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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지역 박물관은 종합화하고 국립 박물관은 서비스 개선으로 거듭나야

정중헌

최근 동호인들끼리 일본 규슈지역 4개 현의 박물관들을 둘러보았다. 가고시마 현립박물관, 미야자키 종합박물관, 구마모토 박물관, 후쿠오카시 박물관을 돌면서 우리와 다른 몇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의 현이면 우리의 도에 해당되어 도쿄의 국립박물관이나 오사카 등 대도시 박물관에 비해 규모도 작고 유물도 많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시내용이나 기능을 지역사회에 맞게 특화시킨 점이 돋보였다.
첫째는 4개 박물관 모두 과거의 문화유산뿐 아니라 지역의 토양과 동식물 그리고 근현대 생활사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종합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박물관 전체가 자라나는 세대를 위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박물관의 종합화는 우리가 참고할만 하다. 전국을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지역의 국공립박물관들은 고대 유물전시에만 치중하고 있는게 우리 현실이다. 이는 박물관에 대한 인식이 잘못된 탓도 있지만 분야간의 교류나 합동연구가 도외시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역사와 미술도 자연을 떠나 생각할 수 없다. 생활문화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는 논란만 거듭했지 국립자연사박물관도 아직 없는 상태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있기는 해도 불과 30~40년전 추억어린 생활문화조차 체계적으로 보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일수록 지질, 해양, 생물 등 자연사 박물관이 전문화되는 추세다. 미술관 역시 고대, 근대, 현대로 구분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근대미술관이 없다. 역사유물박물관도 분야별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히다.
이같은 전문화 특성화는 국가가 해야할 몫이다.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분야간에 이해가 얽혀 논의조차 활성화되지 못하는 현실이 더욱 답답하다.
<전문박물관은 국가에 맡긴다 해도 지역사회 박물관들은 이제라도 종합화로 가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지역사회를 입체적으로 알릴 수 있고 학생들 또한 제대로 된 교육의 장을 갖게되는 것이다.
1951년 개관한 미야자키 현립박물관은 1971년 자연사 부문을 추가하여 종합박물관으로 거듭났다. 자연사 전시실에선 미야자키를 대표하는 조엽수립을 대형 디오라마로 보여주고 있다. ‘미야자키의 대지’에서는 미야자키가 생성되어온 모습을 지구 차원의 규모에서 파악할 수 있도록 꾸몄다. 역사관은 고대문화에서 시작해 1950년대 주택에 이르기까지 인간생활사 중심으로 펼쳐보이고 있다. 특히 박물관 중앙 로비에 1960~70년대에 쓰던 시계, 선풍기, 장난감, 디스크자켓 등의 생활문화 쇼케이스를 비치해 박물관에 대한 느낌을 친근하게 이끈 점이 인상적이었다.
가고시마 현립박물관도 ‘가고시마의 자연’을 테마로 바다, 호수, 대지, 산 등을 입체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학습정보실에는 공룡화석과 천문전시실 등을 갖춰 학생들이 자연에 흥미를 갖도록 했다.
우리 일행에게 이런 자연과 생태 전시가 무척 낯설었지만 근현대의 생활문화 전시와 더불어 보면서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됨을 알게되었다. 인간의 삶과 자연을 하나의 관점에서 살필 수 있는 이런 전시형태야말로 현대인에게 종합적인 사고를 가능케 하는 방법임을 현지에서 체험한 것이다..
또하나의 느낌은 박물관이 박제된 유물을 보여주는 죽어있는 공간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보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학습공간이라는 점이다. 규슈의 현립박물관들은 작지만 그런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 피부에 와닿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거는 기대

며칠전 박물관에 대한 부러운 기사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파리특파원이 보내온 ‘박물관의 밤’에 관한 내용이다. 프랑스 주도로 유럽 전역의 1200개 박물관이 동시에 야간 무료 개장을 하는 박물관의 날 개막일(5월 14일) 스케치는 먼나라 이야기로 흘려넘기기엔 너무도 아쉬움이 남았다.
유럽의 동쪽 러시아에서 서쪽 끝 포르투갈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모든 박물관이 토요일 밤을 즐기는 시민들로 붐볐다고 한다. 아이디어도 좋지만 우리로선 부러운 문화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밤의 불빛’이란 주제로 박물관마다 정원에 촛불을 켜놓거나 야등을 밝혔다니 운치가 눈에 그려진다.
일찌기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은 인터넷 세상이 와도 미술관 박물관을 찾는 인구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런 예상이 이런 ‘박물관의 밤’으로 나타난 것이다. 컴퓨터 환경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살수록 사람들은 이런 아우라가 있는 문화공간을 더욱 그리워한다. 주 5일제로 여가시간이 많아졌으나 갈 곳이 많지않은 이들에게 이런 행사는 얼마나 반가운 문화서비스인가.
우리도 서울시에서 요즘 시립미술관과 역사박물관의 야간공개를 하고 있지만 별다른 반향을 읽기 어렵다. 박물관 문턱을 낮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혜택을 준다는 취지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탓이라고 본다. 매일은 할 수 없다해도 유럽처럼 어느 특별한 날을 정해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을 공짜로 입장케 한다면 문화 소외 계층에게까지 파급 효과가 매우 크게 번질 것이다.
대망의 국립중앙박물관이 오는 10월 26일 개관을 목표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용산 국박이 과연 이런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문화서비스를 할지 기대가 크다. 아무리 건물이 근사해도, 아무리 전시 내용이 알차도 관람객 위주의 진정한 서비스 개선 없이는 박물관의 기능을 살려낼 수 없다. 국박은 한밤에도 불을 밝혀 국민 곁으로 바짝 다가서고, 지역의 국공립 박물관들은 역사와 자연을 아우르는 종합전시장으로 변화를 꾀해 지역의 특성을 갖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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