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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최상의 문화터 기무사 자리에 21세기 문화상징 조성 논의하자

정중헌

70∼80년대 문화계는 지금처럼 다양하지는 않았지만 의욕과 열정이 넘쳤다. 화가 이우환씨는 남대문에서 광화문으로 흐르는 지하차도를 만들어 시청앞 일대에 광장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지금의 광화문을 원래의 위치에 복원하고 광화문대로를 문화의 거리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지금의 기무사터와 국군서울병원을 이전하고 그자리에 미술관을 지어 사간동을 문화의 거리를 만들자는 움직임도 그때 일었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중앙청은 헐리고 시청앞에는 잔디광장이 조성됐지만 이우환씨 의중과는 사뭇 다르다. 광화문 복원은 예산때문에 미적이는 상태인데 뜬금없이 광화문의 한글현판을 정조임금 서체로 집자하느니 디지털로 복원하느니 말들이 많다. 현판을 바꾸려면 경복궁 복원계획에따라 광화문을 원래 자리에 다시 지을때 하면 되는데 문화행정에 까지 묘한 기류가 흐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경복궁이 제 모습을 갖추면 정면의 광화문 대로를 문화와 관광지대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할만 하다. 궁 서편은 작은 문화공간들이 들어서고 있어 도심의 운치있는 명소로 가꿀 수 있을 것이다.
포인트는 경복궁 동편 일대를 문화거리로 가꾸는 종합청사진이다. 갤러리 현대, 국제화랑 등이 들어서며 미술거리가 조성된 사간동을 북촌과 인사동으로 잇는 문화벨트의 축으로 만들자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90년대 중반부터 일고 있으나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국군 기무사가 2007년까지 과천 주암동으로 옮기게 되면 그 자리를 문화계가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간동에서 한옥촌과 이어지는 소격동 일대에 자리한 기무사터는 서울도심에 남은 유일한 문화지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만큼 이곳을 어떻게 문화공간화하느냐가 21세기 문화시대의 관건이 아닐 수 없다.
기무사(옛 보안사) 터를 이전해 문화거리를 만들자는 제안은 80년대 후반 갤러리 현대 박명자 대표가 조심스레 내놓았다. 당시 문화부 기자이던 필자는 그 제안을 칼럼으로 세상에 알렸다. 군사정권 시기에 군의 핵심기관을 옮기라 말라 하는 자체가 위험(?)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지만 그게 씨앗이 되어 공론의 길의 텄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기무사터에 미술관을 짓자는 움직임은 95년 사간동 화랑과 화가들이 중심이 되어 일었다. 국립 현대미술관이 과천으로 이전하면서 서울 중심에 국립미술관이 없으니 분관을 짓자는 것이었다. 96년에는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사간동 문화의 거리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군부대 이전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편 건축가들에게 의뢰해 옛멋과 현대가 어우러진 예술타운 청사진도 마련하려고 했었다.
기무사를 이전하고 그 자리를 미술관 부지로 만드는데는 당시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의 역할이 컸다. 실세이던 박 장관은 국립 현대미술관이 과천에 있는것은 적합치 않다는 판단아래 군 당국을 설득하고 대통령을 만나 기무사 이전을 성사시키는 일을 했다. 당시 박 장관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한국 대표 문화벨트로 조성하겠다”며 “백남준 기념관이나 현대미술관 분관을 들어서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무사 이전이 알려지자 문화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공연예술인들은 공연장 건립을 주장했고, 복합문화공간 안도 만만치않았다. 지난해 문광부는 ‘국립 21세기 미술관’ 건립안을 밝혔다. 전통적 개념의 미술관을 건립하는 대신 사진과 비디오, 디지털, 모바일 등 새로운 분야를 응용해 전위적 미술관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도 없는데 무슨 새로운 미술관이냐”는 미술계 반발에 부딪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올들어 기무사터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짓자는 미술계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다. 미술인 화상등 500여명이 모여 가칭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결성하고 2월 16일부터 한주동안 인사동 사간동 소격동 지역에서 건립기금 모금전을 열었다. 이들은 기금을 모아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한편 미술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을 위한 추진위원회’도 구성할 계획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본관을 건립하자

필자 역시 기무사 터에 미술관이 들어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열린 마음으로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최상의 예술공간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 보았으면 하는 입장이다. 미술인들의 바람대로 국립현대미술관으로 활용한다 해도 서울관 보다는 본관이 들어서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논의나 명분 자체가 명색이 국립인 현대미술관이 과천에 있기 때문에 제 역할을 못해 서울 도심에 분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기왕 지을바엔 본관을 소격동에 두고 과천을 별관으로 해야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서울이 중심 역할을 하고 과천은 국립근대미술관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하나는 미래를 내다보면서 21세기에 맞는 문화공간을 심도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파리의 퐁피두센터같은 새로운 개념의 문화공간이 세계 큰 도시에 설치되는 추세다. 미래의 세대에게 창의력을 북돋아주고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할 수 있는 신개념 문화센터가 긴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전시기능과 공연기능과 체험기능을 합친 복합문화공간도 중론을 모으고 설계에 완벽을 기한다면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간 실패한 사례가 많긴 하지만 무조건 배제할 일만은 아니라고 본다. 기무사터는 인사동과 북촌을 잇는 삼각점 중의 하나인데 이 일대에 공연장이 별로 없는 문화지형도 감안하자는 것이다.
북한산과 인왕산을 끼고있는 산수에 경복궁과 마주한 기무사터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최적의 문화공간 부지다. 문화예술계로 넘어온 이 귀중한 터를 후세까지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최상의 문화상징을 만드는 데 중지를 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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