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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박자현 / 공자의 거짓말에 3분간 맞서기

강철

“처음에는 식물들을 비닐 팩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차츰 시들어 가고 곰팡이 슬기 시작하는 식물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 다음엔 주변에 널 부러진 곤충의 시체들을 비닐 팩에 넣었다. 그리고 차츰 곰팡이 슬기 시작하는 곤충들을 보았다. 죽은 줄 알았던 곤충들이 비닐 팩 안에서 의식을 되찾으면, 여러 날 동안 나는 잠들기 전까지 곤충들이 죽어가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비닐 팩 안에 고여 있는 곤충처럼 나도 이불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가끔은 누워있는 그 상태로 비닐 팩 속 곤충처럼 박제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계절 중 여름에 비유되는 시절에, 그 한 가운데에서 나도 나의 친구들도 이불 속에 스멀스멀 피어나는 곰팡이를 걷어내는 것이 힘겹다.”
- 작가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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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발명품은 한국인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해 전형적인 질서를 이뤘지만, 비상식적인 해석도 여전히 지속된다. 예를 들면 아직도 길거리에서 태연하게, 또는 할아버지 옆에서 담배를 자연스레 피울 수 있는 젊은 여자는 거의 없다. 이데올로기의 장난이 만든 ‘견제’가 인류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는 역사책이 아니라 TV에서도 얼마든지 목격할 수 있다. 순도 100%의 파라다이스를‘당장’꿈꾸는 것 자체가 모순임을 깨닫고, 사람이 만들어 낸 절대 명제 앞에서 당당해지면 안 되는 것일까? 어쩌면 ‘상식’으로 살아가기에 세상에는 그럴듯한 거짓말이 너무 많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림의 감성을 뚜렷하지 않은 미미함으로 전달 하지만, 그림의 해석은 맞섬, 반항, 분노로 확장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펜으로 일일이 날카로운 점을 찍는 독특한 기법은 이러한 긴장 효과를 더욱 상승시키기도 한다. 짧은 순간이나마‘상식의 돌’을 던져, ‘인습의 유리창’이 깨지기를 바라는 악동의 철없는 모습이라기보다, 이 작품의 진정한 키워드는 ‘자유’를 기도하는 예술의 원형이 아닐까 싶다.

- 박자현은 부산의 대안공안 스페이스 반디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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