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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008년을 문화예술계 바로잡는 해로 만들자

정중헌

2007년 12월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불이 났다. 기세등등하던 미술시장의 열기는 삼성의 비자금 여파로 가라앉았다. 주말의 대학로는 식당과 주점은 만원인데 소극장에는 관객이 별로 없다.

정치가 어지러우니 문화예술도 정상이 아니다. 예술의 전당 화재 사고는 나태한 관리 책임도 있을 것이다. 미술시장의 거래는 블루칩 작가의 작품 값만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이상 과열현상이었다. 연극 공연장에 관객이 없는 것은 볼 만한 작품이 없다는 얘기다.

올해는 문화예술계가 정상으로 바로 잡히는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5년간 정치가 어수선한 통에 문화예술 또한 한쪽으로 치우쳐 활력을 잃었다. 삐딱한 정권의 코드에 맞는다는 이유로 전문성도 없는 사람들이 활개를 쳤고, 여기저기서 지원금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그런데도 창작의 열기가 식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원금을 받아야 작업을 하고, 지원금 받은 만큼만 작품을 하다 보니 행사용 작품들만 양산됐을 뿐이다. 새 정권이 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풍토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새해에는 미술을 대하는 시각이 바로잡혔으면 한다. 미술품을 상품이나 투자가치로만 보지 말고 정서를 순화하고 생활을 윤택케 하는 예술로 보자는 것이다. 여가의 틈을 내 화랑으로 미술관으로 발품을 팔아 미술의 이해와 안목을 높이고, 좋아하는 작가의 소품 한 점이라도 소중히 걸어두고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미술이 생활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화랑과 옥션은 투명 경영으로 신용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신문과 방송도 시장 동향만 전할 게 아니라 화가의 삶과 예술, 작품을 통한 창의성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공연 쪽의 예술가와 스태프들은 관객을 바로 보아야 한다. 관객의 눈이 높아지고 욕구가 커지는데 비해 작품이 뒤따르지 못해 관객이 없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제작비가 만사는 아니다. 소규모 작업이라도 거기에 번득이는 상상력이 넘치고 오감을 자극하는 그 무엇이 있다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다. 깜짝쇼가 아닌 예술혼이 담긴 작품이거나 발상을 뒤집는 작업이라야 관객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다.

기업들도 소비자 위주의 감동경영에서 아트 경영으로 시야를 넓혀가고 있다. 사원들이 일하는 건물 전체를 설치미술로 꾸민다든지, 로비에 작은 갤러리를 설치해 사원들의 미감을 높여주고 정서를 안정시키는 공간 경영이 번지고 있다. 필자가 아는 중기업 회장 한 분은 고가의 콜렉션 작품을 사원식당에 전시하고 작품해설도 해주는 아트경영으로 사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또 다른 소기업 사장 한 분은 직원들과 한 달에 한번 영화 관람을 함께 하고, 망년회 대신 연극보기를 하는 등 예술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직원들이 돈을 모아 미술품을 직접 살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 예술이 있는 회사를 만들자
세계 최대의 광고회사를 일군 영국의 사치앤사치의 창업자 찰스 사치는 얼마 전 미술품 130점을 경매를 통해 사들여 영국 미술대학들의 장학금 마련을 위해 기증했다. 그리고 100점은 아트 카운슬에 기증하고, 다수의 작품을 각 지역의 공공 갤러리에 기증했다고 한다. 영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을 지원하는 YBAs로 영국 현대미술을 세계로 끌어올린 바람직한 기업 컬렉터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신정아 가짜 사건과 삼성 비자금 파문으로 기업의 미술품 수집이 도마에 올랐다. 미술관과 개인의 수집 경계를 흐릿하게 하고, 거래를 투명하게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회 공헌도가 적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들이 해외 미술시장이나 대형 경매에서 우수한 작품을 사들이면 그것이 우리 사회의 재산이 되는 것이며 아울러 투자 가치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공공 미술관에 기증해 많은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그 기업은 존경을 받을 것이다.
<미래 사회는 인터넷과 사이버가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활의 편익은 엄청나지만 기계가 만드는 세상은 근본적으로 찰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앞으로 예술 현장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이런 세상에 대비해 개인들이 가까운 곳에서 문화예술을 생활화는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기업은 예술이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적인 CEO들은 예술을 즐긴다고 한다. 사치앤사치의 CEO 케빈 로버츠는 한 달에 평균 스무 편의 영화를 보고, 서른 권의 잡지를 읽고, 젊은이들이 찾는 클럽 주변을 서성이며, 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 뮤지컬 극장을 수시로 찾는 괴짜로 유명하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버진의 리처드 브랜슨 등 세계적 CEO들은 창조 경영의 출발점이 예술이라며 창의력을 얻기 위해 예술을 즐긴다는 것이다.

2008년은 연초부터 정국이 시끄러울 조짐이다. 그럴수록 근본을 바로 잡고 예술적인 마인드로 문제를 풀어야 살 맛나는 세상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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