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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제54회 전국역사학대회 학술대회 한국미술사학회

이현경

국경을 넘어서
이주와 이산의 역사

 
이현경 / 미술비평


거리에 떨어진 노란 은행잎에서 전혀 찬기운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포근했던 지난 11월 5일(토), 고려대에서는 제54회 전국역사학대회가 있었다. 역사학에 관련된 다양한 분과학회들이 모여서 매해 개최하는 전국역사학대회의 이번 주제는 ‘국경을 넘어서-이주와 이산의 역사’였다. 이 날의 단순했던 날씨와 사뭇 다른 복잡하고도 아픈 역사가 묻어있는 이 주제는 그 동안 미술사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관점이기에, 미술을 통해 이주와 이산의 체험을 거시적·미시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였다. 그런데 많은 분과학회별로 진행된 이날은 한국사부(한국역사학회), 여성사부(한국여성사학회), 서양사부(한국서양사학회) 등의 분과에서는 이 공동주제로 발표가 있었는데, 미술사부(한국미술사학회)에서는 미술이 자율성이 강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이 공동주제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역사적 고찰을 하는 연구자들의 진지하고 치밀한 모습이 돋보이는 연구들이 많았기에, 이 날의 발표를 좀 자랑스럽게 소개하고자 한다.


진재교(성균관대 교수)씨는 ‘진경산수의 허와 실에 대한 변증’에서 연암 박지원이 조선후기 문예론의 문제를 동아시아의 지평에서 그 대안을 제시하였듯이, 회화에서 진경산수에 대한 논의도 조선 내부의 시각에서가 아닌 동아시아적 맥락으로 살펴볼 수 있다고 하였다. 발표자는 진경산수가 한국학이 창안하고 발전시켜온 학술개념인 만큼 진경산수를 둘러싼 안과 밖의 다양한 접근을 통해 그 논의를 풀어볼 수 있다고 하였다. 우선 안에서는 진경산수의 생성과 발전에 일정한 관련이 있는 산수유기(山水遊記)와 지도, 지리지 편찬, 기록화, 실경산수의 맥락에서 복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또한 밖으로는 17세기 이후 사행 (使行)과 그를 통한 서적·그림의 교류, 그리고 동시대 실경을 그렸던 중국과 일본의 상황을 연결시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제송희(한국학중앙연구원)씨는 ‘18세기 행렬반차도 연구’에서 조선시대 궁중의 각종 행사 의식 중 문무백관이 늘어서는 차례(班次)를 그림으로 설명한 도설(圖說)인 반차도는 등장인물의 복식과 각종 의장물, 악대에 대한 풍부한 시각자료를 제공하여 90년대 초반부터 역사, 복식사, 미술사, 음악사 분야의 연구대상이 되어 왔다고 하였다. 발표자는 이러한 반차도 중 다양한 주제와 뚜렷한 표현양식을 보이는 18세기의 반차도를 주목하여 이 시기 반차도의 제작양상을 세부적으로 살펴보았다. 18세기에는 차서(次序)를 중시하는 유교적 질서관 아래 왕실 전례에 예모를 갖추기 위해 훈련용 실용화로서 제작된 내입 반차도가 임금의 재가 후 집행되고, 후에 상고용(相考用) 기록화로서 의궤에 수록되었다. 그리고 이 시기 반차도는 도설로서 기능을 높이고 다량 제작에 응하기 위해 인각채색법을 도입하게 되었으며, 그와 함께 시점도 후면관과 측면관을 복합적으로 적용시켰으며, 거기에 정(井)자형 가마채 구도를 특징으로 하는 표현 양식을 확립하였다고 하였다.


장진성(서울대 교수)씨는 ‘명작의 신화-김정희 필 <세한도>의 성격’에서 국보 제180호인 <세한도>는 조선 말기를 대표하는 문인화이자 김정희의 최고의 명작으로 평가되어왔지만, 이 작품을 둘러싼 기존의 평가는 작품 자체의 양식성에 주목하기보다는 작품 상단에 쓰인 발문과 이 그림에 얽힌 일화를 중심으로 고평가되어 왔다고 하였다. <세한도>는 이 그림을 그리던 당시 제주도에 유배되어 있던 김정희에게 지속적으로 왕래하며 고가의 중국책을 구해다준 역관 이상적에게 그 답례로 그려진 것이다. 그 후 이상적은 김정희의 승인 하에 청나라 문인들로부터 제발을 받아 이 작품에 대한 금전적 가치를 높였다. 발표자는 <세한도>는 원나라 화가였던 예찬풍의 양식으로 그려진 것으로 이런 단순한 구성의 예찬 양식은 특별히 그림에 재주가 없는 문인들도 쉽게 따라 그릴 수 있는 양식이었기에, 현존하는 김정희의 다른 산수화들과 더불어 <세한도>를 평가해봐도 이 그림은 여기(餘技)화가의 습작정도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이어 발표자는 김정희는 저명한 학자이자 서예가이기는 했지만, 뛰어난 화가는 아니었다고 하면서 그의 작품을 명작으로 평가할 경우, 작품 자체에 집중하여 그것을 분석하고 평가,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위의 발표와 더불어 이날의 공동주제에 딱 맞은 주제를 다룬 목수현(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씨는 ‘중국 조선족 미술의 다중적 정체성-개혁개방 이전과 이후’에서 1992년 중국과의 수교이후 새롭게 또 하나의 ‘동포’집단으로 다가온 조선족의 미술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리고 검증되기 쉽지 않은 우리의 고대미술을 다룬 장성욱(국립중앙박물관)씨는 ‘고려시대 초기 도자제기의 제작과 특성’에서 『고려사』예지(禮志)를 꼼꼼히 살피며 검증하였으며, 성윤길(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씨는 ‘삼국시대 6세기 금동광배 연구’에서 중국 불상과 치밀하게 비교하여 역사학적으로 미술을 접근하는 방식을 모범적으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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