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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제46회 한국미술사교육학회 춘계학술

이현경

시대를 잇는 미술


이현경 / 미술비평


주로 일정한 시기나 지역을 공통적으로 연구하는 여타의 미술 관련 학회와는 다르게 한국미술사교육학회는 동양과 서양, 그리고 고대에서 근대,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넓은 연구 영역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발표를 듣는 사람으로서는 한 발표와 다음 발표 사이의 시대적, 지역적, 장르적 갭이 매우 크게 다가오지만, 이러한 점은 이 학회만이 가질 수 있는 스펙터클한 장점인 것 같다. 같은 미술계에 위치하고 있지만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의 연구자가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렵고, 또 서로의 영역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질문하기 어려운데 이 학회의 발표장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는 전문가일지라도 타분야에서는 문외한인 것이 지당한데도, 막상 그것을 보여줄 상황이 되면 피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의무적으로 함께 모아놓고 의무적으로 듣게 하면 그런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떨쳐버리고 서로의 연구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듣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지난 3월 17일(토)에 서강대에서 열린 한국미술사교육학회의 이런 스펙터클한 연구 현장을 다녀왔기에, 다음의 발표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김보영(고려대)씨는 ‘조선후기 미법산수도(米法山水圖) 연구’에서 조선후기에 제작된 미법산수도의 여러 양상을 통해 당시 문인들이 미법산수에 갖고 있던 인식을 살피고, 이와 연관하여 특히 이 시기에 미법산수도가 성행하게 된 원인을 찾고자 하였다. 북송대 미불, 미우인 부자에 의해 창시된 미법산수는 중국에서 문인들이 지향해야 할 보편적 화법으로 인식되었기에 시대를 거치면서 그려져 오다가 명말 동기창에 이르러 남북종론으로 완성됨으로써 더욱 확고한 지위를 갖게 되었다. 발표자에 의하면 이러한 미법산수가 조선에 전래된 시기는 15세기 이전으로 잡을 수 있고, 이 후 16세기에는 명대의 미법산수, 그리고 17세기 이후에는 여러 화보들을 통하여, 그리고 19세기에는 연행을 통한 청대화가들의 작품을 실견하면서 수용되었다. 이러한 수용을 거쳐 조선후기에 이르면 조선적인 미법 표현이 나타나는데, 특히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의 미점은 나무의 울창한 모습을 빠르게 나타내는 간략화된 표현으로써 본래 미법산수의 습윤한 대기표현의 모습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좀 더 후대의 강세황, 심사정과 같은 문인들은 평담(平淡)과 천진(天眞)이라는 문인들이 지향해야할 원형적 가치로 돌아가고자 미법산수의 묵법(墨法)적인 표현에 더 집중하였다고 하였다.


김동현(숙명여대)씨는 ‘야스거 요른의 모디피케이션(Modification 수정) 회화 연구’를 통해 현대 미술에서 한창 모더니즘의 열기가 뜨거웠던 1950년대 중반에 키치의 잠재성에 관심을 가지고 발상의 전환을 보여줬던 덴마크 작가, 야스거 요른(Asger Jorn 1914-1973)의 작품을 소개하였다. 발표자에 따르면 모디피케이션이란, 야스거 요른이 사회주의 성향을 지닌 아방가르드 예술운동인 상황주의 인터내셔널에서 활동하면서 제작했던 총 58점의 회화들을 말한다. 야스거 요른은 이 모디피케이션 회화들에서 모네의 작품과 똑같이 바탕을 그리고 그 위에 그로테스크한 형상을 담거나, 유명 명화의 엽서 위에 그래피티와 같은 낙서를 남김으로써 작품의 유일성을 거부하고, 고급과 저급을 분리하지 않았다. 발표자는 이러한 요른의 작업은 모더니즘의 자율성과 원본성의 신화를 거부하고 매우 이른 시기에 일상적이고 대중적인 예술의 표현의 장을 연 것이라고 하였다.


이 외에 이주현(명지대)씨는 ‘명청대 소주편(蘇州片)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 연구-구영(仇英) 전칭작*을 중심으로’에서 명청시기 서화 위조의 규모가 가장 크고 유명하였던 소주 지역 일대의 민간화사들이 그린 그림인 소주편 중에서, 단일 주제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청명상하도>의 제작배경과 회화적 특징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윤인복(인천가톨릭대)씨는 ‘16-17세기 중국의 선교미술 연구’에서 명말 중국에 파견된 선교사 마테오 리치가 서양의 종교 회화를 처음으로 소개함으로써 이러한 시각적 이미지가 초기 선교에서 효과적인 복음전파의 수단으로 활용되었음을 설명하고 다시, 서양적인 종교화가 중국 화가들에 의해 중국식으로 토착화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또한 정은영(한남대)씨는 ‘현대 조각의 파편화된 형상과 부분대상에 대한 연구-마크 퀸의 <완전한 대리석상>(1999-2001) 해석을 위한 이론적 고찰’에서 온전한 신체 형상을 지니지 못한 장애인의 파편화된 인체 형상을 기념비적인 고대 조각으로 재현한 마크 퀸의 작품을 대상관계이론(Object-relations Theory)에서의 부분대상(Part-object)의 개념과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아브젝시옹(Abjection)의 개념으로 해석하였다. 이상의 발표들은 미술사 연구답게 한 작품의 역사적 연원 관계와 그 단계에 이르게 된 과정들을 꼼꼼하고도 생생히 보여주어 이해를 쉽게 하였고, 그럼으로써 그 연구의 의미를 좀 더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전칭작: 해당 작가가 그렸다고 전해지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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