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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문화적 삶을 위한 생활문화 플랜을 짜보자

정중헌

2005년 닭의 해가 밝았다. 올해는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처럼 어두움을 물리치고 광명이 비추기를 기원해본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야 할 현실은 연초부터 두터운 구름이 깔려있다. 올해 경제는 지난해보다 더 어렵고 불안하다니 어찌 살아야할지 걱정이 앞선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4%대에 머문다면 일자리 얻기가 힘들어지고 서민가계는 더 얼어붙게 될 것이다.
경제가 어려우면 문화생활이 힘들어진다. 문화비부터 줄여야하기 때문이다. 주5일 근무제와 이에 따른 라이프 사이클의 변화로 여가시간은 늘어났는데 문화생활이 위축된다면 일상이 무미건조해지게 된다. 사는 것이 신명나지 않으면 일의 능률도 떨어지고 정신건강도 약화되고 국가 경쟁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2005년에는 문화적 삶을 설계할 것을 권하고 싶다. 문화적 삶이란 문화 감성을 갖고 문화를 생활화하는 것이다.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는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시간을 TV나 벗삼으며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문화를 총체적으로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TV는 감각적인 재미를 줄지 모르나 거기에 중독되다 보면 삶이 단순해질 뿐 아니라 낮은 차원에서 헤어나기 힘들게 된다.
경제가 어렵더라도 나름대로 문화 프로그램을 짜야 생활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TV 앞을 벗어나 공연장에 가서 현장감을 느끼고 박물관 미술관을 찾아 정서와 미감을 살찌우면 삶에 윤기가 돌고 삶의 질도 나아지게 될 것이다.
문화 프로그램은 세갈래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문화예술을 접하고 감상하는 플랜을 세우는 것이다. 둘째는 예술 감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문화를 체험하고 예술을 직접 해보는 것이다. 세째는 생활문화를 가꾸고 문화환경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예술감상은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를 정해 꼭 봐야할 것들의 연중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종 클래식 콘서트나 뮤지컬, 오페라, 무용 등 공연예술 중에서 취향에 맞는 것을 골라 문화비를 쪼개 예매를 한다면 기다리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미술이나 디자인에 취미가 있다면 돈을 들이지 않고도 문화생활을 할 수가 있다. 서울의 경우 인사동이나 청담동 화랑가를 일주일에 하루를 내어 돌아보면 많은 작가와 작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감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람하기 전에 작품의 형식과 내용을 알아보고 이전 작품과 비교해 보는 습관을 기르는 일이다. 어떤 작업이든 알고보면 재미가 배가되고 안목도 따라서 높아지게 된다.
예술체험은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를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것에서 나아가 직접 해보는 것이다. 전통문화 중에서 한가지를 골라 초보단계부터 배워나가다 보면 생업에서 느끼지 못하는 희열을 느낄 수 있다. 목공예를 배워 가구를 직접 만들거나 살풀이 춤을 익혀 모임에서 실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을 써본다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도 여가선용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감수성 교육이 필요

예술감상이나 체험의 필수는 문화감수성이다. 감수성은 하루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의 교육이 중요하다. 그런데 입시위주의 우리 교육형태에서 문화감수성을 익히기 힘든 상황인만큼 늦게라도 현장을 찾아다니며 예술을 접하면서 조금씩 안목을 높여가는 수 밖에 없다. 자주 접하다 보면 기본 구조를 알게되고 비교하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자신의 생활환경과 지역사회를 문화환경으로 바꾸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도시적 삶이란 획일화되고 몰개성적이 되기 십상이다. 그런 단순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독창적이며 개성적인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어느 민족이나 전통적 삶의 근거는 지역에서 출발한다. 지역의 음식, 의복, 민속, 놀이, 언어 등의 기본 소재들을 공동체를 이루어 개발하고 특성화하면 관광자원도 되고 공동체 문화형성에도 도움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뜻맞는 이웃끼리 또는 친구끼리 독서클럽을 만들거나 영화동아리를 꾸려 보는 것도 생활문화를 확산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국민의 이같은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정부의 문화정책이 문화소비자 중심으로 대폭 개편되어야 하며 문화복지 실현을 위한 막대한 재원을 조성해야 한다. 국민 개개인의 문화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짜주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정부와 지역사회의 몫이다. 인문학이나 예술전공자들 중심으로 문화복지사 자격을 주어 지역사회에 배치한다면 서울과 지방간의 문화격차도 줄 일수 있다.
문화의 시대에 맞는 문화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극장, 공연장, 미술관, 박물관같은 문화공간도 확충해야 하지만 동네마다 마을마다 문화의 집같은 실용적인 공간을 많이 만들어 내실있게 운영하는 일이 중요하다. 가까운 곳에서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무용도 배우는 시설이 있다면 수익이 많지않은 계층도 한결 여유로운 생활문화를 가꿀 수 있을 것이다. 평일에 비어있는 종교 시설을 문화공간화하는 방안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문화공간을 지어놓고도 지금처럼 콘텐츠가 허술하다면 국민 문화 생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질 높은 콘텐츠를 개발해 순회한다면 문화적인 활기가 살아날 것이다.
문화적 삶을 설계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않고 문화환경 또한 조성되기가 쉽지않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화는 이제 사치가 아닌 생활 그 자체가 될 수 밖에 없는 만큼 우리 스스로가 계획을 세우고 한발짝씩 실천해 나가는 도리 밖에 없다. 그것만이 현재의 삶은 물론 미래의 삶을 건강하고 여유있게 만드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제 국민이 나서 정부에 문화환경과 삶의 질 향상 대책을 요구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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