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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윤병운 / 커튼 뒤 숨어 있는 꿈의 흔적을 기억하라

강철

얼굴 있는 풍경(84)

“자각몽이 꿈속에서의 현실인식이라면 내 작업의 이미지는 현실에서 만나는 꿈의 흔적이다.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수면상태는 내가 나타내고자하는 복합적인 경계의 틈을 대변하고 있다. 이렇게 의식과 무의식이 중첩된 상태에서 삶의 본질은 더욱 선명해 진다.

내 작품 안에 등장하는 이미지들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아내는 일은 그것을 선택한 당사자인 나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영화 속에서 클리셰(clich)가 되어버린 장면들은 창작의 법칙이 주는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마도 이러한 단선적인 구조로부터 빗겨 나오고 싶은 나의 무의식이 작용했을까? 내 작품에 등장하는 대상들에 대한 모호할 수밖에 없는 설명은 견고한 법칙의 틀을 최소화하거나 적어도 작가 스스로 외면해 버리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이렇게 모호함으로 가득한 세계를 더욱 모호하게 이야기하기 위해서 작품의 사실적 표현은 당연한 방법론일지도 모른다. 서로 반대편에 서서 바라보며, 호흡하는 일에 익숙해지기 위해라도 나는 그 모호한 세계에 경계의 선을 더 선명하게 내리 긋는다. 내 작품이 꿈꾸는 세계는 무의식의 세계로도 잠들지 못하고, 의식의 세계로도 깨어날 수 없는 정확하게 모호한 그 지점이다.” - 작가의 생각



결말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끝나버리는 영화는 둘 중에 하나다. 금세 잊어버리거나 두고두고 생각나는 경우다. 후자의 경우, 퍼즐을 딱딱 맞춰주는 친절한 영화보다 훨씬 매력 있고 유통기한도 오래간다. 꿈이나 무의식의 영역은 뚜렷한 결론은 없지만, 인간이 차마 꺼내고 싶지 않은 탐욕·음란·분노 등의 어두운 영역이 많다.

허나 작가의 작품은 마치 영화의 특수효과처럼 세련되고 매끈하여 밝은 면이 많다. 작가의 진솔한 기억과 망각이 오가면서 일련의 잔상들이 만들어낸 이미지는 매우 독창적인 작가 세계를 구축한 것임은 틀림없지만, 역설적이게도 먼 훗날 이는 한계가 될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벨벳 커튼 뒤에 숨어 있는 ‘꿈의 흔적’을 더 기억하고 찾는 것이 앞으로의 방향이 아닐까 싶다. 커튼을 젖히자마자 곧 드러나게 될 끔찍하고 적나라한 이미지들이 작가의 세련되고 능숙한 붓질을 만난다면 분명 또 다른 작품세계가 쏟아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 윤병운 작가는 2010년 갤러리문화인아츠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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