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출신의 록 가수 밥 겔도프는 1986년 32세의 나이에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에티오피아 난민돕기 자선음반 제작과 콘서트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음악의 힘을 보여준 공로였다. 그 상이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자 섭섭하지 않으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만일 내가 상을 받았다면 명예와 인기가 올라 정상에 서게 될 것인데 그건 위선자나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전 세계를 움직이는 기획자, 자선가에 기사(騎士)의 칭호가 따라붙는 겔도프는 84년 아프리카 기근을 다룬 BBC 리포트를 보고 충격을 받아 그들을 돕기 위한 올스타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다. 응급처치용 반창고에서 이름을 딴 밴드 에이드에 36명의 당대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자선앨범 ‘그들도 크리스마스가 온 걸 알까요’를 냈다. 노래가 히트하고 자선공연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가난 구제와 후진국 원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런 현상에 자극받은 미국의 유명 아티스트들이 프로젝트그룹 USA를 만들어 그 유명한 노래 ‘위 아 더 월드’를 85년에 발표했다. 퀸시 존스, 마이클 잭슨 등과 더불어 이 레코딩에 참여한 겔도프가 이번엔 ‘사상 최대 음악 이벤트’로 불리는 ‘라이브 8’ 콘서트를 총지휘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일 도쿄, 런던, 필라델피아, 파리 등에서 펼쳐진 라이브공연에 수백만 인파가 열광했다. 마돈나 등 톱스타들의 무료출연과 런던의 복권식 기금 모금 등 화제도 풍성하다.
▶이번 행사는 과거보다 정치색이 강해진 점이 특징이다. 6일부터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에 앞서 날짜를 잡았고 제목 ‘라이브 8’ 또한 그들에게 아프리카 빈곤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20년 전 콘서트를 열 때는 돈만 모으면 아프리카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겔도프가 이번에는 “정치적 정의를 통한 문제 해결”을 역설했다. 부채 탕감, 원조 확대, 독재정권 내몰기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테레사 성녀(聖女)는 “가진 것을 나누면 된다”고 했지만 빈곤 퇴치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자선이나 원조가 도움보다는 타성을 줄 뿐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겔도프의 ‘라이브 8’은 국제기구로도 해결이 어려운 아프리카 빈민문제를 세계 톱스타들의 합창(合唱)으로 상기시키는 메시지를 전했다. 자선에 앞장서 온 빌 게이츠의 런던 하이드 파크 공연 출연도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그런데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북녘 동포들을 코앞에 마주한 우리는 이런 축제가 버거울 뿐이다.
조선일보 2005.7.5 만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