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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미술품 가격 현실화 방안 없나

정중헌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갤러리를 신축하고 지난 4월 회화 조각 도예의 중진작가 5인을 초대해 개관전을 열었다. 30여년간 언론에 몸담아 오면서 기자활동만 해오다 전시기획에서 홍보와 판매까지 해보니 취재와 현실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회 내용은 괜찮았다는 평을 들었으나 기대만큼 팔리지는 않았다. 경기가 좋지않은데다 서울에서 거리가 멀다는 지리적인 약점도 있긴 했으나 무엇보다 작품가격이 비싼 것이 판매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작가들이라 작품값이 비싸리라는 것은 예상했다. 더우기 단골고객이 없는 형편이어서 작가들에게 소품을 의뢰했다.

그런데도 제일 싼 작품이 200만원, 중간이 700~800만원, 좀 크다싶으면 1000만원이 훌쩍 넘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 조각작품 중에는 3천만원이 넘는 대작도 있었다.

그런데 작가들 입장에 서보니 현행 작품값이 결코 비싼게 아니었다. 오히려 작가의 예술혼이 깃든 작품을 공산품처럼 싸니 비싸니 하는 시비 자체가 예술을 욕보이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값이 비싼 이유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유통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미술품은 화상을 통해 유통되는 것이 정상이지만, 지금과 같은 작품값 책정방식이나 마진 비율은 미술시장을 위축 또는 왜곡시키고 대중과 멀어지게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얘기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작품값이 화상에 의해 정해진다. 그런데 우리는 작가가 그림값을 정하는게 아직도 상례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아무리 훌륭한 예술품이라도 작가의 품을 떠나면 사회의 재산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작가가 가치 판단을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자연스럽지 못하며 따라서 시장에서 정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 일부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작품값을 호당으로 매기는 것도 작품값을 올리는 폐단이 아닐 수 없다. 작품의 크기에만 매달릴게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에 따라 가격을 정해야 미술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다.





화랑의 마진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개관전을 하면서 알았지만 작가에의해 가격이 책정된 작품이 화랑에 나왔을 때 보통은 6(작가) 대 4(화랑)나 5대5, 원로나 유명작가의 경우는 7대 3의 비율로 화랑이 마진을 챙긴다고 한다. 화랑도 영리가 목적이고, 전시회를 열기위해서는 기획, 홍보, 관리비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하니 이윤의 폭이 커야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애호가나 고객의 편에서 볼때 화랑의 마진이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이런 유통과정을 아는 컬렉터들은 깍아주지 않으면 작품을 사지 않을 정도다. 그러고 보니 화랑만 이중고를 겪게 된다. 작품값이 비싸서 못팔고, 몇점 팔았다고 해도 이윤이 박해 전시비용도 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화가 역시 호가만 고집하다가 작품을 되돌려 받기 십상이다.


미술품 유통구조의 개선

현재의 미술품 유통구조는 작가, 화상, 고객 모두에게 별로 득이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머리를 맞대고 중지를 모아 바람직한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우선 화랑들이 실력을 쌓고 힘을 합쳐 신인작가들부터라도 그림값 체계를 세워나가야 한다. 중견화가들이 작품값을 정해 오더라도 시장형편을 고려해 가격을 콘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아직 정착되지 못하고 있으나 경매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이다.

다음은 가격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화가들의 작품값을 국제시장과 국내 현실을 고려해 적정 수준에서 책정하고, 화랑들도 마진비율을 낮춰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아마도 현재 거래가격의 3분의1, 또는 절반까지도 작품값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고객들도 화랑을 신뢰하고 값을 깎지 않으면 유통질서는 훨씬 밝아질 것이다.

이처럼 유통구조를 개선하지 않고는 미술시장은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미 국내 미술시장의 작품값은 2중, 3중으로 널을 뛰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창의력 넘치는 신작전을 기획한 화랑들은 파리를 날릴만큼 매기가 약한 실정이다. 그런데 장사가 되는 곳이 있다. 개인이 소장품을 거의 절반으로 시장에 내놓은 작품을 거래해주는 화랑이다. 작품은 좋고 값이 싸니 쉽게 팔린다. 전시회에서 1000만원을 호가하는 작품이 절반 가격으로 나오니 고객들이 그쪽으로 몰리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경매가 또 한축을 이루고 있다. 그간 유명세를 탔던 대가들의 작품이 경매에선 푸대접받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 아직은 경매가 유통질서나 작품값 조정 측면에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술기자만 해오다 화랑을 해보니 새로운 점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창작의 산실에서 화가들의 고통고 희열을 엿보는 것도 보람이었지만 그동안 우리 화랑들이 참 어려운 길을 개척했구나 하는 존경심도 가지게 됐다.

하지만 지금 미술시장은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을 정치탓 경제탓만으로 돌리면 앞으로도 회생하기 어렵다. 내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내 하루속히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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