려 내리는 거리의 가로수 잎들이 어수선한 가운데 회색빛 하늘아래의 공간, 대학로에서는 자동차의 전조등 불빛과 사람이 뒤엉켜 서울이라는 독특한 도시의 향취를 내뿜고 있었다. 도시공간 속에서 주말을 맞은 사람들의 표정이 약간의 여유로움과 흥분을 드러내는 가운데, 같은 공간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는 이러한 도시공간에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진정한 공공성은 어떤 방향을 가져야 될지에 대한 콜로키움이 있었다.


이번 콜로키움의 발제자는 각 분야에서 오랜 실무 경험을 갖춘 디자이너 안상수씨와 건축가 승효상씨였다. 두 분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도시공간을 어떻게 구축해야하는가에 대한 세계의 모든 도시의 공통적 화두를 다루었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의, 서울이라는 고유한 지형속에 잉태된 독특한 에토스(Ethos)를 갖고 있는 우리만의 도시공간에 대한 차별적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번 주제의 대상이 홍대 주변과 청계천, 광화문 일대라고 들었을 땐 실무 경험자들인 만큼 그곳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사례와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잔뜩 기대를 하였다. 그런데 막상 들어보니 공공성이란 주제에 대한 원론적 개념을 말하는 강연회와 같다는 생각에 실망감이 들었다. 그러나 처음의 이런 얕은 생각은 콜로키움이 끝났을 때, 깊은 반성모드로 바뀌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오랜 경험을 갖춘 두 논자의 여유로운 설명 속에서도 실제로 그들이 부딪히며 고민하다 체득한 일종의 철학적인 성찰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안상수(홍익대 교수)씨는 “작은.것..밑에서..사람으로부터.. 큰.것..위에서..미래로..”에서 한글 서체를 개발한 분답게 발제문에서도 시적인 타이포그래피의 멋이 느껴지도록 작성하였다. 여담이지만, 이런 발제문은 이분 밖에 만들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발제자는 젊음과 저항정신이라는 문화적 코드가 녹아든 홍대 근처의 상수동 골목을 대상으로 도시디자인의 방향을 설명하였다. 발제자에 의하면, 골목은 어둡고 도시에서 배제된 공간처럼 보이지만, 숨을 곳이 있는 이곳에서 생명이 태어나고 창의적인 발상이 잉태된다. 편리함을 목적으로 도시계획을 하는 사람들에겐 대로가 확충되는 것이 옳은 방향이고, 골목은 불편한 곳이다. 그렇지만 서울의 맥을 살린다는 개념에서 보면, 상수동 골목은 북한산 보현봉에서 와우산까지 잇게 되는 산과, 땅과, 물의 맥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발제자는 골목이라는 말단을 디자인하는 것이 곧 더불어 사는 삶을 디자인하는 것과 같다고 보았다. 또한 이런 도시 계획은 우리 세대가 모든 것을 할 수 없으므로 다음세대를 위하여 긴 안목을 갖을 것을 말하였다.


승효상(이로재건축사무소 대표)씨는 “ ‘다시’, 내가 서울시장이라면”에서 조선 개국 당시 한양을 둘러싼 네 개의 산(內四山 /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과 바깥에서 둘러싼 또 다른 네 개의 산(外四山 / 북한산, 용마산, 관악산, 덕양산)이 어울려 만드는 수려한 풍광을 보고 수도로 결정했을 만큼 아름다운 산세가 이미 중요한 랜드마크인 서울이라는 도시는, 모든 도시가 평지에 개념적인 기하학적 축을 두고 구상되는 서양의 도시들과는 다르다는 말로 서두를 시작하였다. 발제자는 이미 고대로부터 서양인들은 도시를 만들 때 머리 속에서 그 도시에 대한 개념을 다이어그램으로 먼저 그리고 그 그림을 실제로 건설하기 위해 평지를 찾아 도시를 만들기에, 중심과 주변이라는 위계가 명확하며, 모든 도시적 일상이 축 선상에 놓이게 되고 결국 계급적 사회를 강화시킨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런 도시의 효율적 관리와 기능의 극대화를 목표로 삼는 마스터플랜은 중세에는 정치와 종교 권력의 실행의 수단이었으나 현대에는 자본과 경제권력의 수단이다. 우리는 지난 시대 경제 성장과 개발이라는 목적 아래 수없이 많은 서구적 복제품으로 신도시를 건설했고 또 그 속에서 충분히 서울의 고유한 역사성과 자연성을 훼손하였다. 이에 발제자는 서울의 산맥과 수맥을 되살리는, 생태적 연결고리로 네트워크된 사회를 구축하면 도성 안은 개발이 빠진 비움의 도시가 되지만, 이런 도시야 말로 산과 물과 집이 어울리는 소통과 공생의 도시공간이라고 하였다. 즉 발제자는 장소 자체가 해답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장소에 기록된 오랜 정주방식, 즉, 터의 무늬를 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토론 시간에 기억에 남는 승효상씨의 대답을 꼭 적어두고 싶다. 한 질의자가 터의 무늬(터무니)를 살리지 않고 개발 논리로 인공 도시로 바꾸는 서울시의 정책에 우리가 데모라도 해서 그런 정책에 반대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물어보자, 승효상씨는 건축 자체가 원래반(反)생태적인 것이라며, 우리의 땅은 산이 70%이기 때문에 건축이 설자리가 없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달동네처럼 산을 존중하는 주거형태가 되면 더 좋고, 또한 모든 것을 다 생태적 원형으로 되돌리는 것도 새로운 폭력이 될 수 있기에 기존의 건축도 시간 속에서 아우라가 깃들 수 있도록 지켜보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하였다. 여기에 한 가지, 사람들이 건축을 부동산의 논리에 따른 개인의 소유물로만 보지 말고, 사회와 시민이 함께 공유하는 자산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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