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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한국의 단색화 심포지엄

임연기

한국의 단색화 - 국제화와 문화적 전략
 
임연기 Kate Lim / Art Writer
kate.

yk.lim@gmail.com


1964년 서울 생. 연세대 영문과 졸업. 

『Park Seo-Bo: from Informel to Ecriture』가
싱가폴의 ‘Booksactually’출판사에서 출간 예정(2012.10)




지난 5월 11일, 국립현대미술관은 윤진섭 초빙큐레이터가 기획한 ‘한국의 단색화(Dansaekhwa: Korean Monochrome Painting, 3.17-5.13)’ 전시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한국의 단색화 - 국제화와 문화적 전략’이란 주제하에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국내의 영향력 있는 미술평론가들 - 기조 발언은 윤진섭, 주제 발표자로는 오광수, 서성록, 홍가이, 질의자로는 윤익영, 양은희, 안은영, 윤난지, 송미숙이 참석하였다. 뿐만 아니라, 국제 미술평론가협회 명예회장인 헨리 메이릭 휴즈와 아트 인 아메리카 수석 편집장인 리차드 바인이 초대되어 한국의 단색화에 대한 다양한 각도에서의 조명과 토론을 시도했다. 각 주제 발표자들의 글과 질의자들의 질문 내용은 미술관 측에서 발행한 심포지엄 책자에 거의 모든 내용이 친절히 수록되어 있다.


이번 심포지엄 주제 발표의 핵심적인 구성은, 한국의 단색화에 대한 국내 평론가들의 의견과 외국 비평가들의 관점이 서로 비교되면서 논의되었다는데 있다. 다시 말하면, 한국의 단색화가 지니는 독보적 미적 특징을 주장하는 한국의 미술 전문가들의 논의와 국내 평단의 단골손님격으로 등장하는 ‘타자’의 비평적 관점이 직접적으로 비교되었다. 필자의 느낌으로는 먼저, 국내 측에서 발표한 단색화에 대한 내용은 새로운 것이 거의 없었다. 집단 개성, 백색에 대한 한국인의 고유한 감성, 한지를 둘러싼 물질과의 신체적 결합 등 한국의 단색화의 특성을 설명할 때 국내 평단이 애용하는 많은 개념들이 언급되었지만, 이것은 과거 1970년대 중반부터 약 10년 동안 단색화에 대해 거론되었던 논지들의 재정리 및 재활용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두 외국 평론가들은 자신들 고유의 준거점(서양 미술사의 전개와 논리)을 틀로 하여 한국의 단색화를 보았다. 이러한 고찰 방법에 의하면 한국의 단색화는 서구의 모더니즘 파티 막판에 들어온 종류로 보이거나, 뒤샹이 파격적으로 제기한 책략의 미(美)의 관점에서 볼 때 ‘가짜 깍듯함’을 전달하는 미술 사조로 분류된다. 물론 메이릭 휴즈와 바인은 자신들이 초대되어 왔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한국의 단색화가 지니는 아름다움에 대해 보다 동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한국 단색화가 가지는 불가피한 특수함을 규명하기 위해 1970년대의 정치적 상황과 동양적 전통을 ‘특별 각주’로 붙여서 설명하고자 하였다.


홍가이 교수, 근본적인 반대와 문제제기
그런데 이러한 논의의 흐름에 대하여 국내측 발표자 중에서 홍가이 교수는 근본적인 반대와 문제 제기를 하였다. 그는 서양이 주도하는 미술사의 전개와 이에 대한 미적 해석을 한국의 단색화를 고찰하는 비평적 틀로 보지 말고, 우리 고유의 ‘대안적 준거틀(alternative framework)’을 만들어내자는 이슈를 강력하게 제시했다. 고유의 미학 자체를 다시 써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홍가이의 발표는 메이릭 휴즈나 바인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고 그와 동시에 국내 비평가들에 대한 급진적인 비판이기도 했다. 홍가이의 제안은 단순히 미술 담론을 뜯어고치자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중심부에 의해서 결정되는 문화, 미술 담론에 맞서기 위해 전 인문학 분야에 걸친 ‘다시 읽기’와 ‘다시 쓰기’를 의미한다. 홍가이의 이런 시각으로 인해, 그는 서구의 모더니즘 이론에서 이미 쇠(衰)했다고 사려되는 마이클 프리드를 들먹이고, 서구 미술사의 영원한 요새같은 뒤샹의 문제작(Fountain)에 대한 테드 코헨의 해석을 상기시킨다. 그뿐인가. 서산대사가 설명한 사물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하이데거의 존재론과 비등한 위치에서 강변했다.


학술 심포지엄의 정수는 주제 발표자의 발표 내용 자체에도 있지만, 주제 발표자와 코멘테이터들이 주고 받는 대화도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의 좀 더 날카롭고 통찰력있는 논의를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질의자와 발표자와의 대담은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 질의자들 중에는 주제 발표자가 사전에 전체 원고(full paper)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잘못 이해했거나, 주제 발표자의 논점을 중심으로 질문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관심사를 끌어들여서 토론 자체를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한국의 현대미술과 관련한 국제 학술 심포지엄은 국내 문예적 전통과 인문학자들의 위상과 깊이가 반영되는 장(場)이다. 이번 행사의 평가를 바탕으로 좀 더 발전된 지적 비평과 신념을 상호교류하는 또 다른 기회가 만들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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