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58)2012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여름 정기학술발표회

이현경

동아시아 근현대 시각문화 

 


이현경 / 미술비평

 

 

도심 속의 자연을 맛볼 수 있었던 덕성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지난 6월 9일(토)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의 여름학술대회가 있었다. 덕성여대 평생교육원은 지금은 운현궁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지만, 운현궁의 주인이었던 흥선대원군의 세력이 막강했을 무렵에는 운현궁 속에 있던 곳이다. 운현궁은 고종의 잠저(潛邸)이며, 흥선대원군의 정치활동 근거지로 한국 근대사, 특히 일제의 권력 속에서 파란만장한 경험들을 품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가 깃든 장소에서 이날 있었던 학술대회의 내용도 이 시기와 연계된 내용들이 발표되었기에, 우리의 근대를 곰곰이 회고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다. 이날의 내용 중 특히 우리의 시선이 아닌 일본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발표가 있었는데, 여기의 발표자들이 근대 동아시아의 시각문화 속에 전개된 치열했던 담론들을 다루면서 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노력했던 흔적들이 보이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오윤정(남캘리포니아대)씨는 ‘근대 일본의 백화점 미술부 설치와 신중산층의 미술소비’에서 메이지유신 이후 신분이 와해된 일본 사회에서 근대적 전문직을 기반으로 떠오른 신흥중산층이, 문화적 교양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굳건히 하기 위한 욕망의 발로로 열정적인 미술품 소비 취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발표자에 의하면 근대 이전에는 미술품이 신분이 높고 감식안을 갖춘 소수에 의해 세습적으로 향유되다가, 신중산층이 대두됨으로써 감식의 문제에서는 자유롭지만 이전의 소수 엘리트처럼 전통성도 갖춘 미술품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풍토에서 적재적소의 역할을 한 것이 백화점이다. 백화점은 전통적 도코노마 진열 방식과 다도 문화 속에 어울릴 수 있는 동시대 일본화를 적극판매함으로써 신중산층의 욕망에 부합하고, 이를 더욱 선도할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고유한 일본식’이라는 취향이 생겼고 신중산층이 전통문화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 발표를 듣고 조금은 벗어난 발상이지만 일본강점기 일본인들이 우리 유물을 왜 그렇게 도굴했는지 왠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 유물에 대한 일제의 관심은 국가적 발상이지만 일본내 컬렉터들의 수요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최재혁(동경예술대)씨는 ‘만주국과 민예운동-두 개의 초(超)내셔널리즘의 틈’에서 일본이 중국 동북부의 이권을 장악하고 중국과 대립하기 위해 세운 국가 만주국이 1932년에서 1945년까지 지극히 짧은 기간 동안 존속하면서, 일본의 군국주의를 어떻게 문화의 영역으로 확장시켰는지 민예운동을 예로들어 설명하였다. 발표자는 만주국에서 일본인들의 민예운동은
이 지역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의 건강보건을 위한 식생활의 목적으로 도자기류 등을 통해 전개되었으며, 이를 통해 만주국은 학문적으로도 새롭게 발견된 보호해야 할 ‘일본의 지방’으로서 주목되었다고 하였다.


이 발표에서 재미있었던 점은 계관호(鷄冠壺)라는 도자기의 사례를 보여준 것인데, 만주 지역의 거란족 유목민이 사용하던 가죽 주머니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계관호가 우리의 분청사기와 유사한 투박한 질감을 보여 일종의 문화적 친연성이 느껴졌다. 일본강점기 일본이 조선문화에 대한 원시성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민예품에 주목하고 자신들의 선진기술로 근대화의 길을 열어준다고 주장하면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파괴했던 한편, 오윤정 씨의 발표 사례와 같이 자신들의 전통문화에 영향을 주었던 중국과 조선의 문물들에서 친연성을 찾기 위해 수집에 혈안이 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본의 심리를 짐작하게 된다. 이는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지 않고 그 속에서 위계를 두는 당시 일본의 문화적 제국주의라는 발상이 얼마나 이기주의적이며 한편으론 이중적인지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다.


 

이 외에는 동아시아의 미술에서 현대적 발상을 엿볼 수 있었던 조현정(서울대)씨의 오사카 만국박람회와 정보화도시라는 발표와 정창미(명지대)씨의 중국 ‘정치 팝아트(政治波普藝術)’의 형성과 전개라는 발표가 있었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