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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눈부신 성장이지만 아쉬움도 큰 KIAF 2004

정중헌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한 제3회 한국국제아트페어(KIAF2004)를 돌아보며 한국미술시장도 놀랍도록 성장했음을 확인할수 있었다. 20여년전 협회전 출범 때와 비교해 보면 양적인 팽창은 물론 작가층도 두터워졌고 형식이나 방법론도 엄청 다양해졌음을 실감했다.

재작년 동북아 중심의 국제시장을 표방하며 창설된 KIAF는 올해 해외참가국가도 14개국으로 늘어났고, 국내 화랑부스도 83개에 달해 외형적으로는 국제아트페어로 손색이 없었다. 특별전으로 기획한 ‘디지털아트 리미티드’도 눈길을 끌었고, 일본 현대미술의 최근 경향을 살필 수 있는 특별전시도 볼만 했다.

그러나 넓은 전시장을 돌아보면서 아쉬운 점도 적지않았다. 우선 KIAF가 국제아트페어로서의 위상을 갖췄느냐는 것이다. 스위스의 바젤 아트페어, 미국의 시카고 아트페어, 프랑스의 피악(FIAC)등 은 성격이 뚜렷하다, 시카고 아트페어는 미국의 현대작가를 집중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피악은 보다 대중적이고 축제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세계적인 화상이 집결하는 바젤 아트페어는 시장의 규모나 수준에서 정평이 나있는데 그같은 권위와 신용을 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쾰른 등 크고작은 아트페어들은 작가나 매체, 경향을 부각시켜 독자성을 확립하려는 추세다.
KIAF는 아직 성격이 분명치 않고 개념도 혼재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아트페어의 목적인 미술시장의 활성화와 미술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는가. 시장 확대나 판매를 촉진할 방안은 있는가. 국제시장과의 교류나 국내화랑간의 정보교환, 관객과의 소통은 되고 있는가. 이런 관점에서 보면 KIAF는 여러 화랑이 한 장소에 모여 팔기위한 반짝시장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여지가 없지않다.

일본, 중국 화상을 참여시키고 특별전을 연다고 동북아시아 대표적인 시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화상들이 아시아 작가에 주목하고 작품을 구매해야 동북아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는데 그러자면 지속적인 홍보와 작가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국내 미술시장의 활성화 역시 장관 몇명이 작품 몇점 사는 이벤트로 될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경기가 풀려야 하지만, 화랑들이 가격결정이나 유통구조를 개선하여 대중속으로 다가가려는 적극성과 신용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직 초기인 KIAF는 판매 위주보다는 프랑스의 FIAC처럼 보다 대중적이고 축제적인 아트페어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그러자면 전시장소나 기간은 물론 전시주제나 내용등 기획 전체를 재검토해야 한다.






지금처럼 코엑스의 대형홀에서 6일간 개최하는 방식으로는 대중적인 축제가 되기 어렵다. 세계 유명 아트페어의 개최기간이 짧은 이유는 사전에 정보가 충분히 교환되고 매매 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고객편의를 위한 것이다.

KIAF도 물론 판매가 목적이지만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은 우리 실정에서 이만한 규모와 수준의 전시를 며칠하고 끝낸다는 것은 너무 아쉽다. 특히 행사를 통해 미술애호가들에게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컬렉션의 폭을 넓혀주려면 최소 2주 또는 한달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트페어를 위한 특설 전시장을 마련하고, 다양한 부대행사와 홍보를 강화한다면 KIAF는 부산국제영화제나 광주비엔날레 못지않는 예술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KIAF에서 또하나 아쉬운 점은 창의성과 다양성의 부족이다. 화랑별로는 나름대로 특징을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전체를 돌아보면 겹치는 작가가 많고 개성적인 작품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특히 조각은 몇몇 작가의 엇비슷한 작품만 나와있어 실망스러울 정도였다.

미술전을 통해 관람객들은 정서적인 감흥도 얻지만 더 중요한 것은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고 싶어한다. 주제나 접근방식, 표현방법에서 참신하거나 파격적인 변용을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KIAF는 부스별로 가능성 있는 신인이나 전속작가를 내세우기 보다는 판매위주로 여러 작품을 나열한 곳이 적지않아 소장전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어쩌다 색다른 소재나 작법이 돋보이는 작품에 다가가 보면 외국작가일 경우가 적지 않았다. 우리 작품들 중에도 가능성이 발견되는 작가들이 있었지만 그들이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보다 치열한 작가정신과 창의성이 필요조건이란 생각이 들었다.

국내 미술시장은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랑들이 힘을 모아 이만한 규모의 국제아트페어를 개최했다는 것은 대단한 저력이 아닐 수 없다. 애호가 입장에서도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에서 시장의 이름을 붙인 미술행사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또한 내실을 기하기 보다는 양적인 성장만 추구하는 것이 아닌지는 반성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KIAF가 세계 아트페어로 인정받으려면 무엇보다 독자적인 성격을 구축하고 국제 수준으로 내용을 끌어올리는 일이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랑들이 앞장서 가능성 있는 작가를 발굴해 키우고 잠재 고객을 개발해야 한다. 세계 화상들이 모여드는 현대작가의 경연장, 현대미술의 견본시로 자리매김 해야 KIAF의 위상이 정립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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