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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만화 전성기 일군 박봉성

정중헌

만화에 대한 추억은 세대마다 다르다. 요즘 세대들은 인터넷으로 만화를 보고 커피향이 은은한 만화카페를 찾는다. 50~60년대에 소년기를 보낸 중장년들은 만홧가게의 추억이 정겹다. 긴 나무막대에 고무줄로 달아 맨 만화책을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읽던 재미란. 세월이 흐르면서 만홧가게는 푹신한 소파가 놓인 만화방으로 변했고 그 후 만화 대여점에서 장편을 빌려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요즘은 새로운 만화 대본소가 생기고 있다.

▶만화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부모에게 야단맞을까 봐 숨어서 만화를 보았지만 지금은 대학의 만화과에 지망생이 늘고 문화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인기와 더불어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들이 유행처럼 번지는 추세다. 유명만화의 주인공을 모델로 한 캐릭터산업이 발전하고,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에서 만화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천대받던 만화가 이처럼 각광받는 이유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창작성과 스토리의 재미에 있다. 문자보다 더 직관적이고 생동감이 넘쳐 할리우드 영화나 TV 제작사들까지 스토리의 고갈과 콘텐츠 부족의 활로를 만화에서 찾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제작비가 싸고 실시간 연재가 장점인 디지털 만화가 인기지만 앞으로는 게임이나 영화를 만화로 옮길 수 있고, TV나 게임과 융합하면 더욱 폭발력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화를 영화나 드라마로 만드는 것은 인지도에 따른 흥행요소가 높고 부가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영화 ‘슈퍼맨’이나 ‘배트맨’ 시리즈는 코믹북(출판만화)의 인기를 영웅적인 캐릭터로 발전시켜 성공했다. 미야자키 하야오로 대표되는 일본 애니메이션 역시 관객들에게 이미 검증받은 출판만화가 원작이다. 국내에서 영화화된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허영만의 ‘비트’와 드라마 ‘다모’도 만화의 인기가 크게 작용했다.

▶만화는 캐릭터가 분명하고 이야기 구조가 치밀해야 한다. 물론 그림이 좋아야 한다. 이 3박자를 갖춘 만화가 박봉성씨가 엊그제 세상을 떴다. 1984년 그가 발표한 ‘신의 아들’은 86년 최민수 주연으로 영화화됐는데 30~40대 팬들에겐 잊지 못할 명작으로 꼽힌다. 80년대 만화 붐의 주역인 그는 대학에서 만화 전문인력 양성에 힘썼고 만화 콘텐츠 기업을 만들어 만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도 앞장섰다. 이제 겨우 만화가 대접받는 시대에 그가 훌쩍 가버려 아쉬움이 더하다.


- 조선일보 2005. 10. 17.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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