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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스타들에게 흔들리는 영화 방송계, 출연료 공방은 파워게임의 단면이다

정중헌

요즘 연예계 스타들의 출연료를 둘러싼 논란이 번지고 있다. 발단은 강우석 감독이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배우들 돈 너무 밝힌다”며 최민식과 송강호의 실명을 밝히면서다. 두 스타는 기자회견을 통해 발끈했고 이에 강 감독이 사과하므로서 사태가 일단락되는듯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방송PD들이 톱스타들의 출연료 고공행진을 문제삼았다. 주연급 탤런트들의 출연료가 급상승함에따라 다른 부문의 제작비를 줄이는 바람에 드라마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배역 수가 줄어들어 실력있는 중견배우들이 배제되고 스태프들의 노동조건이 악화된다는 점도 꼽았다.
영화와 방송에서 인기정상을 달리는 톱스타들의 출연료는 녹녹치 않은 수준이다. 영화의 경우 편당 5억원, 드라마는 회당 2000만원선을 넘어섰다. 톱탤런트가 16부작 미니시리즈에 출연하면 3억2000만원, 6개월 이상의 대하드라마 주역을 맡으면 10억원 가까운 돈을 번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중의 선망을 받는 스타들은 그만큼 상품가치가 높게 마련이어서 고액의 수입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스타들의 출연료가 높다고 하지만 할리우드 블럭버스터 주연급 개런티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정도다. 더우기 스타들의 인기는 언제 거품이 될지 모르고 직장인들처럼 퇴직금도 없는게 현실이다. 막말로 비싸면 제작진이 쓰지 않으면 그만인게 연예계 속성이다.
그런데 왜 충무로의 돈 공방이 TV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을까, 한마디로 배우들의 출연료 액수보다 구조적인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고액 출연료가 부담되면 캐스팅 안하면 그만일 제작자나 방송사들이 출연료를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파워게임에서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는 위기감의 반증인 것이다.
<최근 권력이라는 용어가 남발되어 문화권력이라는 말이 나돌듯 연예계에도 새로운 권력이 생겨났다. 쉽게 말해 스타를 확보하고 있는 매니지먼트사들이 파워게임에서 고지를 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힘이 한계를 넘어서자 제작측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 이번 돈 공방의 핵심이다.
스타를 써야 흥행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흥행이 보증되는 스타는 많지않다. 자연히 스타를 캐스팅하려면 고액 개런티를 제시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 선에서 끝나지 않는데 있다. 매니지먼트사들은 스타를 앞세워 흥행이 미지수인 작품에 관객수에 비례한 러닝개런티를 요구한다. 요즘엔 일정 지분까지 주장하고 있는데다 일부에서는 캐스팅이나 내용에도 간여하려 한다는 것이다.
TV드라마 쪽도 마찬가지다. 인기탤런트를 확보한 기획사들이 파격적인 출연료에 공동제작까지 요구하는 추세다. 들리는 말로는 상대 배역을 누구로 하라거나 줄거리를 고치라고 할 정도로 기획사 파워가 거세졌다는 것이다.
이런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제작사나 방송사들은 겉으로 남고 속으로 밑지는 헛장사를 할 수 밖에 없게된다. 인건비를 과다하게 지출하다 보면 제작이 허술해지게 마련이고 이익이 난다해도 러닝개런티나 지분을 빼주고 나면 손에 쥐는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주도권도 빼앗기고 이윤도 줄어들게 되니 제작사들이 등꼴 빠질 판이라고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기업이든 개인사업이든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면 살아남기가 어렵다. 영화나 방송처럼 경쟁이 심한데다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 인건비가 중요한 요소지만 지금 상태는 도를 넘은게 사실이다. 따라서 스타들이 공존을 위해 출연료를 적정선에 맞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매니지먼트사들도 지분이나 공동제작 등 과도한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오늘의 사태를 불러온 책임은 영화사나 방송사에 있다. 한탕주의 상업성과 시청률 지상주의가 빚어낸 과열경쟁이 이런 공방을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돈만 벌려다 제작시스템을 엉망으로 만들고 주도권마저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영화가 제대로 만들어지려면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프로듀서가 필요하다. 프로듀서는 제작자와 투자자를 콘트롤해가며 감독이 영화에만 전념하도록 배후가 되주는 것이 임무다. 이런 프로듀서가 없다보니 한국영화는 투자자에 흔들리고 스타배우들의 파워에 눌리는 신세가 된 것이다. 투자자들이 스타를 출연시키지 않으면 자금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압력을 가하는 상황에서 제작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고액 출연배우를 캐스팅하는 실정이다. 이런 사정을 꿰뚫는 매니지먼트사들이 과도한 요구를 해도 밀릴 수 밖에 없는 악성구조가 한국영화를 골병들게 했고 급기야 곪은데가 터진 것이다.





방송사 또한 공민영을 가리지 않고 시청률 경쟁에 매달린 결과 스타연예인들에게 끌려가는 상황을 자초했다. 제작 기준이나 가이드라인 없이 인기인만을 쫒다가 지금은 돈으로도 해결이 안돼 자존심마저 굽혀가며 스타에 매달리는 신세가 된것이다.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가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라 제작시스템을 바로 잡아 틀부터 만드는게 급선무다. 제작자난 스타나 기획사 모두가 그 틀안세 각자의 분수를 지키겠다는 합의도 필요하다. 더 늦기전에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영화도 살고 TV드라마도 질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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