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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문화인프라 제쳐둔 신행정수도의 허구성

정중헌

정부가 충남 연기ㆍ공주를 행정수도 입지로 최종 결정했다. 이전에 반대하는 여론이 50%를 넘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제출된 사안을 이렇게 밀어붙여도 되는지 논란이 분분하다.
참여정부가 내세우는 수도이전의 명분은 서울을 중심으로한 수도권의 과밀완화와 낙후되고 소외된 지방을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도시계획 단계에서 인구 50만명이 넘지 않도록 설계해 중앙정부만 이전하는 신행정수도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여건만 허락한다면 미래형 기획도시를 만드는 것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경제가 바닥에 떨어진 지금의 상황에서 수십조원을 투입해 행정중심도시를 건설해야 하느냐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반대론자들은 참여정부가 수도를 천도하려는 저의가 의심스럽고, 통일시대에 대비해 남하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한다. 수도권 인구 50만명을 덜어내기 위해 100조원대 비용을 투입한다는 것은 무리수이며 시급하지도 않다는 논리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부터 토지보상 작업에 착수해 2007년 하반기에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다음 대선이 변수지만 참여정부가 강행한다면 얼개가 갖춰져 기초공사가 시행될지도 모를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반대입장이지만 정부안대로 신행정수도가 건설된다고 가정 했을때, 가장 우려되는 문제점은 ‘문화 마인드’의 결여다. 지금까지 추세로 보면 정치논리와 경제논리만 지배하지 가장 중요한 문화논리는 배제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문화논리란 기반시설이나 건축 외에 그 도시에 어떤 문화예술 컨텐츠를 담을 것이며, 그것이 서울이나 수도권 같은 대도시와 어떻게 유기적으로 기능하느냐를 검토하는 것이다. 불도저로 밀어 공공건물과 상가를 짓고 환경영향이나 평가하는 것으로 도시가 만들어진다면 사람 살 곳은 못된다. 기능 못지않게 거주자의 삶의 만족도,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도로서의 문화적 얼굴을 갖추지 못한다면 죽은 도시나 다름없다.
그러나 정부나 건설추진위원회의 그 많은 발언과 홍보내용 어디에도 ‘문화’의 청사진을 발견할 수가 없다. 우선 정부가 산출한 45조6000억원의 비용세목을 훑어봐도 문화가 들어서고 예술이 숨쉴 여지가 없다. 세금이 투입되는 것은 11조원뿐이라고 내세우지만, 그 11조원은 도로 상하수도 공공시설 등의 기반시설에 투입되도 모자랄 것이다. 민간 투자 34조원 또한 특성상 공공 문화시설과 그 운용에 할애되리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문화인프라가 필수

김안재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장은 최근 한 시사지와의 인터뷰에서 신행정수도를 워싱턴 DC처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과연 지금과 같은 마인드, 정부가 산출한 비용으로 워싱턴같은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 그가 예시한 “워싱턴에는 기업의 대표들만 나와있어 비지니스가 아닌 정치와 행정의 도시로 자리잡았다”는 말은 워싱턴의 반쪽만 얘기한 것이다.
‘워싱턴-콜럼비아 특별행정구’에 해당하는 워싱턴DC는 연방정부의 입법,행정,사법의 기능만이 존재한다. 한국의 신행정수도가 그같은 직할행정구 기능은 닮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그곳의 문화인프라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워싱턴은 내셔널 몰(동쪽의 국회의사당에서 서쪽의 링컨기념관까지 동서 약 4㎞에 달하는 직사각형 형태의 녹지대)을 중심으로 세계 최대의 박물관군을 형성하고 있다. 몰 일대에 펼쳐져 있는 15개의 박물관과 미술관은 스미소니언협회에서 관리 운영하고 있는데 모두 무료로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한 나라의 수도는 단순한 행정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지식과 문명을 향상시키기 위한 문화인프라가 합쳐져야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예산 뿐 아니라 도시 계획 단계에서 이같은 문화인프라, 더우기 그것을 관리ㆍ운영하는 비용과 시스템이 어느정도 고려되고 있는지 밝혀진 자료가 거의 없다. 다른 지역 도시처럼 문화회관이나 미술관 건물을 짓는다고 해도 거기에 무엇을 채우냐는 질의 문제와 막대한 예산의 뒷받침이 필수일텐데 이런 점이 거론되지 않고 있다.

이 정부는 지방 분권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앙집중적 국가운영 체제로 인한 불균형과 갈등을 해소하고 세계화 시대에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는 공감할만 하다. 하지만 법령 어디에도 문화라는 용어는 찾아볼 수 없다. 문화 특히 지역문화가 고려되지 않은 지방분권은 허울일 뿐이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삶의 질이고 그같은 환경은 문화인프라가 좌우한다. 그런데 중앙정부의 문화예술 전담부처인 문화관광부 청사 복도에 인쇄된 그림이 걸려있는 실정에서 지역문화의 발전은 요원할 뿐이다. 지역주민의 가장 큰 불만은 문화인프라가 부실하다는 것인데, 지금처럼 행정기능만 수행하는 수도를 수십조원 들여 만들어 보았자 유령도시가 되기 십상이다.
수도는 그 나라의 얼굴이며 문화의 척도다. 선진국일 수록 수도 중심에 박물관 미술관, 오페라극장이 위용을 자랑한다. 건축도 아름답지만 예술가들이 그 안에 담는 콘텐츠가 대단하다. 이같은 문화예술 아우라가 조화되지 않는 수도이전은 낭비적일 뿐이다.
지금처럼 서울과 수도권의 과밀인구 50만명을 덜어내기 위해 수도를 이전한다는 것은 공허한 단선 논리다. 그곳에 좋은 학교가 없으면 서울과 수도권에 여전히 목을 맬 수 밖에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신행정수도에 서울이나 경기도 이상의 문화인프라가 없다면 그곳의 50만 인구는 또하나의 지역문화소외집단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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