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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청계천 복원과 문화도시 서울-청계천에 문화예술이 살아 숨쉬게 해야

정중헌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로 시작하는 패티 김의 서울의 찬가는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으렵니다로 끝을 맺는다. 10여년전만 해도 이 노래를 들으면 실감이 나지 않았다. 골목은 지저분한데다 하천에선 냄새가 진동하고 매연가스로 뒤덮힌 서울 거리는 눈이 따가울 정도였다. 특히 서울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청계로는 하천을 복개한데다 고가차도까지 놓아 행이들의 숨통을 조였다.
이 흉물스런 구조물을 걷어내고 맑은 물이 흐르는 청계천이 복원됐다. 천변을 거니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여유롭고 벽화며 터널분수를 감상하는 표정이 밝고 행복해 보인다. 자연의 바람과 물길에 반사된 서울의 야경은 얼마나 낭만적인가.
청계천 복원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크지만 무엇보다 사람중심의 문화환경이 조성되었다는 점에서 반갑다. 개발 독주시대의 상징이던 청계도로를 본래의 하천으로 복원했다는 것은 환경친화 이상의 문화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인구 천만의 도시 서울은 콘크리트 숲으로 뒤덮여 삭막하기 그지 없었다. 멀쩡하던 다리가 무너져 내리고 백화점 건물이 붕괴되는 부끄러운 도시였다. 교통체증은 얼마나 짜증스러운지 모처럼 서울을 찾은 관광객이나 교포들은 고개를 내젓기 일쑤였다.

살아숨쉬는 서울
그런데 몇년 전부터 서울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육교가 철거되고 보행로가 개선되는 등 쾌적하고 아름다운 공간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한강의 야경은 자랑할만 하다. 서울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한강에 놓인 십여개 다리에 각기 다르게 조명된 한강의 야경은 세계 어느나라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강물에 비친 불빛들의 찰랑임은 지하철에 몸을 기댄 승객들의 피곤을 씻어줄만큼 아름답다. 양수리의 아침 안개와 자유로의 석양은 탄성을 지를 만큼 신비스럽고 멋지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달리는 주변풍경도 시원하지만 아치형 교각에 담쟁이가 심어진 두무개다리를 지나는 멋도 일품이다. 건물만 빼곡하던 도심 곳곳에 크고 작은 공원과 화단이 꾸며져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넓어진 것도 최근의 변화다.
쓰레기 더미를 숲으로 덮어 생태계를 복원한 난지도 시민공원, 송수펌프실을 재활용한 선유도공원도 가볼만한 서울의 명소다. 시청앞에 잔디광장이 조성되어 문화행사가 펼쳐지고, 도심가로등에 생화가 걸리면서 서울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여기에 도심의 숨통을 조이던 청계로가 3년 공사 끝에 본래 하천의 모습을 되찾으므로써 서울에 문화라는 말을 앞에 붙여도 손색이 없게 된 것이다. 새물맞이 행사도 신선했지만 물고기가 노닐고 삼복 더위 때는 주변 기온까지 낮추는 효과까지 있다니 살만한 환경까지 조성된 셈이다.
600년 고도 서울을 문화도시로 가꾸자는 제안은 30여년전부터 화가 건축가등 몇몇 문화인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답답한 청계로를 본래 하천으로 복원하고 종묘의 숲을 남산의 숲까지 연결하자는 것이 아이디어의 골자였다. 여기에 광화문에서 숭례문으로 이어지는 시민광장을 조성하고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문화공간을 만들자는 안도 포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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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심의 문화플랜
이명박 시장이 시정을 맡으면서 추상적이던 이런 제안들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공약으로 내세운 청계천 복원이 결실을 맺었고, 시청앞 서울광장과 뚝섬에 서울숲이 조성되므로써 환경친화적인 문화벨트가 생겨났다. 종묘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숲길은 세운상가 일대를 재개발하면서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시장이 정치적 야심이 많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다. 청계천 복원으로 그의 인기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가 지향한 문화도시 문화시장을 정치적으로만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그가 개발위주이던 도시행정을 사람위주로 바꿨다는 점은 평가할만 하다. 자동차 위주였던 서울 교통체계를 대폭 개편해 사람중심으로 정착시킨 점도 그렇다. 문화마인드와 추진력을 발휘함으로써 서울의 문화환경을 개선한 것이다.
이 시장은 한강 노들섬에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오페라하우스르 세우는 계획도 내놓았고 서울 문화재단을 만들어 문화예술 행사도 자주 열고있다. 이같은 문화프로젝트들이 이 시장의 정치적 야심인지 여부는 앞으로의 정치일정과 시민의 선택으로 판가름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추진한 인간중심의 문화플랜들을 서울시민들이 얼만큼 능동적으로 활용하여 삶의 질을 높일 것인가다. 무엇보다 복원된 청계천을 시민의 휴식처로 가꾸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이 살아 숨쉬게 해야 한다. 간이공연, 전시회, 축제 등이 연중 끊이지않는 문화놀이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서울 예찬론을 폈지만 서울은 아직 사각지대가 허다하다. 작은 예로 문화예술위원회 건물을 벽으로 둘러싸 대학로 문화거리의 맥을 끊어놓은 것부터가 그렇다. 뉴타운 건설 등 강북 재개발이 경제논리로만 치닫다 보면 문화서울의 이미지가 다시 흐려지고 삶의 환경도 악화될 우려가 있다.
도시는 가꾸기 나름이다. 청계천 복원은 인간중심 문화중심으로 발상을 달리한 도시 문화환경 개선의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기록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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