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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정기학술대회

이현경

복잡한 근대 화단과 시대를 초월하는 의미


이현경 / 미술비평


봄의 기운이 완연했던 지난 4월 14일(토)에는 명지대에서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의 정기학술대회가 있었다. 이 날 발표는 김현권(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씨의 ‘19세기 청(淸) 비파(碑派) 서풍의 조선 유입과 이해, 그리고 근대 서단’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근대 화단이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는 과정 하에 치열한 모색과 자리정립의 단계를 거쳐 왔음을 보여주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또 근대기의 이러한 시도와는 다르게 가장 최근의 멀티미디어 작품을 다루면서 아이러니하게 그 속에서 시대를 초월하여 읽혀지는 신령함의 개념을 소개하는 발표도 있었다. 매번 학술대회를 다니면서 느끼는 생각이지만 미술 속에 드러나는 공시성(共時性)과 통시성(通時性)의 문제를 어떻게 명확히 밝혀낼 수 있는가는 연구자에게 숙명처럼 따라다니는 고민거리가 아닐까 싶다.


이중희(계명대 교수)씨는 ‘대구의 초기 수채화단 성립과 1930년 향토회 발족배경’에서 일제시기 우리나라 서양화단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대구의 향토회 구성원들을 면밀히 검토해 봄으로써 기존의 향토색 담론에 보다 다채로운 시각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발표자에 의하면 1920년대 후반 대구 화단은 서병오, 이상정, 이여성, 서동진과 같은 당대 최고의 신지식인이자 민족주의자들의 영향력 하에서 서양화 중에서도 가장 전통 수묵화와 유사한 수채화를 본령으로 하게 되었다. 이들 민족주의자들은 당시 일제에 의해 사라져가는 민족의 정체성을 회복하자는 취지하에 ‘조선심’이나 ‘향토혼’ 등을 주장하였으며, 이러한 의식 세계를 반영하여 1930년대 대구의 향토회가 발족하게 되었다. 향토회의 발족 배경에는 민족 시인 이상화를 비롯하여 서동진-김용준-최화수-박명조와 같은 미술계의 민족주의자들이 직접적인 역할을 하였는데, 이러한 배경을 볼 때 그 동안 향토회로 발현된 향토색의 논의를 일제의 식민논리에 의한 지역색-일본에게 조선이 한 지역으로 분류되고, 일본에서 가장 근대화가 뒤처진 원시적 지역으로 평가되는-의 발현으로만 생각하는 담론에는 재고의 요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하였다. 또 이러한 의견과 더불어 대구화단에서 주목되는 이인성의 향토색 구현이 일본인 심사위원들의 향토색 권장발언에 의한 것으로만 판단하는 것도 정확한 진단이 요구된다고 하였다.


홍성미(명지대 박사과정)씨는 ‘동경미술학교 양화과(洋畵科)의 조선 유학생과 교수진-1910~1945년을 중심으로’에서 한국 근대 서양화단의 흐름을 주도했던 화가 중에는 고희동, 김관호, 김찬영, 김인승, 심형구 등 동경미술학교 출신이 유독 많이 존재하는데, 이들이 한국 서양화단에 미친 영향을 생각할 때, 이들에게 화풍을 전수한 동경미술학교의 교수진을 보다 세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지금까지 동경미술학교 교수진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조선미전의 심사위원으로 한정하였고, 그 중에서도 일본의 관전(官展) 양식을 구축했던 구로다 세이키(黑田淸輝, 1866-1924)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그러나 발표자는 조선인 유학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후지시마 타케지(藤島武二 1867-1943), 오카다 사부로스케(岡田三郞助 1869-1939), 와다 에이사쿠(和田英作 1874-1959)와 같은 교수진을 선별해 이들의 화풍과 더불어 한국의 미술교육과 전람회 등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았다.


윤준구(런던미술대 연구원)씨는 ‘현대 미술과 신령함의 존재 양상-백남준과 빌 비올라의 멀티미디어 작품을 중심으로’에서 현대의 작가들이 다루는 종교적, 영적, 또는 정신적 주제에 연관된 모호한 개념들을 신령함(Numinous)이라는 용어로 접근해 보고자 하였다. 발표자는 신령함을 네 개의 기준에 따라 적용하였는데, 첫째는 융의 집단무의식에 근거한 원형(原型, Archetypus)에 대한 경험으로 유추되며, 둘째는 신령함의 감성은 성스러움에 선행하는 두려움, 경외를 일으키는 신비, 압도하는 초월적 힘 등에서 느껴지는 감성이다. 셋째는 신령함은 종교적 경외감을 포함하지만 종교와 무관한 초경험적인 현상들도 포함하며, 넷째는 신령함의 표출이 균일하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엘리아데의 언급처럼 다양한 크기와 성질,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에 따라 발표자는 인간의 인지 경험을 초월하는 멀티미디어 작품을 통해 백남준은 시간성, 빌 비올라는 빛의 개념으로 신령함을 보여준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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