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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함미혜 / 보이고 싶은 것과 감추고 싶은 것의 충돌

강철

얼굴 있는 풍경(89)

“신체의 몸짓, 감정, 일정 기간 동안 쌓인 사유 등의 모든 단편적인 행위들을 고스란히 한데 모으고 쏟아놓는다. 마치 흙덩어리를 뭉쳐놓듯이 어떤 덩어리들이 만들어진다. 내 안에 존재하는 것들을 꾹꾹 눌러오다가 어느 한 순간에 토해버리듯이 화면에 쌓아 던져두는 것으로 나는 숨을 쉴 수 있고, 내면과 외부세계, 현실과 공상 사이의 경계를 뛰어넘어 ‘진짜 나’를 불러내고 싶은 욕망과 의지를 발견한다. 화면의 덩어리들은 외로워하기도 하고, 웅크리기도 하고, 모호한 어떤 것들을 분출하기도 한다. 이렇듯 내 안의 것들을 잘 주시하며 꺼내놓아 재확인하는 목적은 결국 이 모든 복잡한 충격들이 없는 상태로 돌아가고픈 또 다른 욕망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이 과정에서 나는, 설명할 말을 찾지 못해 흩어졌던 여러 감정과 기억, 분출되지 못한 욕망들 그리고 다른 이름으로 분출되었던 욕구들까지, 그 모든 파편들을 다시 한 번 껴안는다. 이미 다 커버린 형체의 모습을 한 채로. 그대로.” - 작가의 생각



경험·기억·인상·감정·생각·상상·욕망 등 인간 내면을 외부 세계로 표현하는 미술의 자격은 적어도 ‘언어로 표현이 불가능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배우의 힘을 빌려 연출된 영화처럼 감정의 전달 방법이 정직하고 친절해서도 안 되고, 어린이도 눈치 챌 수 있는 쉬운 단서가 등장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미술은 지역 문화와 개인 수준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히 엇갈려, 취향의 몰표가 등장하기 어려운 예술 장르가 아닌가 싶다. 함미혜 작가는 스스로 분명히 느끼는 것을 타인과 공감하고픈 바람과 전부 다 까발려져 보이고 싶지 않은 거부감이 뒤엉킨 미묘한 갈등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러한 표현 방법은 향후 시각 예술의 단골 장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점점 세상에는 사실적인 이미지가 넘쳐 나고, 절대 추상의 표현은 너무 심오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노출과 은폐의 적절한 배합은 작가와 관객 사이에 일정한 안전거리를 확보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게 만드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단, 그 작품을 볼 때마다 새롭고 살아있는 감정을 일으킬 수 있는 ‘그 무엇’이 내포되어야 할 것이다.<- 함미혜 작가는 2011년 7월 우석홀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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