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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신상호 / 현대 건축공간에서 펼치는 Fired Painting과 아프리카의 꿈

정중헌

전통 도예-도조(陶彫)-건축-회화로 진화한 흙과 불의 궤적
 
저널리스트로서 한 작가를 30년 넘게 지켜보면서 그의 작품이 변모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에서 30년 넘게 문화부 기자생활을 한 필자는 그 덕에 ‘예술가 신상호’의 시대별 궤적을 쫓을 수 있었다.

‘흙의 작가’ 신상호의 여정은 도전과 실험, 변화와 창조의 연속이었다. 지난 30 여 년간 그는 전통에서 현대로, 도예로 시작해 조각과 건축을 거쳐 흙 그림을 불로 구워낸 회화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세라믹 아티스트로서의 독자적 입지를 구축했다. 한 단계 도약할 때마다 허물을 벗듯 고통스런 진화 과정을 지켜보며 그의 집념과 근성이 참으로 범상치 않음을 여러 차례 실감했다.
“버텨내기가 쉽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 운이 좋았고, 장르가 섞이면서 깊이 있고 차별화된 작품이 나와 다행입니다.”
전통 도예의 현대적 해석으로 전도가 유망했던 신상호는 1980년 홍익대 미대 교수로 임용되면서 ‘흙’이라는 물성의 보다 넓은 가능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전통의 현대화로는 학생들의 교육과 취업에 한계가 있음을 자각한 것이다.

신상호는 1986년 미국 코네티컷주립대학교 교환교수로 머물면서 ‘미국 세라믹아트’를 접하게 되고 ‘도조(陶彫)’라는 조각적 형태에 관심을 갖게 된다. 무엇에 도전했다 하면 무섭게 파고드는 신상호는 1987년 프레스센터 서울갤러리 개인전에 흙이라는 매체의 전통적 표현을 탈피한 조각 형태의 작업을 발표했다. 돈과 명성을 버려야 하는 쉽지 않은 결단이자 변신이었다.

길을 트니 기회가 바로 왔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스포츠의 제전이자 한국예술을 세계에 선보이는 문화축전이기도 했다. 그에게 두 건의 프로젝트가 주어졌는데 하나는 워크숍을 겸한 ‘동서 현대 도예전’이었고, 또 하나도 워크숍을 겸한 ‘전통 도예전’이었다. 이중 경기도 장흥 자신의 공방에 현대 세라믹의 세계적 거장들을 초대해 공동 작업을 펼친 ‘동서 현대 도예전’은 한국 도자의 위상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작가 신상호에게 ‘한국 현대도자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현대로만 가자니 서양을 따라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자신의 독창성을 찾기가 힘들었다. 이 지점에서 신상호는 깨닫는다. 전통을 알아야 미래가 보이고, 우리 것을 가지고 부딪쳐야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자신만의 방법론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1991년 조선일보 미술관 초대전에서 다시 분청(粉靑)으로 회귀한 것도 그런 이유였으나 그는 기법만 우리 것을 응용했을 뿐 내용과 형태는 이미 현대로 미래로 내닫고 있었다. 그때 시도한 사람 형상을 한 도자조각, 동물 형태의 분청작품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서 신상호는 전통기법을 마무리하고 현대도예의 무궁한 가능성에 도전하는 전환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4년간 작업에만 매달리던 신상호는 1995년 서울 동아갤러리 개인전에 흙으로 빚어낸 거대한 동물 형상의 ‘Head 시리즈를 선보였다. 별 꾸밈없이 흙의 덩어리, 매스로서의 물성을 드러낸 당시 작품들은 마치 신화 속에 나오는 반신반수를 연상케 했다. ‘현대의 토템’이란 상징성도 강했던 도조 시리즈 중 일부는 서울 하얏트 호텔의 현관과 로비, 정원에 설치되어 지금도 관객과 만나고 있다.




역동적 구조와 원색의 힘이 넘치는 ‘드림 오브 아프리카’

1995년부터 2년간 영국 왕립예술대학 초빙 교수로 런던에 머문 신상호는 본능적으로 아프리카 예술에 미치도록 빠져들게 된다. 때맞춰 런던에서 열린 <아프리카 대륙의 미술전>을 통해 아프리카 미술의 원초적 에너지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 무렵 필자는 영국 정부 초청으로 런던을 방문, 신 작가와 시간을 같이 할 수 있었다. 그가 안내하는 런던의 골동시장은 아프리카 미술과 민예품의 집산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골동품상 주인들은 안목이 높은 신상호에게 진귀한 아프리카 예술품들을 보여주었고, 그때의 발품으로 엄선된 컬렉션들은 이후 신상호 작품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영국에서 돌아온 신상호는 아프리카의 혼령들을 정신없이 흙으로 빚어냈다. 거대한 아프리카 초원의 각가지 동물들이 그의 손으로 조형화되기 시작하면서 그의 장흥 공방은 동물농장으로 불릴 정도로 도조작품들로 가득 찼다.

이 작업을 통해 그는 색채의 마술사가 되었다. 이제까지 전통도자에서 쓰던 제한된 유약에서 벗어나, 태어나서 한 번도 칠해보거나 경험해 보지 못한 원색들로 ‘아프리카의 꿈’을 마음껏 채색한 것이다. 2000년대 초반의 신상호 작업을 대표하는 ‘드림 오브 아프리카’ 시리즈들은 2002년 갤러리 현대 개인전을 통해 발표됐고, 2004년 세계 유수의 콜렉터들이 관심을 갖는다는 뉴욕의 롱하우스 리저브에 초대되면서 해외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같은 해 서울의 갤러리 인에서 신상호는 ‘드림 오브 아프리카’와 함께 ‘Fired Painting(구운 그림)’이라는 이색적인 기법의 도판화(陶版畫)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Fired Painting’은 흙으로 만든 도판에 흙으로 그림을 그리고 유약을 발라 고온에서 구워내는(완전 소성) 까다로운 공정을 5~6회 반복하여 유화나 아크릴화에서 느낄 수 없는 도화만의 깊이 있는 색상과 표면적인 질감을 체험케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클레이아크의 건축도자와 ‘구운 그림’들의 다양한 변주

여기서 우리는 2006년 개관한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클레이아크(Clayarch)는 흙과 건축의 상호 관계적 협력을 의미하는 합성어이다. 이 미술관은 신상호의 아이디어에 김해라는 지자체가 호응함으로써 태동했다. 일찍이 흙의 가능성에 눈을 뜬 신상호는 고대 건축에서 흙을 소성시킨 자재를 썼다는 점에 착안하여 현대 건축에 흙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파고들었다.
그 결과 신상호는 타일보다 훨씬 큰 도판에 그림을 그려 고온에 소성시킨 ‘구운 그림’을 창안해 내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 같은 방식의 구운 그림이 신상호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신상호의 구운 그림은 간단한 조립으로 건축물의 내 외장을 장식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대형 건물 전체를 한 폭의 그림으로 감쌀 수도 있다.

이처럼 구운 그림은 실용성(내구성 내열성 환경 친화적)과 예술성(색감 디자인 회화성)을 내포하고 있어 클레이아크(건축도자)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더욱이 실험을 거듭하면서 색채의 깊이와 투명성을 더욱 살려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상상과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낼 수 있어 구운 그림이야말로 신상호 흙 작업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을 신축하면서 자신이 창안한 구운 그림으로 외벽을 장식했다. 아프리카의 영감을 기하학적 도상으로 형상화한 이 구운 그림 자재는 틀에 맞춰 끼워 넣는 간편 시공으로 “건축도 철따라 옷을 갈아 입 듯 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신상호의 구운 그림 건축도자는 서울 광화문에 신축된 금호아시아나 메인타워 외벽에 책거리 도상으로 확대 시공되어 서울의 공공미술 위상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을 얻고 있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2006년 개관전으로 ‘세계건축도자전’을 열었고 특별전으로 ‘가형 명기전’을 열어 주목을 모았다. 2007년에는 ‘Spirit of Africa와 신상호전을 대규모로 열었다. 이 중 신상호전은 당시까지의 작업 전체를 조명하는 회고전 형식으로 열어 그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생성의 기본 개념을 형상화한 아프리카의 꿈, 그것을 움직이는 에너지로 보여주는 구조와 힘, 선과 색으로 평면에 그림을 그려 구워낸 추상 표현의 구운 그림은 생성-과정-완성이라는 순환 체계 안에서 인간, 자연, 우주로 이어지는 철학적 기획의도가 디스플레이에서 잘 매치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의 세라믹 비평가인 애드먼드 드 월 교수는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 신상호가 보여준 예술세계의 위치를 가늠하고 맥락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했다.

미국의 저명한 ‘아메리칸 세라믹’ 편집장인 로날드 앤드류 쿡타는 신상호의 ‘구운 그림’에 대해 “흙, 도예라는 것의 진가와 가능성을 숭고한 예술의 신전으로 끌어올리려는 의미론적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여행과 수집은 신상호 예술을 생성시키는 상상력의 원천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은 한국 전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좋은 기획전을 수차 열었는데 특히 2008년 개최된 ‘건축도자-올드(Old)전’은 신상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앞에서도 밝혔듯 과거를 알아야 현대가 보인다. 건축도자 올드전의 백미는 신상호가 수집한 중국 당대(唐代), 명대(明代)의 가형(家形) 명기들과 화려한 문양의 전돌들이었다. 천년의 세월이 흘러 무덤에서 발굴된 가형 명기들과 흙으로 구워낸 건축 도자들에서 신상호는 ‘구운 그림’이라는 미래의 화두를 잡아낸 것이다.

신상호는 요즘 중국 고대의 청화백자를 수집중이다. 그 컬렉션들이 어떻게 작품에 반영될지 궁금하지만 벌써 그의 영감(靈感)이 스친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았다. 아프리카 미술품 수집이 ‘드림 오브 아프리카’로, 중국의 가형 명기 수집이 자유분방한 ‘구운 그림’의 상상력을 유발시켰다. 이처럼 여행과 수집은 신상호 예술을 이해하는데 필수요소가 아닐 수 없다.




동물농장을 방불케 하는 부곡도방 마당과 작업실

신상호의 부곡도방을 오랜만에 방문했다. 서울 강남의 멋진 건물에 들어 선 부띠크 모나코 미술관 초대전에 출품할 작품들을 보기 위해서다. 얼마 전 LG 닥스 115주년을 기념하여 패션과 더불어 열린 신상호 작품전이 상쾌했는데, 이번에도 세계적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된 세련된 갤러리에서 신상호 신작들을 볼 수 있다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얼마나 새로운 작품들이 선보일지, 또 신상호의 작품들이 초현대 건축과는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호기심이 컸는데 그의 공방에 펼쳐진 ‘구운 그림’들은 필자의 기대치를 넘어 전통과 미래의 시공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색채의 축제를 펼치고 있었다.

디지털시대로 들어서면서 예술도 이제 하나의 공간에서 서로 어우러지고 부딪치는 그래서 또 다른 관계를 맺는 통합현상을 보이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구운 그림’을 창안한 신상호는 예술과 과학이 접목되는 현대 사회에서 ‘원 소스 멀티미디어’를 실현시킬 자신만의 키워드와 매소드를 찾아냄으로써 대박 찬스를 잡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가 그리고 구워 낸 ‘파이어드 페인팅’들은 건물 외장재가 되기도 하고, 건물 바닥이나 천장의 장식품으로 활용될 수도 있고, 벽에 걸면 품격 있는 미술품이 되고, 패션의 이미지로도 활용될 수 있으니 앞으로는 의식주 전반을 파고들어 삶 자체를 예화(藝化)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5월 하순 선보일 작품들을 모아 놓은 방은 전통과 현대, 과거와 미래의 시공간이 혼재된 듯 한 느낌을 주었다. 작품의 명제 자체가 ‘조각보의 변형’ ‘조각보의 진화’에서 ‘미래도시’로 급전하면서 색채와 형상들이 거대한 폭포 같은 파노라마를 펼쳐내 장관을 이룬 것이다.
도판에 작가의 이미지들을 그린 후 가마에서 구워 낸 작품들은 색채나 질감들이 일반 회화와는 달랐다. 뭐라고 할까, 색채는 고혹적이고, 조명에 반응하는 질감은 차가우면서도 깊이가 있다고 할까. 머릿속의 상상들을 컴퓨터를 이용해 밑그림을 만들어 진화시켜 가면서 그것들에 안료를 칠하고 소성해 내는 일련의 작업과정은 예술과 기술, 특히 과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능할 수가 없는 통합작업의 소산이 아닐 수 없다.

이를테면 선인들이 오방색의 자투리 천을 바느질해 만든 조각보의 색감들을 컴퓨터로 이미지화해 내면 조각보는 색채의 리듬을 타고 변주 되고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치면서 또 다른 이미지로 진화하는 것이다.

왜 조각보의 변형이고 진화일까. 신상호는 우리 전통이자 역사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싼다, 포장한다는 용도를 지닌 조각보는 시간과 역사 모든 것을 포장할 뿐 아니라 소중히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펼쳐보는 여인의 마음 같은 것 아닐까요.”

그러나 작가가 조각보를 구운 그림의 소재로 삼은 것은 색상이 화려함은 물론 공간 구성이 다양하고 유니크하기 때문이다. 옛날 것이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이 물씬한데, 그것들을 불에서 구워내면 새롭고 익사이팅한 색깔이 나와 작업할 때마다 설레이고 흥분된다는 것이다.

3D 영화를 보는듯한 구운 그림 ‘미래 도시’ 시리즈

특히 이전 전시에 첫 선을 보일 ‘미래도시’ 연작들은 우주의 혼돈(카오스)을 연상시키듯 공상적이고 자유분방해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마치 3D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입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 그려진 것들은 경험을 통해 상상해서 얻어 낸 이미지들입니다. 이를 컴퓨터로 업그레이드 하는 과정도 힘들지만 색으로 느낌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까다로워요. 디자인과는 달라 여러 번 고쳐서 구워내면서 표현적인 색감을 살려내야 하니까요.”

신상호 표 구운 그림의 핵심은 색채다. 이제껏 쓰지 않던 색채들을 마음껏 구사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색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 제한된 색 밖에 쓰지 못했는데, 아프리카의 원시미술에 매혹당한 신상호는 강렬한 원색도 도판의 구운 그림에는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음을 자신 있게 보여주고 있다. ‘색채도 언어이며 메시지’라는 작가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강한 원색이 맞고 현대인들에게도 먹힌다고 했다.

신상호의 도조와 구운 그림의 또 다른 매력은 디스플레이에 있다. 기하학적 추상과 미래의 공상과학이 어우러진 구운 그림들은 5~6점 씩 집합하거나 2~3점 씩 병렬해도 되고 단독으로 걸어도 격조 있는 회화작품으로 손색없다.

여기에 아프리카의 원시성과 자연을 각가지 동물 형태로 형상화한 도자기 조각들을 적절히 배치하면 색감의 조화가 오묘할뿐더러 공간의 리듬감도 멋지게 연출해 낼 수 있다. ‘아프리카의 꿈’과 ‘구조적 형상’과 ‘미래도시’가 한자리에서 펼쳐질 이번 전시는 건축의 독특한 공간과 어떻게 하모니를 이룰지 기대가 크다. 회색의 도시에서 원색이 뿜어내는 색채의 매력을 맛보는 것도 신선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순수와 열정으로 진짜를 찾아 나선 유별난 아티스트

끝으로 신상호 작품세계를 이해하려면 신상호의 기질을 조금은 알 필요가 있다.
필자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미술 기자로 초년병으로 혈기왕성했던 1970년대 중반이었다. 당시 그는 청자로 시작해 백자와 분청사기로 이어지는 전통도자의 재해석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안목도 높았지만 자부심도 대단했다. 개성이 강한 기자와 자부심 강한 아티스트는 첫 만남부터 심하게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첫 인상부터가 녹녹치 않았다. 영락없는 예술가요 장인이었다.
뒷날 ‘작가노트’에서 자술했듯이 그는 병적일 만큼 유별났다. 자기가 최고인 이기주의자에 세상과 인간에 대해 냉소적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독선이 싫었지만 그와 소통하고 교유하면서 신상호야 말로 가식이나 가면, 가짜를 싫어하는, 그래서 진짜를 찾으려는 우리 시대의 별종임을 알게 되었다. 그 유난스러움이 순수의 발로였음을 안 것은 한참 후였다.

인간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세상을 살아가기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신상호는 특유의 뚝심과 고집으로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것만 하고 살아왔다. 그렇게 외곬으로 파고들어 유희하듯 흙과 마음껏 놀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것이다.

그가 또 어느 쪽으로 여정을 잡을지 모르지만 필자는 계속에서 그의 궤적을 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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