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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실력과 노력으로 빚어낸 ‘조승우 신드롬’의 매력과 충격

정중헌

배우 조승우가 스타로 뜨고있다. 지난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더니 올초 개봉한 영화 ‘말아톤’에서 5백만 관객을 모았으니 매스컴의 주목을 받을만 하다. 3월에 막을 올린 뮤지컬 ‘헤드윅’은 조승우가 출연하는 전회가 매진되는 기록도 세웠다.
‘조승우 신드롬’은 반짝했다가 이내 사라지는 연예스타와는 분명 다르다. 탄탄한 실력과 끈질긴 노력, 철저한 자기 관리라는 3박자가 뒤를 받치고 있어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조승우의 맹활약은 스타다운 스타가 나오지 않는 세태에서 시사하는 점이 많다. 요즘 스타는 TV에서 인기가 치솟나 싶으면 광고 몇편 하고 뒷전으로 밀려나 버린다. 재능있는 스타를 발굴하고 키우는 노력보다 상업성만 노린 1회용 스타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이런 매니지먼트 시스템도 문제지만 연예인 또한 자기 계발도 못해본채 인기에 휘둘리다 퇴장해 버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이다.
<조승우는 다르다. 그는 스무살에 남보다 화려하게 스타트 라인에 섰지만 단거리 보다는 마라톤을 택했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에 이몽룡으로 발탁되는 행운을 잡아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데 성공했으나 신인의 한계를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그런 그를 소극장에서 다시 만난 것은 뜻밖이었다. 김민기 연출의 ‘지하철 1호선’에서 단연 돋보이는 배역이 눈에 띄었는데 그가 조승우였다. 영화 주인공이 소극장 무대에서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대하면서 저 배우는 인사성도 바르지만 큰 배우가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불과 몇년만에 스크린과 무대에서 관객을 사로잡고 있으니 감회가 크다.
조승우를 사석에서 보면 미소가 해맑은 수줍은 청년이다. 이런 그가 영화나 뮤지컬에서 어떤 역을 맡으면 평소의 그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변한다. 조숙한 책방도령에서 세파에 찌든 싸움꾼이 되는가 하면 순수한 고교생에서 연쇄살인마로 변신하기도 한다.
그가 ‘말아톤’에서 다섯살 지능의 자폐청년역을 맡아 관객을 울린 것은 백지상태에서 장애인의 애환을 온 몸으로 표현해냈기 때문이었다. 비록 몸은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아도 마음만은 세파에 때묻지 않은 순수청년의 인간승리가 모처럼 가족의 심금을 울린 것이다.
조승우의 진면목을 보여준 영화는 ‘클래식’이었다. 지금은 아련한 추억 속으로 사라진 부모 세대의 애틋한 연애감정을 그토록 진솔하게 드러낸 조승우의 연기를 보면서 참 맑고 아름다운 꿈의 거울을 보는듯 했다.
공연을 보진 못했지만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통해 전해진 그의 성가는 대단했다. 선과 악의 2중 연기를 20대 초반의 젊은 배우가 소화하기란 쉽지 않을텐데 그는 초연 때부터 열정과 몰입, 춤과 노래, 넘치는 에너지와 카리스마로 관객을 압도한다는 호평을 받았다. 앵콜 때는 그가 출연하는 공연마다 매진사태를 빚어 암표까지 나돌았다니 그의 인기를 실감할만 하다.





뮤지컬과 영화에서의 강렬한 잔상이 가시기도 전에 조승우는 뮤지컬 ‘헤드윅’에 출연해 쉼없이 질주하는 마라토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자 같으면서도 여자같은 트렌스젠더라는 쉽지않은 캐릭터에 도전한 용기도 신선하지만 록가수 못지않은 열창과 연기로 시연때 관객을 사로잡아 자신의 전회 공연티켓을 매진시킨 저력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조승우는 ‘타고난 배우’라는 말을 듣지만 그가 달려온 지난 5년을 보면 한점의 흐트러짐도 없이 연습과 출연으로 이어져왔을만큼 그는 노력파다. 아버지가 가수였고 누나가 뮤지컬 배우인걸 보면 그도 선천적 재능을 타고났겠지만 젊은 나이에 이곳 저곳 기웃거리지 않고 오직 연기 하나에 정진해온 집념이 오늘의 조승우를 스타덤에 우뚝 세워놓았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필자의 기자경험으로는 스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스타기질, 다시 말해 스타성이 있어야 한다. 첫째는 실력이다. 가수는 가창력, 배우는 연기력이 남보다 출중해야 한다. 둘째는 원로들이 강조하는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인간성에 문제가 있으면 스타로 오래 떠있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세째는 철저한 자기 관리다. 몸매는 물론 패션과 메이크업등 모든 면에서 이미지를 관리해야 한다. 한가지 더 욕심을 낸다면 신비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타들은 대외활동에 신중을 기하고 광고 한편에까지 신경을 쓴다. 인터뷰 요청도 가려서 하지만 일단 수락하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스타다.
이런 점에서 배우 조승우는 자기 관리가 철저한 스타다. 연습과정도 왠만해선 공개하지 않고 쇼박스로 발표한다. TV에 좀체 등장하지 않지만 어쩌다 출연해도 진지한 자세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새로운 사실도 공개하여 관심을 모으게 한다. 요즘 젊은 예술인중 이만큼 자기관리를 하는 케이스도 드믈 것이다.
돈과 인기에 목을 메는 요즘 풍토에서 춤과 노래, 연기 뿐 아니라 타에 귀감이 되는 성실성에 자기관리를 하는 조승우 같은 배우가 나왔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늘 어딘가 비어있는듯한 아쉬움이 가시지 않는 스타판도에서 조승우는 흠결이 비교적 적은 만능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금은 문화예술 전반에도 스타가 나와야할 때다. 그런데 문화계마저 한탕주의와 조급증이 팽패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말아톤’에서의 초원이는 빨리 내닫지말라는 코치의 말대로 속도를 조절하여 결승점을 통과할 수 있었다. 조승우처럼 꾸준히 자기길을 가는 마라토너가 문화계에게도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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