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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성인과 악마 : 서양미술에 나타난 선과 악의 이미지

이현경

학술(63) | 2012년 서양미술사학회 추계심포지엄



  선(善)과 악(惡)의 문제는 비단 종교적인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는 우리들에게도 어떤 상황을 인지하거나 선택의 순간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야기하게 하는 인간 본연의 두 모습이다. 일찍이 서양 미술에서는 이런 인간의 두 속성을 교회와 연관된 종교 미술뿐만 아니라 미술의 오랜 화두로서 다루어왔고, 그 심리적이거나 영적인 속삭임을 천사와 성인(聖人) 그리고 악마의 도상으로 구체화하였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작품으로 실체화되었을 때, 보는 이들은 보다 효과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으며, 이러한 미술은 시대에 따라 변화되는 인간상 자체를 대변하였다. 이에 서양미술사학회에서는 지난 11월 10일(토), 숙명여대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하여, 서양미술이 오랫동안 담아왔던 선과 악의 이미지를 다루어 보았다. 이번 학술발표에서는 특히 선보다는 악의 이미지 비중이 높았는데, 이와 연관하여 인간의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두려움과 죄에 대한 생각이 악마의 형상을 만들게 되었다는 한 발표문의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신준형(서울대)씨는 ‘유럽 미술에 보이는 육화(肉化)된 악(惡)과 구마의식(驅魔儀式)’에서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기(1400~1700년) 서유럽 미술에 나타난 악마의 이미지를 다루면서 악마가 씌워진 이들을 치료하는 구마의식이 왜 연관되어 주목되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르네상스 시기에는 미술의 표현력이 발달함에 따라 인체를 표현하는 초상화뿐만 아니라 종교화의 대상들도 더욱 풍부한 재현적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종교화의 표현 양상 속에서도 악마는 천사보다 훨씬 더 소름 끼치는 육화된 실체로 그려졌는데, 이는 절대 악을 부각시킴으로써 그러한 악마 이미지를 보는 사람들에게 그와 대척적으로 존재하는 절대 선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서였다. 발표자는 특히 일반인들이 악마 자체를 인식하기는 무척이나 힘들지만, 구마의식의 대상이 되는 악마에 씌운 사람은 초인적인 괴력이나 그로테스크한 몸짓과 표정으로 보이지 않는 악마를 암시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악마를 직접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경험이 된다고 하였다.      
  전한호(경희사이버대)씨는 ‘문 밖에 서 있는 악마들 : 로마네스크 포탈에서의 의미와 기능’에서 교회의 출입구인 포탈은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로서 성(聖)과 속(俗)의 연결이나 구분을 의미하며, 중세 로마네스크 건축에서 이 포탈을 장식하고 있는 악마상은 이 시기 교회의 교리 전파를 위해 적극적으로 조각을 구축하던 상황과 맞물려 다양한 모습으로 조성되었다고 하였다. 발표자는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무아삭(Moissac) 수도원교회의 동·서 출입구에 조성된 악마 조각들을 대표적 사례로 살피면서, 그 양상을 지옥을 지키는 개 케르베루스(Cerberus), 악마의 괴롭힘을 당하는 탐욕의 부자(富者), 악마와 함께 나타나며 뱀에 물린 도상을 갖는 육욕의 여인, 반인반수의 잡종, 죄에 속한 이형 또는 기형의 인간 등의 의미를 설명하였다. 로마네스크 포탈의 악마상은 고대 이교도에서 모티브를 가져오기도 하였지만, 결국 교회에서 이 악마상을 조성한 이유는 악마의 본래적 속성을 부각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고 인간의 악학 행위를 경고하기 위함이었다. 악마를 성스러운 교회에 세워 일종의 부적처럼 성과 속의 경계에 악을 만들어 세속의 악을 퇴치한다는 것이다.         
  정은진(이화여대)씨는 ‘용과 싸우는 성 게오르기우스(St. Georgius) : 순교자에서 기사로’에서 303년 경, 팔레스티나 지방에서 순교한 성 게오르기우스가 서양 미술에서 용과 싸우며 공주를 구해내는 중세의 기사로 탈바꿈된 이유를 고찰하기 위해, 대중 문학이 성행했던 중세라는 시대 상황과 그리스도교의 성인전(聖人傳),『황금 전설(Legenda Aurea)』과 같은 문헌을 추적해 보았다. 
  조수정(대구가톨릭대)씨는 ‘비잔티움교회 벽화에 그려진 악마의 이미지 연구’에서 비잔티움미술사에서 항상 부차적인 주제로 치부되어 왔던 악마 이미지가 그리스도교 도그마의 핵심인 믿음과 구원의 문제에 관련하여 반드시 거론되어야 할 대상이기에, 기존의 개별적인 작품으로만 연구되었던 악마 도상을 보다 통시적으로 살펴보고 그 의미를 정의해 보고자 하였다. 신약 성경에는 악이 하느님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그 백성을 거스르는 악한 자로부터, 그리고 인간 스스로에게서 나오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렇기에 악마의 도상 속에는 또한 인간의 여러 변화상인 종교와 역사, 당대의 사회와 정치 현실이 얽혀있다. 발표자는 동유럽의 비잔티움인들에게 타락한 천사, 뱀과 용, 최후의 심판에 연결된 악마 도상은 그들의 신앙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었으며, 그 이면에는 창조와 범죄, 그리고 회개와 구원에 연결되는 그리스도교의 도그마가 내포되어 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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