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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예능 전성시대의 망가지는 캐릭터

정중헌

TV 프로그램에도 유행이 있지만 요즘은 예능 전성시대다. 채널마다 연예인들이 팀을 이뤄 <무한도전>을 하고 <1박2일> 여행을 떠나더니 요즘은 <패밀리가 떴다>로 젊은 시청층을 흡인하고 있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 더 정확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기 스타들이 몸을 던져 미션에 도전하고, 잠자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가족처럼 어울려 게임도 하고 어울려 노는 행태를 그저 보고 즐기면 되니 부담이 없다. 요즘은 드라마의 인기 스타나 월드스타까지 나와 예능 전성시대임을 실감케 한다. 예능 프로그램이 뜨니까 TV 광고도 예능 스타일을 따라 하는 추세다. 예능 프로그램의 묘미는 인기 스타나 연예인이 신비주의를 벗고 사정없이 망가지는데 있다. 말로 망가지고 몸으로 망가지고, 약점으로 웃기고 실수로 웃기고, 아무튼 평소와는 다른 행동 다른 말투로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 시청자들에게 의외성과 재미를 안긴다. 원조는 <무한도전>이다. 전혀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에 무모하게 도전해 온갖 해프닝을 벌이면서 시청자 눈길을 끌었다.
그 다음에는 전문직에 도전해 불가능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정신과 열정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최근에는 에어로빅 대회에 나가려는 험난한 과정을 보여줘 인기 를 조금 되찾았다. <1박2일>은 출연 연예인들의 본성을 끌어내 시청자를 모았다. 먹는 것, 자는 것, 특히 내기에 승패가 걸렸을 때, 어려운 상항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하는가에 대한 개개인의 캐릭터를 여과 없이 보여준 것이 인기비결이었다. <패떴(젊은 층들은 이렇게 부른다)>은 <1박2일>과 비슷한 포맷이지만 연령층을 안배해 출연자 수를 늘리고 가족의 화목과 봉사의 보람을 당의정으로 입힌 협동 놀이판으로 신선감을 불어 넣었다. 정글 같은 도시를 떠나 자연의 정취를 살리면서 어울려 놀며 망가뜨리고 망가지는 해프닝을 봄 시청자들은 재미를 느낀다. <마구잡이식 연예 토크프로그램도 요즘 예능에서 뜨고 있다. 이제까지는 주로 섭외가 힘든 영화배우나 인기 가수들이 영화나 새 앨범 홍보를 위해 출연했으나 지금은 방송사들이 각 분야 아티스트들을 초대할 만큼 비중이 높아졌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중량급 스포츠 스타나 예술인들이 나와 체면치레나 엄숙주의를 벗어던지고 다소 망가지기까지 하면서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탓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요즘 서태지 출연 광고나 장미희 출연 콩트 식 광고가 눈길을 끄는 이유도 스타의 인기나 신비주의 이미지를 여지없이 부숴버리기때문일 것이다. 예로부터 남의 비밀이나 사생활을 엿보는 것은 흥미 거리였다. 그런데 이제는 텔레비전을 통해 스타의 생얼(화장하지 않은 얼굴)에서 첫키스 경험까지 스타의 사생활은 물론이고, 농
담하고 실수하며 웃고 뒹굴며 노는 모양까지 볼 수 있으니, 예능 프로그램이 뜨는 것은 당연하다. 스타도 이슬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과 다름없다는, 그런 솔직함을 격식 없고 부담 없이 보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예능의 장점이다. 그러나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 부작용과 역기능이 방송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번지는 추세다. <예능 프로그램의 문제
첫째는 방송의 영향력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즐기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예능처럼 살고 싶고 예능처럼 놀고 싶어 예능 프로그램의 스태프가 되고 싶어 한다. 이번 대학 입시에 방송 스태프 지원자가 부쩍 늘었는데, 면접을 해보면 예능 프로그램 스태프가 되어 연예인들과 여행도 다니며 재미있게 살고 싶어 지원했다는 것이다. 꿈이 소박해져가는 것이지 모르겠지만 이대로 가면 전 학생의 예능화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둘째는 편성의 과다 문제다. 지상파가 케이블과 위성을 넘어 DMB와 IPTV로 전송되는 추세에서 연예인 놀이 프로그램은 채널만 돌리면 온종일 볼 수 있을 정도로 중복 편성되어 있다. 다양성이 제약을 받는데다 아류들이 생겨나 그야말로 놀자판을 만드는 것이 문제다. 셋째는 품격이라고 하면 뭐하지만 공공을 위한 방송은 최소한의 예의는 잃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대다수 예능 프로그램들은 대본이나 콘티가 있는지 의문이다. 에티켓과 상식을 벗어나 오버해야 웃긴다고 생각하고 슬랩스틱 코미디하듯 망가지는 경쟁이다 보니 가족끼리 보기 민망할 정도다. MC까지 호통을 쳐야 인기라니 이건 아니라고 본다. 넷째는 망가지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스타나 아티스트들은 만인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대중적 인기도 좋지만 그들의 열정을 따르려는 지망생들의 환상을 깨는 점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기성세대들은 왜 연예인 노는 것을 돈 주고 보아야 하냐고 볼멘 불평을 하고 있다. 예능이 뜬다니까 지상파 방송들은 드라마 편성을 줄이고 제작비 적게 드는 예능으로 쏠리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방송의 내용과 품질이 달라지리라 기대했지만 해를 넘겨도 연예오락 놀이판, 스타 망가뜨리기와 사생활 엿보기 풍조는 더해 갈 전망이다. 얄팍한 재미 욕구에 우리 사회와 문화예술의 격이 함께 추락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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