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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느끼는 그림과 아는 그림

이경성

흔히 이야기 하기를 현대미술은 어려워서 잘 모른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옛날 자연주의적인 그림들이 대상을 눈에 비치는 대로, 마치 사진기가 대상을 찍어 내듯이 있는 그대로 재현한데서 비롯된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을 그렸느냐는 것을 알았을뿐, 완전한 미술 감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미술은 인식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알아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아름다움을 느껴야 한다.<근래에 여러 번 정부나 재계의 높은 사람을 현대 미술 전람회에 초대, 안내를 맡았던 기회가 있었다. 그때마다 그 높은 사람들은 추상적인 그림 앞에서 『이러한 그림은 나도 그릴 수 있겠다』고 곧잘 말하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사실상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현대미술이 과거의 사실미술에 비해서 대중과 더접근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과거의 사실적인 그림은 남보다 뛰어난 기술이 필요했지만 현대미술은 기술보다는 오히려 아이디어나 착상이 문제이기 때문이다.<미술사에서 이야기 하는 그림의 역사도 과거에는 어떻게 그리냐는 기술의 문제가 중요했으나 지금은 무엇을, 왜 그리느냐는 방향으로 달라졌다. 어린이그림과 같은 인간의 상상이 도달할 수 있는 환상의 세계, 그런것이 현대미술에 있어서는 기술의 문제보다도 중요하다. 『나도 그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 현대회화를 바라다 보면 오히려 현대회화는 순수하게 자기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현대미술이 어렵다는 것은 미리 겁을 내고 모르려니 하는 그러한 의식의 장벽 때문이다. 아침에 옷을 입을 적에 넥타이를 골라매는 그 선택의 태도와 미적인 감각이 바로 현대미술을 직관적으로 바라다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따라서 현대미술은 그려져 있는 대상이 무엇이든간에 감각적으로 색과 형태를 느끼면 되는 것이다. 그림은 아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일사일언> 1984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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