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21)아드보카트 감독

정중헌

네덜란드는 경상도보다 조금 큰 면적에 인구는 1600만명 정도다. 나라는 크지 않지만 축구의 공격력만큼은 브라질에 뒤지지 않는 강국이다. 클루이베르트, 베르캄프, 반 니스텔루이 등 스타들이 즐비하다. 또한 선수들의 포지션 개념을 파괴해 전원 공격, 전원 수비로 뛰는 ‘토털 사커’의 발원지며 현대 축구의 전술과 비전을 제시한 본고장이기도 하다.





▶작지만 매운 ‘오렌지군단’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어린 축구 영재들을 일찍 발굴해 훈련시키는 네덜란드 유소년 축구를 꼽는다. 체계적인 지도자 양성 시스템 또한 네덜란드 축구의 강점이다. 유소년 축구와 청소년 축구, 클럽팀을 맡기 위해서는 팀에 맞춘 단계별 전술과 코칭방법을 교육하는 축구지도자 스쿨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은 물론 팀을 이끌 비전과 철학을 두루 겸비한 지도자를 길러낸 결과 ‘오렌지축구 방정식’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에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선임됐다. 히딩크, 본프레레를 잇는 세 번째 네덜란드 출신 감독이다. 특히 아드보카트 감독은 토털 사커의 창시자인 리누스 미셸 감독 아래서 6년간 코치로 뛰면서 오렌지군단의 전술 전략을 익혔다. 선수경력은 화려하지 않지만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으로 94년 미국 월드컵 8강 진출을 이룬 저력을 발휘했다. 클럽팀을 이끌며 유럽에서 명성을 쌓은 그는 경력이나 연륜으로 볼 때 절정기에 올라 있는 지도자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히딩크 감독과 스타일이 비슷한 점이 많아 보인다. 훈련방식이나 선수 선발에 뚜렷한 소신을 갖고 있는 것이나 화끈한 공격축구를 구사한다는 점도 그렇다. 히딩크보다 강성으로 알려졌지만 핌 베어벡 코칭스태프가 합류한다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역대 외국인 지도자 6명 중 3명이 네덜란드 출신임을 당연하게 넘겨서는 안 된다. 한국축구가 지금처럼 영재 발굴이나 지도자 양성에 주먹구구식이면 축구강국으로의 발돋움은 어렵다는 교훈도 깨달아야 한다. 거액의 연봉과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면 초특급 감독을 영입할 수 있는 시대다. 그들은 ‘독(毒)이 든 성배(聖杯)’든 ‘영광의 축배’든 어느 한쪽을 마시고 떠나면 그만이다. 그런데 우리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강박감과 분에 넘치는 목표 때문에 더 비싸고 명성 있는 용병감독만 찾다가 멍드는 줄 모르고 있다. 계속 극약처방만 쓰면 한국축구는 병들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2005.9.15 [만물상]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